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위원

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지난 2월 말,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국민경제자문회의와의 토론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강조하는 중에 특별히 사례를 들어서 에너지와 자원 부분의 정보 확보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제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여러 분야에서 통일 대비 관련 후속조처가 발표됐으나 에너지자원분야에서 북한 및 통일에 대비한 연구와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북한과의 통일이 대박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대부분 북한 내의 부존자원을 생각한다. 그 덕택에 대통령의 언급 직후에 북한과 중국 사이의 서해바다에 초대형 규모의 석유자원이 묻혀 있다는 등의 소문이 SNS를 타고 증권가에 퍼지기도 하였다. 좀 아시는 분들은 북한 땅에 남아 있는 에너지와 자원이 비록 그 양이 남한 땅에 부존하고 있는 것 보다는 훨씬 많지만 그렇다고 대박이 날 만큼은 아니라면서 괜한 기대하지 말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들은 19세기 시절의 에너지자원 이야기이고, 21세기인 지금에는 이야기의 차원이 다르다. 통일이 에너지자원분야에 가져올 가장 큰 대박은 러시아 및 중국과의 에너지망 연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에너지 수출국이며, 방사능폐기물 처리가 가능한 국가이다. 원자력발전소를 블라디보스토크 부근에 설치하고 송전선을 남한으로 연결하여 사용한다고 하면 국내에 발전소와 폐기물처리장을 짓지 않고도 전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동시에 북한의 전력 문제도 일부 해결될 것이고 말이다. 러시아는 또한 이미 태평양 연안으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놓은 상태이다. 전력망과 함께 천연가스 망도 건설할 경우, 이는 중국과 일본까지도 연결 가능한 동북아시아 에너지망 건설사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지역의 이른바 ‘수퍼그리드’는 이미 일본 교포사업가인 손정의씨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제안이 있었다. 유럽은 이미 영국-프랑스-북유럽간의 망 연결을 끝내고 이제는 아프리카 북부 사하라사막 지역까지 연결하는 초대형 에너지망 사업을 시작하고 있으며, 북미 역시 캐나다-미국-멕시코 간에 에너지망 구축이 되어 있다.  동남아국가들 사이에도,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도 에너지망들을 상호 연결해 에너지 안보의 효과를 보고 있는데,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쓰고 가장 많이 수입하는 동북아시아에만 국가간에 연결된 에너지망이 없다. 그 한 가운에 있는 북한 때문이다. 

통일이 바로 대박이 되는 이유는 또 있다 북한과의 통일은 또한 기후변화협약에서도 우리나라의 입장을 크게 유리하게 하여준다. 북한과 남한을 합쳐서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설정하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며, 현재 설정되어 있는 자발적 감축목표의 상당부분을 북한 지역의 에너지시설 설치를 통해 면제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에도 매우 좋은 여건이 된다. 기존에 북한지역에 있던 에너지망의 대부분이 그 동안 보수하지 않아 심하게 낡아 있어 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기에, 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산형 시스템의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원도 지역의 탄광도 부흥할 것이다. 당장 북한주민이 사용할 수 있되 전쟁에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에너지원이 태양열, 태양광, 지열 등 재생에너지 아니면 남북한 모두 가지고 있는 무연탄보일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은, 북한, 중국, 러시아의 에너지시스템이 모두 한국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통일이 되었다고 당장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어떻게 연결하느냐를 연구하고 협상해야 한다. 전력망과 에너지망을 연계하기 위한 연구, 재생에너지의 북한지역 설치 및 북한지역 에너지자원 부존상태 연구 등 상당히 많은 연구와 준비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에너지 분야에는 북한이나 통일의 이름을 달고 있는 연구개발 사업을 보기 힘들다. 특히 기술개발 쪽은 더더욱 그렇다. 제대로 북한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북한무인기 사건처럼 통일이 다가왔을 때 대박은 커녕 고생만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북한 및 통일대비 에너지자원분야 연구기획과 투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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