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 인프라·세계 1위 전기품질은 성과

[이투뉴스] 국내 최초의 발전설비는 1887년 3월 6일 경복궁에 처음으로 전등불을 밝힌 에디슨 전기의 석탄 증기발전기였다. 당시 건청궁 앞 향원정에 자리잡은 이 발전기는 16촉(W)짜리 백열등 750개를 켤 수 있는 성능을 자랑했다. 지금으로 치면 소형 비상발전기 축에도 못들지만, 한국의 전기문명시대를 연 최초의 발전설비로 역사적 의미는 각별하다.

그로부터 127년이 흐른 2014년 4월의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발전설비와 첨단 전력공급망을 자랑하는 전력 선진국으로 변모했다. 820여개(신재생 제외)의 대형발전소를 총연장 3만1600km의 송전선로(765·345·154kV기준)가 하나의 망(網)으로 엮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풍부하고 질좋은 전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연간 전력소비량은 48만GWh에 달한다.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더불어 세계 10위권(발전량 기준)의 인프라를 구축한 우리 전력산업은 내년말께 또 하나의 기념비적 역사를 다시 쓸 전망이다. 2013년말 현재 8696만kW를 기록한 전력 설비용량이 1억kW 시대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고도성장을 거듭해 온 전력산업의 현황과 그간의 성과,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전력산업 비약적인 성장…세계 10위권 랭크
작년말 기준 국내 발전 설비용량은 8696만8900kW다.(1GW=1000MW=100만kW) 설비용량으로만 보면 LNG가 190기 25.7GW(29.7%)로 가장 많고 뒤이어 석탄화력(유연탄) 81기 24.1GW(27.7%), 원자력 23기 20.7GW(23.8%), 신재생(수력포함) 5680기 5.2GW(6.1%) 순이다. 기저발전기(중앙급전)대 일반발전기의 비중은 52.6대 47.4다.

발전사별 설비용량(신재생 포함) 비중은 한국수력원자력이 29.9%(26.0GW)를 점유하는 가운데 동서발전 10.7%(9.3GW), 남부발전 10.6%(9.2GW), 중부발전 10.3%(8.9GW), 서부발전 10.2%(8.9GW), 남동발전 9.5%(8.2GW) 등 발전 6사의 비중이 80%를 넘었다. 기타 회사로는 포스코에너지(3.3GW), MPC율촌(1.5GW), GS EPS(1.4GW), 지역난방공사(1.4GW), 수자원공사(1.3GW) 등이 1GW 이상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전력 거래량(2013년 기준)을 기준으로는 석탄화력이 39.0%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뒤이어 원자력 27.6%, LNG 25.0%, 유류 3.1%, 국내탄 1.5%, 부생가스 1.4%, 양수 0.9%, 수력 0.7%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원전 위조부품 사태가 아니었다면 원자력은 30%대를, LNG는 20%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국내 발전설비는 위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2012년 기준 국내 설비용량은 중국(1146GW), 미국(1025GW), 일본(285GW), 러시아(223GW), 인도(189GW), 독일(153GW), 캐나다(132GW), 이탈리아(122GW), 프랑스(119GW), 브라질(106GW), 스페인(103GW), 영국(88GW) 등에 이어 세계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발전량을 기준으로는 세계 10위다.

전력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발전설비 이용률은 69.6%로 설비용량 상위 20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또 품질의 척도인 주파수 유지율(60Hz)도 최근 3년간 99.99%를 꾸준히 유지했고, 2009~2012년까지 99.99%를 유지했던 계통의 전압유지율은 지난해 기어이 100%를 달성했다. 이 정도 규모의 단일 전력망을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로 운영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 전력설비 용량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국제적 위상을 달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46GW였던 설비용량은 2013년 86GW로 배 가까이 증가했고, 6차 전력수급계획 상 오는 2027년에는 또다시 갑절의 성장을 통해 160GW로 늘어날 전망이다. 만약 이 기간 남북통일이 실현돼 대규모 설비증설이 뒤따른다면 규모면에서 세계 5위권 진입도 예상 가능하다.

단기 현안 회피 정책은 미봉책…통제 대신 시장 자유화 필요   
하지만 최근 십수년만에 비약적으로 덩치를 키운 우리 전력산업은 외형과 달리 내적성장 부문에서 아직 갈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우선 공급 측면에선 적정 예비력을 얼마나 가져가야 할지를 두고 여전히 과소-과대 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한쪽에선 과잉 예비력을, 또다른 쪽에선 수급난을 걱정한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기비중의 증가를 억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으나 전기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발전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리하고 깨끗해 에너지소비의 전기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OECD국가의 전기 비중(최종에너지중)을 2011년 21%에서 2035년 25%로 높여 전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소비의 증가가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유발하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행 전력수급 대책은 중장기적, 전략적 관점이 결여된 현안 회피적 성격이 강하다"며 "송전선로를 불필요하게 건설할 필요는 없으나 그렇다고 이를 억지로 회피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집중식 기존 공급시스템은 분산형 전원으로, 공급위주 수급계획은 수요관리 위주로 각각 전환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했으나 경직된 기존 전력시장 시스템 속에서 이들 수단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팽배하다. 

이런 시스템 도입에 앞서 분산형 전원 촉진을 위한 송전요금제 시행과 전면적인 시장 자유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에 발전소 위치에 따라 차별화된 송전요금표를 마련하고 있으나 명확한 사유없이 이 규정의 시행을 유보하고 있다.

또 이웃나라 일본이 이달 에기본 3차 개정안을 통해 시장 전면자유화를 선언하는 등 OECD 대부분의 국가가 전력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시장을 자유화한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정부의 통제와 규제 아래 소극적인 시장개방을 유도하고 있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과제로 제시한 분산형 전원의 촉진을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시장을 자유화함으로써 최종 소비자가 곧 생산자인 진정한 에너지수급구조의 분산화를 위한 기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개별적 현안에 허우적거리지 않고 시장 자유화라는 큰 틀 속에서 정부의 담대한 정책 전환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일 시대 대비도 전력산업의 현안 과제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인 '통일시대 대비'와 보조를 맞춰 전력산업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의하면 통일 전후 10년간 필요한 대북 인프라 투자는 94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이중 전력·가스 등 에너지 인프라 투자는 2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력과 관련된 대북 개발협력 사업으로는 전력연계망 구축, 북한내 기존 화력발전소 현대화 사업 등이 예상되고 있으며, 남-북-러시아간 천연가스 공급망 건설은 천연가스 도입가격을 낮춰 전력생산비 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펴낸 '통일 한국의 경제적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 한국의 제조업은 중공업을 중심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산업구조에서 중공업과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일 직후 각각 9.9%, 35.8%에서 2050년 31.3%, 53.5%로 크게 증가해 안정적 전력공급이 현안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지난해 창사 12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의 변화가 일어나면 정부방침에 따라 단기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해 놓아야 한다"며 "모든 지혜를 모아 놓고 있다가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자는 방침이 서면 정부를 지원하는 중심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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