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양춘승] 이제는 물이다. 물 문제가 기업의 성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말이다. 2003년부터 기업에 기후변화경영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분석하여 투자자들에게 제공하여 올바른 기업에게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를 꾸준히 추진해오던 CDP가 이제는 ‘물정보공개프로그램(water disclosure program)’을 2010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2013년에는 총 운용자산 57조 달러에 달하는 530개 기관투자자를 대신하여 1,000여개 기업에 물과 관련된 경영정보의 공개를 요구하여 593개 기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그 가운데 세계 500대 기업군에 속하는 184개 기업으로부터 나온 응답을 분석하여 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그 내용을 보면 우리 기업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다.

이들 184개 기업이 사용하는 물은 연간 11조 ㎥로 70억 세계 인구가 82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보고서는 응답자의 70%가 당장 아니면 5년 이내에 물 문제가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위험이 된다고 응답하였지만 정작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행동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응답자의 63%만이 물 절약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물 사용을 줄이거나 재사용을 확대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물로 인해 생겨나는 잠재적 기회나 숨겨진 위험을 파악하고 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투자자들도 기업들에게 이처럼 숨겨진 위험이나 잠재적 기회를 포착하고 대비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금년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에 맞춰 발간 된 유럽 기업의 사례를 분석한 또 다른 보고서를 보면, 유럽 또한 오염 등으로 인한 불 부족 사태가 더욱 빈번해지고 공급사슬에 속하는 많은 기업이 불 부족 지역에 자리하고 있어 물로 인한 위험이 날로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70개 유럽 상장 기업의 대응을 분석한 결과, 약 3분의 2에 달하는 기업이 과거 5년간 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고, 4분의 3이 물 문제로 인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응답하였다고 한다. 특히 유틸리티와 소재 산업 그리고 보건 부문에서 그런 위험을 높게 인식하고 있다. 지속적인 이윤 창출과 보다 안정된 미래를 추구한다면 기업들은 물 사용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상투적인 전략에 멈추지 말고 전체적이고 참신한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또한 정부도 기업의 물 관련 전략의 실행을 도와주는 과감한 지원책을 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런 물정보공개프로그램이 금년에는 우리나라에도 도입된다. CDP의 한국 파트너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한국의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CDP 본부와 합의하고 대상 기업의 선정에 착수하였다”고 밝혔다. 물은 비단 기업의 사활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번 물정보공개프로그램의 도입을 계기로 우리 기업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아울러 기업 자신의 장기적 성공도 추구하는 윈-윈 전략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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