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확신을 갖고 전광석화와 같이 크림공화국을 우크라이나에서 떼어내 러시아에 합병한 것은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을 보이고 있는 천연가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크림공화국을 포기할수 없는 것은 지정학적으로 흑해로 진출하는 관문인데다 이른바 러시아 민족 보호라는 명분이 크지만 크림반도에 묻혀 있는 석유와 가스도 무시할수 없다.

푸틴 대통령이 유럽과 인접해 있으면서 친 서방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맞서 크림공화국을 전격적으로 합병한데는 인근 유럽국가들이 쉽게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면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유럽은 현재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30%를 러시아로부터 싼 값에 수입하고 있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은 전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폴란드 48%, 독일 35%를 각각 들여오고 있다.

더욱이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2006년과 2009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가스 공급중단사태 당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던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관이 통과하는 우크라이나는 가스관을 틀어막았으며 이에 반발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을 차단했던 것이다.

크림공화국 사태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나온 공동성명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럽의 에너지 안보 강화 필요성을 입증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EU는 미국산 셰일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미국의 국내 법상 상당한 시일이 소요됨은 물론이고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액화천연가스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앞으로 FTA를 체결하더라도 본격적인 미국산 셰일가스 수출은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FTA 非체결국에 대한 수출상한은 하루 약 2억5000만㎥. 전량을 유럽에 수출한다고 하더라도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4억8000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은 일본이나 우리나라 등에 비해 30~40% 저렴하기 때문에 미국산 셰일가스 공급이 과연 러시아에 대한 유효한 카드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할 경우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에너지의 확보는 나라의 앞날을 좌우하는 사안이다. 당연히 유럽의 국가들은 천연가스 도입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에너지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공산품과 같이 마음만 먹으면 수입선을 바꿀 수 없는 상품이다. 에너지 그 중에서도 특히 석유나 가스는 운반하는데 장비도 필요하고 기나긴 공급거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도 필수적이며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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