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망 건설 애로, 원거리 대규모발전으론 전력수급 불안
송전요금제도 시행 및 송전손실계수·혼잡비용 등 반영해야

"거스를 수 없는 분산전원…열병합에 맡겨라"

[이투뉴스] 우리나라 전력공급시스템은 세계 최고로 꼽힌다. 송배전손실률을 비롯해 주파수 안정 등 전력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성 모두 여느 선진국에 전해 뒤지지 않는 최고수준의 고품질 전력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 전력계통이 고립돼 주변국의 도움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주목해야 할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특징이다. 여기에 전력 생산은 남부지방 등 해안가에, 소비는 수도권 지역에 편중되어 전력의 장거리 수송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공급시스템을 갖춘 것은 한국전력이라는 단일 회사를 중심으로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다중환상망(Multi-loop) 형식의 신뢰도 높은 송배전계통과 감시제어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같은 우리만의 장점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밀집된 전력망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전력 다소비지역과 발전소 소재지 간 불일치로 수도권 방향의 북상조류는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

해안가 대형발전단지 건설이 지속되는 반면 송전선 건설이 제대로 뒤따르지 못 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실제 영동 및 중부권에 잉여 발전력이 증가하고 있고, 영동권에서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수송량도 대폭 늘었다. 지역연계 송전망 역시 성능초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영동과 중부지역에서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연계망이 특히 어렵다.

정부 역시 이같은 점을 들어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분산형 전원을 2035년 발전량 기준 15%까지 보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수단과 지원방안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분산전원 대두배경 및 개념전환
많은 전문가들은 수도권 방향 송전망 포화상태로 전력망의 과부하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최고 수준의 송전망 밀집도와 함께 밀양사태 등으로 추가건설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지역별 전력소비 및 발전량을 비교해보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수요대비 발전량이 3∼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영남과 충청, 호남 모두 소비량에 비해 발전량이 많아 결국 이 전기가 송전망을 타고 수도권으로 와야 되는 실정이다.

결국 이같은 측면에서 분산형 전원 활성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불어 전통적 소규모 분산전원으로는 수도권 전력망 과부하를 해소하는데 역부족인 만큼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한국형 분산전원으로 개념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분산형 전원의 전통적 개념은 국가별로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수요지에 인접, 소용량(20MW 이하)으로 지역배전망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을 말한다.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 해당 지역에서 쓰는 형태다.

하지만 분산전원 중 소형(자가)열병합, 자가용 비상발전기 등은 대부분 낮은 경제성으로 보급이 정체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소형열병합의 경우 가스비가 오르면서 경제성이 상실돼 미가동되거나 철거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비상발전기 역시 관리미흡으로 고장·방치사례가 늘어 전력피크 시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미래에는 분산전원으로서의 충분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태양광·연료전지는 설치비가 비싼 반면 경제성이 낮아 보급 확대가 어렵고, 생산이 일정하지 않아 전력피크 기여도가 낮다는 것이 단점이다. 결국 상당수 전문가들은 수도권 전력망 과부하 문제를 전통적 소규모 분산전원을 통해 해소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점에서 주목하는 것이 바로 집단에너지 설비다. 전력수요지에 위치하는 것은 물론 전력수급에 기여할 수 있고, 전력피크 시 즉각 운전 가능한 열병합발전이 한국형 분산전원으로서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난방열을 공급하므로 수도권 도심 입지가 가능하고, 에너지이용효율이 높아 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는 경제성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집단에너지업계 역시 전력피크에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고, 대용량(500MW이상) 시설이 가능해 송배전 손실저감 효과가 크고, 전력계통 기여도 높은 열병합발전소를 확대 보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이 수도권 전력망 과부하 문제를 해소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보유한 만큼 분산전원 개념을 전환·확대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 한국지역난방공사 화성열병합발전소.


유럽은 물론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에너지이용 효율과 환경개선효과 등을 감안, 분산전원으로서 열병합발전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열병합 발전비율을 보면 덴마크가 47%에 달하고, 핀란드 34%, 네델란드 29%, 독일 13%나 된다. 또 미국과 일본 역시 에너지이용효율 제고를 위해 15% 이상의 열병합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소형열병합이나 신재생에너지, ESS 등 전통적인 개념의 분산전원은 충분한 장점에도 불구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만, 집단에너지용 중대형 열병합발전의 경우 특별한 재정지원 없이도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란 진단이다.

