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화로 매년 운반원가 10% 상승 과제…"5년 후면 가행 어려워"
광물공사 '해피CEO프로젝트'로 신수갱 건설 제2 도약 발판 마련

 

 위에서 본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 전경.

[이투뉴스] '둥~', '둥~', '두~~~웅'

직경 1m 가량의 돌덩이가 지름 2.4m, 깊이 360m 구멍 안으로 떨어졌다. 저밑 바닥에 닿은 돌은 그 무게와 속도의 힘을 알리듯 '둥~' 소리와 함께 지면에 미세한 진동을 줬다. 연거푸 열 차례 울리더니 구멍에서 힘찬 바람이 올라온다. 바람에 머리가 흩날리는 와중에, 360m 밑에서부터 올라온 듯한 많은 먼지에 시야가 흐려진다.

▲ 굴착기 rbm의 기둥이 지면에 박혀 있다(왼쪽). 이 기둥은 지하 360m로부터 올라온 것. 승갱단 직원이 버튼을 누르자 한참 윙~ 소리를 내며 돌던 rbm의 칼날이 지표면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오른쪽).

"운 좋은 겁니다. 공사 내 직원들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에요"  

지난 11일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광석을 상업 생산하는 광산이다. 벌어진 틈으로 바람이 올라오자 누가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한 마음으로 손뼉치던 현장 직원들의 모습을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양수원 한국광물공사 동반성장팀장이 입을 열였다.  

리밍공 굴착을 완료한 장비는 중량 11톤에, 수직방향으로 최대 심도 600m 능력을 갖는 굴착기 RBM(Raise Boring Machine)이다. 로켓발사대 모양을 한 RBM은 지면에 작은 구멍을 내 유도공을 360m 굴하 후, 밑부분에 2~3m 짜리 칼날을 달아 잡아당기며 돌리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작업자들은 이 과정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갈린돌만 주워 나르면 된다.

이날 현장에서는 칼날이 회전하며 돌을 갈아 360m 밑 바닥부터 길을 내며 올라오다, 지면을 뚫고 나오는 마무리 작업이 이뤄졌다.     

광물공사는 RBM을 통해 단 두달이 채 안돼 360m를 뚫어냈다. 양 팀장은 "지난 1월 21일 광물공사 마이닝센터 승갱단들이 장비를 옮겨와, 세팅해 2월 5일 착공식 후 한달 보름 만입니다"라며 "본래 갱도를 내는 방법은 꼭대기에서 우물을 파듯 뚫고 내려가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돌덩이들은 크레인으로 퍼올립니다"라고 설명했다. 360m까지 내려가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건 당연지사다. 

RBM은 본래 심부화된 광산의 통기 목적으로 사용되던 기계다. 깊은 지하는 높은 온도와 산소 부족으로 작업환경이 좋지 않다. 광물공사는 갱내에 구멍을 내 공기순환을 유도했다. 공기순환에는 지름 2.4m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수갱 건설을 위한 용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수갱은 수직갱도(垂直坑道)의 줄임말로, 지각의 내부에 수직으로 들어가는 갱도를 일컫는다. 갱도는 엘리베이터의 원리로 지하 심부에서 캔 광체를 올리는 길이다. 물건을 들어올리기 위해서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는 지름 6m, 깊이 670m의 신규수갱 건설을 계획했다. 

신수갱은 신예미광업소에서 생산되는 연간 170만톤의 철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신예미광업소는 수갱 한 개와 갱도 한 곳을 통해 출광하고 있는데, 기존 수갱은 300m 깊이로, 60~70년대에 만들어져 힘이 저하되고 안전장치도 많이 떨어진다. 또 과적량이 한번에 4톤으로 매우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신예미광업소는 이외에 갱도를 통해 375m 하부에서부터 덤프트럭으로 운반해 그 출광량을 분산하고 있다.

출광 도식도. 왼쪽 파란 기둥이 신규수갱(670m), 그옆 빨간 기둥은 기존 수갱(300m), 오른쪽의 빨간길은 덤프트럭을 통해 이동하는 갱도. 수갱을 통한 출광은 운반비용이 덤프트럭을 통해 긴거리를 달려야 하는 갱도의 20~30% 선이다. 

