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에너지세제 개편 어떻게 가야하나] 단기적으론 연료 과세, 장기적으론 전력 과세 합리적
요금 정상화가 국가적 실익임을 국민 설득해야

[이투뉴스] 3차 에너지세제 개편을 앞둔 재정당국의 심경이 복잡해 보인다. 어떤 것을 높이고, 어떤 것을 낮춰야 세수중립을 이루고 저항이 최소화 될지 골몰하는 분위기다. 세제개편의 당위성이 약화된 것도 아닌데, 지레 몸부터 사린다. 이러다 모처럼 힘을 받은 개편논의가 사그러들까 우려스럽다. 

그런가하면 한전은 아직 원가대로 요금을 회수하지도 못하면서 정부 눈치만 살핀다. 천문학적 부채를 떠안은 채 모처럼 반짝 순익을 낸 것이 무슨 죄인냥 행동한다. 물론 이면에는 '방만경영'이란 표찰을 목에 걸고 겁박을 주는 정부가 있다. 연내 추가 인상의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값싸고 질좋은 에너지의 혜택을 누리려할 뿐 정당한 대가를 치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은 진리다.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풍선처럼 부푼 공공부채, 불안한 에너지 수급시스템의 피해자이자  책임자도 결국 국민이다.

혹자의 표현처럼 우리사회는 소위 '기든스 딜레마(Giddens' dilemma)'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녹색성장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등의 실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세제 개편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 에너지세제 및 관련 부담금 세율 현황 (2013년 7월 기준)

에너지세제 개편, 원별 과세 형평이 쟁점
2001년 1차 에너지세제 개편과 2007년 2차 개편에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3차 에너지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현행 세제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 지적됐듯 에너지원간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고, 수요관리 측면에서도 변화된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기존 세제 및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특히 전기요금의 경우 원가에 기반한 요금수준을 정상적으로 반영해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세제 개편의 조준경은 그간 면세 혜택을 받아온 에너지로 향하고 있다. 이미 작년말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발전용 유연탄에 kg당 30원(초기 탄력세율 21원)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고 LNG(kg당)와 등유(ℓ), LPG가스(kg)는 지금보다 각각 18원, 32원, 6원씩 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높은 환경부하에도 불구하고 비과세 혜택을 받아온 유연탄에 새로 과세하는 대신 관세(3%), 개소세(㎥당 60원), 수입부과금(19.6원), 안전관리부담금(3.8원) 등을 물어 부담이 무거운 LNG와 대체 연료는 세율을 낮춰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맥락에서 차기 세제 개편의 대상은 전기와 원자력이 될 공산이 크다. 현행 세제상 원자력은 유연탄, LNG 등과 함께 목적세인 지역자원시설세를 물고 있다.(kWh당 0.5원) 하지만 연료(우라늄)에 대한 과세는 없고 사용후핵연료관리부담금 등의 각종 부담금만 물고 있다. 

또 전기(전력) 역시 요금의 3.7%를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걷어가지만 2차 에너지란 이유로 소비세나 부과금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요금 통제를 받는 전기는 2000~2011년 사이 연료인 석유류 가격이 150% 이상 오를 때 21%만 인상돼 과소비와 전환수요, 수급불안을 유발했다.

허경선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원간 조세 불균형은 에너지 상대가격을 변동시켜 원간 소비대체 현상과 자원배분 왜곡을 초래한다"며 "발전단가가 낮은 유연탄과 원자력에 대한 개소세 면제와 정부 전기요금 통제는 필요이상의 과소비를 발생시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비용 반영해야'…원자력稅 신설 논의
에너지세제 개편을 앞두고 제기되는 또다른 이슈중 하나는 현 세제가 에너지이용에 따른 외부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발의된 탄소세나 기후정의세 법안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세제개편에 접근하고 있으며, 주로 석탄과 원자력, 전기에 대한 과세를 요구하고 있다.

먼저 원자력에 대한 과세 신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고위험 등 사회적 비용을 내재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현재 원자력에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OECD국가중 일본, 독일 뿐인데다 일본은 지방세로 이를 징수하고 있고, 독일은 합법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일본은 후쿠시마 등 13개 현에서 지역 원자력발전소 핵연료 사용량에 비례해 우라늄 가격의 8~13%까지를 핵연료세나 핵연료취급세로 부과한다. 독일은 2011년부터 원자로내 우라늄에 g당 145유로의 원전연료세를 물리고 있으나 원전사업자가 합법성에 어긋난다며 환불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국내 원자력 과세는 해외처럼 연료에 직접 과세하는 방법과 원전 생산전력에 과세하는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중 연료 과세는 우라늄 수입단가에 일정 세율을 부과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원전 발전원가에서 연료가격 비중(10% 미만)이 워낙 적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kWh당 원전 연료비는 3.6원에 불과하다. 다른 대안인 생산전력에 대한 과세는 LNG 열량을 기준으로 유연탄 개소세를 산정했듯 원자력에도 LNG에 준하는 열량과세를 부과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기본세율은 kWh당 9~13원 사이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에너지세제는 핵위험비용이나 갈등비용 등 각종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과세와 원인자부담원칙 적용이 미약한 실정"이라며 "이처럼 외부비용이 시장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사회후생의 감소를 초래하므로 조세 등으로 시장가격을 내재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해외 가정용·산업용 전기 소비세 (단위: usd/mwh) ⓒ조세재정연구원

전기에 소비세 부과하는 것이 궁극적 해법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론 이런 방식의 연료에 대한 과세가 조세 형평성이나 수용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으나 장기적으론 OECD국가들처럼 최종 전력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이 가격조정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합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OECD회원국은 산업용이나 가정용 전력에 별도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른바 '전기稅' 과세국은 일본, 네덜란드,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핀란드, 덴마크, 벨기에, 그리스, 터키, 스웨덴, 폴란드,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20여개국이 넘는다.

이들은 가정용에 MWh당 최저 1달러에서 최고 143달러, 산업용에 최저 3달러에서 최고 110달러의 소비세를 부과해 과소비를 억제하고 합리적인 소비행태를 유도하고 있다. 단 전력에 소비세를 과세할 경우 발전연료에 이미 부과된 개소세는 이중과세 방지 차원에 환급(폐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경선 연구위원은 "전력에 대한 과세는 최종소비물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소비세의 취지를 살리고 발전 연료 과세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발전 에너지원의 세제 구조도 전기에 대한 소비세 부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에너지세제 개편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태로든 요금이 인상될 경우 예상되는 산업계와 국민의 거부감과 반대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난제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요금 현실화가 중장기적으로 국가와 산업경제에 실익이 된다는 사실을 끈기있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국내 매출순위 상위 2%의 기업은 OECD국가평균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요금을 내면서 전력의 65.3%를 소비하고 있다"며 "기업이 전기를 많이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잘못된 가격신호로 오남용이 있다면 그건 정책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의 반값 전기요금은 전력다소비 산업구조를 고착화하고 고효율 설비와 공정, 신재생에너지 등 혁신기술과 제품을 죽이는 근본 원인"이라며 "오히려 대수용가(산업용)의 요금 정상화는 기업성장과 내수기반 성장동력 및 일자리 창출에도 막대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가격의 합리적 조정은 경제적 부담이 아닌 기술개발과 시장기능 확대 등을 도모하는 순기능 측면에서 고려되고 추진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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