◆수도권 열병합발전 현황과 문제
지난해 수도권 집단에너지사의 발전용량은 3GW를 훌쩍 넘어섰다. 실질적으로 열병합발전소 역할을 하는 안산 S파워까지 감안하면 4GW에 육박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화성과 파주열병합을 기점으로 중대형 발전소가 대거 지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난의 통탄2, GS파워 안양열병합, GS에너지 광명시흥, SK E&S의 하남 미사와 위례신도시, 대성코젠의 오산 등 대용량 열병합발전소 건설계획이 늘어나면서 향후 10GW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집단에너지업체는 아니지만 분당과 일산복합, 인천지역 LNG발전소의 개체 및 열병합 전환이 이어질 경우 발전용량은 더 커진다.

하지만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과 수요지에 인접한 입지 장점 등에도 불구하고, 가스·전력시장에서 열병합발전에 대한 적정보상이 미흡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수도권 집단에너지사업자 중 한난과 GS파워, 안산도시개발 등 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에 허덕인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가장 먼저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역시 100MW를 기준으로 도매(가스공사)와 소매(도시가스회사)로 이원화돼 있는 가스공급시스템이다. 이 차이로 인해 대·중소규모 사업자간 가스연료비 차별이 발생, 100MW 이하 발전소를 운영하는 중소규모 사업자는 연료비에 있어 6∼8% 추가부담이 발생한다. 연료비 원가가 75%를 넘는 발전사업에서 연료비 6∼8% 차별은 극복할 수 없는 장애라는 지적이다.

또 용도별로 나눠지는 가스요금 역시 집단에너지사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즉 산업용에 비해 열병합 및 CES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연료비가 높을 뿐 아니라 열전용보일러용은 주택난방용보다 공급비용이 더 높은 실정이다.

전력시장에서의 보상에서도 열병합사업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열병합발전이 제공하는 각종 계통편익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수도권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유인이 부족하고, 전력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 전력시장 용량요금제도 하에서는 수도권 도심의 비싼 부지에 지어진 열병합발전에 대한 투자비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특히 집단에너지 중  CES사업은 분산전원 확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으나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경영난이 가중돼 이탈하는 곳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한전요금에 연동돼 있어 생산원가 이하로 억제되기 때문에 적자 상황이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

◆말뿐인 분산전원, 제도개선 뒤따라야
전력당국도 수도권 전력망 과부하 문제와 송전선 건설 애로를 풀기 위해선 분산전원이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에는 모두 동의한다. 2035년까지 분산전원을 발전량 기준 15%를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어떤 분산전원을 어떻게 건설해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모든 논의가 전력당국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중 연료비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우선 열병합용 도매공급비용을 산업용 공급비용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그 차액을 발전용 수요군에서 부담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기존 도시가스 소매사업자의 매출저감 등 반발요인도 있으므로 개별 사업자간 계약의무를 고려해 단계별로 적용하자는 얘기다.

장기적으로는 먼저 100MW를 기준으로 나눠진 이상한 공급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100MW라는 용량구분 없이 모두 가스공사 직공급을 통해 가스연료비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일한 가스보일러인 점을 고려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열전용보일러 역시 주택용 난방요금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력부문에서도 열병합발전이 에너지이용효율이 높고, 분산전원으로서 계통편익이 높은 만큼 적정한 보상을 통해 어려운 점을 해소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과 정부재정 지원이 아닌 발전보상 재분배를 통한 시장매커니즘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송전비용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는 한전이 부담하고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있으나 이를 차등해서 부과해야만 수요지 인근에 위치한 발전소와 원거리 발전소 간 역차별이 해소된다. 이 경우 평균 송전비용 보상으로 한전의 전기구입 금액 상승분과 발전사에 부과되는 송전비용이 일치하므로 전기요금 상승요인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실 송전요금제도는 이미 2003년에 제정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시행이 유보되고 있다. 따라서 송전요금 제도의 전격시행은 물론 송전요금의 지역별 계수를 확대하고, 기본요금도 지역별 계수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집단에너지업계는 2007년 도입됐으나 현재 70%만 시행중인 송전손실계수(TLF)도 하루빨리 100%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요지 인근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에는 평균송전비용과 송전망이용요금의 차액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열병합발전 확대를 위해선 열제약발전에 대한 보상차별 역시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산 시 전력계통 필요에 의한 초과발전량에 대해서도 전기 생산모드(모드3)로 정산하고 있으나, 이를 열+전력 생산모드(모드1) 발전원가로 정산토록 전력시장운영규칙을 바꿔야 최대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에너지 관계자는 “분산전원 확대를 열병합발전만으로 모두 충당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집단에너지 확대가 분산전원 및 송전망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