이상환 신예미광업소 소장은 "수직 높이가 375m라면, 갱도는 3km 이상을 내야 합니다"라며 "덤프트럭으로 3km 거리를 운반하면 장비, 기름값, 그 외 차량유지비 등 운반비용 지출이 상당랍니다. 더욱이 심부화로 심화로 매년 운반원가가 10%씩 상승해 현재의 가격 하에서는 6년이면 적자로 전환돼 가행불가 결론이 날 것 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고정식 사장이 부임 후 오랜시간 기술력을 축적한 광물공사가 "중소광산에 실질적 지원을 해주자"고 제안하며 기획한 '해피CEO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신예미광업소와 공사는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신수갱 건설 방법을 논의한 끝에 신규 수갱건설 기술, 3D광체모델링, 신규수갱 건설의 안정성 평가 등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공사는 3D광체모델링을 통해 신규수갱의 최적 위치를 선정하고, 선행 시추 시행으로 땅속 상태도 체크했다. 광채와 근거리이며, 주변 지질상황이 양호한 곳이 최적이다. 땅속 바위라도 제각각이다. 부슬부슬 금이가거나 석회동굴처럼 공동이 있는 부분도 있다. 이를 모두 피해야 한다.

신규수갱 건설 방법은 RBM 응용을 결정했다. RBM은 파이프 바닥에 2m 길이의 칼날을 직접 달아야 하므로 갱내 370m 깊이까지 난 길을 통해 내려가 칼을 달고, 360m부터 갱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작업은 신수갱의 목표 크기인 지름 6m, 깊이 670m까지 넓히고, 심화하는 것. 장시준 광물공사 마이닝센터 소장은 "남은 작업은 폭약을 넣어 발파해 지름을 넓히고, 남은 310m 구간은 위에서 파내려가는 기존 방식대로 할 것"이라며 "광물공사의 기술지원을 완료됐습니다. 이제부터는 한덕철광이 시행사업자를 선택해 남은 시공을 마무리 할 것 입니다"고 말했다.

한덕철광은 이후 수갱을 310m 추가로 내며, 갱도 심화도 병행한다. 

신예미광업소 이 소장은 "공사 덕분에 공기가 상당히 단축됐습니다"라며 "건설될 신수갱은 1500kw의 힘으로 운행속도 12m/초, 과적능력은 19톤이나 됩니다"라고 자랑했다. 500kw인 기존 수갱 보다 힘이 세 배나 좋고, 과적용량도 4톤에서 네 배를 뛰어넘는다.

이를 듣고 있던 장시준 소장은 "설계기준 규격은 170만톤이지만, 실제는 200만톤 가량을 올릴 수 있는 힘입니다. 현 가채광량이 4000만톤이라면 신수갱 건설로 앞으로 20년 동안을 걱정없이 가행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굴삭 현장은 이곳 직원들에게도 흔치 않은 장면. 다들 핸드폰을 들이대고 영상을 담기 바쁘다(위). (왼쪽부터)양수원 공사 동반성장팀장, 승갱단 4명, 장시준 공사 마이닝셍터 소장(7번째), 이상환 신예미광업소장(8번째)이 이날을 기념했다(아래).
신예미광업소는 신수갱 건설로 운반비의 70~80%가 줄어, 연간 214억원(170만톤 기준)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게 됐다. 그뿐 아니라 신수갱 위치 선정을 위한 3D광체모델링 심부광체를 추가로 발견해 2800억원의 기대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장 소장은 잠시 회상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덕철강 신예미광업소 역사는 내가 가장 잘 알겁니다. 정식으로 현장개발을 시작한 1990년대 제가 평가를 담당했습니다. 2000년대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다 사업을 재개할 때도 제가 담당이었죠. 참 인연이 많은 곳이에요"라며 애정을 표했다.

현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지난 2개월 간 집떠나 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4명의 마이닝센터 승갱단이 떠날 채비를 한다. 신예미광업소 이 소장은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이에 공사의 한 직원도 "마이닝센터 승갱단은 한번 작업을 할때마다 2~3개월 씩 집을 떠나 현장에서 지지냅니다"라며 "지반이 약해지는 겨울에는 작업을 쉬는 데 이번 신수갱 사업으로 유일하게 쉬는 시간까지 일을 하게된 것이죠"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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