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력수급 구조개선 서둘러야 한다
[칼럼]전력수급 구조개선 서둘러야 한다
  • 이창호
  • 승인 2014.04.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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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 센터장 (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
센터장 (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지난겨울 따뜻한 날씨 탓 때문인지 우려와는 달리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수년간 전력수급 불안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올해부터는 대규모 신규설비가 준공된다고 하니 당분간 한시름 놓아도 될 것 같다. 1월 발표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의 전력수급구조의 틀이 크게 바뀔 것 같다. 분산전원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수요관리를 강화하여 공급부족과 대규모 송전 등 현재 우리 전력수급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들은 사실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되던 것으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매번 대규모 전원개발이라는 쉬운 선택과 산업논리에 묻혀 지금까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력과 에너지문제를 더 이상 현재의 상태로 방치하기에는 우리의 전력수급구조가 이제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산업체에 값싼 전력을 공급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값싼 전력을 공급한다고 서비스산업이 활성화되고 부가가치가 높아지는지도 의문이다. 반대로 주택용은 과도한 누진제로 소비를 억제하는 70년대식 전력공급방식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사업자가 원하는 전기를 싸게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국가나 전력회사의 책무라는 공급논리가 아직도 전력수급을 주도하고 있다.

대규모 발전단지를 조성하여 대용량 초고압 송전으로 수도권이나 산업단지 등 부하집중지역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공급중심의 방식은 입지 환경 안전 등 사회적 수용성의 저하로 인해 더 이상 이전처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지금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설비만 하더라도 기존설비와 70%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로 새로운 접근방식 없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공급측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분산전원이고 수요측 대안이 바로 수요관리다. 해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전력수급은 오히려 반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있던 산업체 자가발전의 비중은 대폭 줄어들었고 수요관리도 스마트그리드라는 포장만 빼면 구두선이 된지 오래다. 그나마 수급불안에 발목이 잡혀 정작 중요한 에너지절약은 뒷전으로 밀려 난지 오래다. 이런저런 국가계획들이 만들어지지만 수사에 치우쳐 실천에 대한 담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수요관리는 수요촉진이 되버렸고 분산전원보다는 기존의 집중방식을 스케일 업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책방향과 실제 현상과의 놀라운 역주행은 어쩌면 현상에 대한 자기고백과도 같아 보인다. 계획때 마다 반복되는 선언적 접근방식으로는 결코 지금과 같은 전력수급의 심각한 왜곡을 바로잡기 어려울 것이다.

혹자들은 시장기능을 제대로 작동케 하면 해결된다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언제 어떻게 작동케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처럼 이상하게 돌아가는 전력수급의 상태를 마냥 방치 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당초 있지도 않은 전력시장을 향해 메아리 없는 주문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할 때다.

먼저 분산자원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원구성의 다양화를 제도화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열병합발전을 중심으로 전력의무구매, 구매연료 세제지원, 금융지원 등 다양한 지원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20년까지 전체 전력생산량의 25%를 열병합 등 분산자원으로 공급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20kW 이하의 초기 보급을 위해 매년 2000만 유로의 설치 지원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2020년까지 피크부하의 25%를 분산전원으로 담당하는 목표로 강력한 인센티브제도를 시행중이다.

우리도 획기적인 분산전원 확대를 위해서는 산업체와 건물의 자체수요 충당을 위한 자가발전 비중을 높이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지난 수년간 분산전원을 확대하고자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어 왔지만, 결국 연료가격상승과 요금체계의 경직성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분산자원의 보급을 가로막고 있는 가스요금 등 제도적 장애요인도 이번 기회에 획기적으로 고치고, 우리 실정에 맞는 분산전원의 기준과 표준사양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향후 보급가능한 분산전원의 잠재량을 평가하고 송전회피, 환경편익,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전력계통 공급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량적 분석 등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분산전원의 경제성도 다시 짚어보아야 한다. 만약 수요중심지에 중소규모의 분산전원이 들어선다면 지금까지 겪어왔고 앞으로 다시 재발할 수 있는 입지, 송전, 환경, 수요증가 등 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전력소비에 대한 과감한 수요억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격과 요금 탓으로 보낸 시간이 벌써 몇 년인가? 전력이란 재화가 가격신호에 의해 완전경쟁 상품처럼 시시각각 수급조정이 가능하다면 어차피 지금까지 논의된 문제들은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격이 수많은 구매자와 판매자에 의해서 완벽하게 작동하는데 수요관리가 왜 필요하겠는가? 이제라도 전력수요절감의무제(EERS) 등 사희적 차원에서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싼 전기를 내 맘대로 쓰겠다고 하는 개개인의 이기심을 탓할 필요는 없지만 언제 작동할지도 모르는 가격신호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는 설사 시장원리가 작동한다 하더라도 정책개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재화이고 특히 우리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전력수급의 안정성과 수용성을 제고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전력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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