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확대 과정에 사생활 침해 거부감 확산
일부 가정서 전자파 발생 위해성 논란도

[이투뉴스] 미국에서 스마트그리드용 스마트 미터기(AMI)가 개인정보 침해와 전자파 발생에 대한 우려로 논란을 빚고 있다. 설치를 기피하거나 이미 설치된 기기의 철거를 원하는 이들도 다. 이에 따라 정보 보호와 시스템 안전 문제가 스마트미터기 보급에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 미터기는 가정집이나 건물에 설치돼 에너지 소비 정보를 전력회사에 보내는 기기다. 이때 전기 사용량 뿐 아니라 개별 가전제품의 전기 소비량에 대한 정보도 전송할 수 있다. 전력회사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매달 사람이 직접 찾아다니면서 검침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고 이에 따른 인건비 절감 효과도 있다. 미국 메인주에 있는 발전사 CMP사는 스마트 미터기를 설치 한 뒤 지난 한 해 동안 670만달러를 절약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긍정적인 측면 때문에 각국 정부들과 발전사는 스마트 미터기의 보급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 미터기를 통해 특정 가정이나 건물의 에너지 사용 정보를 읽고 개인적인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사생활 침해 문제로 증폭되고 있다.

◆AMI, 사생활 침해 가능성 제기
일부 스마트 미터기에서 수집된 정보는 암호화되지 않는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다. 집 주인이 장시간 집을 떠나있거나 소비자가 어떤 집안 활동을 하는지까지 해석해 낼 수 있다. 예컨대 TV를 시청하고 있는지, 컴퓨터를 사용하는지, 또는 얼마나 오랜시간 요리를 하는지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

알랜 길버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버몬트 지사 이사는 "혜택과 위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기술의 본질"이라며 "스마트폰이 편리하다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계는 최고의 추적 장치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ACLU 버몬트 지사는 지난 몇 년간 스마트 에너지 미터기의 사생할 침해 논쟁에 참여해 왔다. 이 단체는 스마트 미터기에서 수합된 정보에 대한 이슈는 휴대폰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는 개인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휴대폰 정보를 수집한 사법당국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길버트 이사는 "우리는 소비자 전력 정보 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며 "경찰당국은 발전소로부터 소비자 정보를 얻어서는 안된다는 제안을 내놓은 이유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영장이 소비자에게 직접 보내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미 2010년부터 스마트 미터 정보에 대한 보고서에서 사생활과 정보 접근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에너지부가 작성한 '스마트 그리드 기술과 관련된 정보 접근과 사생활 문제'라는 보고서에는 "스마트 그리드 기술의 진보는 개인 에너지 소비에 대한 정보의 양을 상당히 늘릴 수 있다"고 기술돼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정보는 개인의 일상생활을 담고 있다. 집에 경보 시스템을 설치했는지, 프라즈마 TV 같은 고가의 전기 제품을 소유하고 있는지, 특정 종류의 의학 장치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고 적혀있다.

이에 따라 사생활 노출 문제를 막기 위해 소비자가 (경찰이나 광고회사 등) 3자 접근을 허용할 것인지 조건을 붙일 것을 권하고 있다. 오하이오 주민들은 3자 접근에 대한 문제와 씨름 중이다. 경찰이 용의자가 집에서 대마초를 키워왔는지 알아내기 위해 발전소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려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콜럼버스 디스패치는 에너지 사용 기록을 구하기 위해 매달 60개 정도의 영장이 사법당국에 의해 발전소로 보내졌다고 보도했다.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의 대변인은 "이 같은 요청을 받았을 때 (정보를 공개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조사원들은 소환장을 갖고 대마초 재배가 의심되는 특정 가정과 근처 다른 집까지도 전기 기록에 접근 할 수 있다. 대마초를 키우는 집은 다른 집보다 3~5배 정도의 전기를 더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필라델피아에서 일부 PECO 소비자들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능력 때문에 설치된 불만을 제기하고 스마트 미터기를 떼어냈다.

한편,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대표적 전기가스회사인 PG&E사는 주정부의 일반기금에 39만달러를 지불할 것을 명령받았다. 안티 스마트 미터 활동 그룹을 몰래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건강에 부정적 영향 주장 도 나와
스마트 미터기의 정보 전송 방식에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무선으로 전력회사에 정보를 보내게 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건강에 유해하다고 일부 사용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에서 일부 가족들은 건강에 위해하다고 보고 집에서 스마트 미터기를 떼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오클라호마 시티의 <뉴스채널 4>가 최근 보도했다. 셰리 램 씨는 스마트 미터기가 집에 설치된 이후부터 전자기 과민증(EHS)이라는 진단을 받고 두통과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램의 변호인인 돈 파워스는 "8개 다른 나라에서 나에게 변호를 부탁한 고객들이 있다"며 "그들은 각각 다른 회사에서 스마트 미터기를 설치받았지만 비슷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미터기를 반대하는 소비자들은 인구의 3%가 스마트 미터기에 과민 증상을 갖고 있으며 이 수치는 향후 30%로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오클라호마 발전사인 OG&E는 이 연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셰리 램 씨는 스마트 미터기 제거 요청을 몇 차례 거부당하자 기업 위원회로 불만을 제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원회가 OG&E에 미터기를 제거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지 관할권 문제로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미터기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건강 유해 가능성에 대한 계속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집단 히스테리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헌법연구를 위한 카토 연구소의 로저 필론 디렉터는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데) 스마트 미터기보다 미 국가안보국(NSA)이 더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스마트미터기 반발 현상을 '집단 히스테리'라고 표현했다.

메인주의 공공시설위원회(PUC)는 스마트 미터기가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보고서를 지난 3월 발표했다. 메인주의 최대 발전사인 센트럴 메인 파워는 전기를 공급하는 거의 모든 가정집과 사업장에 미터기를 설치했다.

PUC가 공개한 67쪽의 이 연구보고서는 스마트 미터기에서 방출된 전자파로 건강이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제소한 소송건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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