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환경 살리자는 신재생, 오히려 환경이 가로막아
[특집] 환경 살리자는 신재생, 오히려 환경이 가로막아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4.05.12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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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규제로 옴짝달싹 못하는 풍력발전, 조력발전도 올스톱
산림청 규제는 일부 해소 움직임…환경·산업부 협업이 관건

▲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환경규제로 개점휴업인 가운데 환경보전과 신재생 보급확대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투뉴스] 바람이 만드는 에너지, 풍력발전은 현재 경제성 및 기술적 성숙도가 가장 뛰어난 신재생에너지원이다. 발전단가 측면에서도 신재생에너지원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높다. 이미 천연가스나 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한 발전단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그리드 패리티(풍력발전 단가가 화석에너지 전력단가와 동일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풍력산업은 제조부터 설치·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복합된 것으로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고용효과가 매우 크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선산업과 상당히 유사해 미래먹거리로서의 성장잠재력도 크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내노라하는 조선사가 모두 풍력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해양에너지 중 선두주자인 조력발전 역시 무한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서해안의 조석현상 시 일어나는 해수면의 높이 차를 이용해 여타 신재생에너지원과는 달리 날씨와 상관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미 시화호에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세계적으로 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원 중 으뜸의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15년간 연간 20%씩 성장, 2013년 현재 총 발전설비용량이 318GW에 이른다. 해상풍력의 성장세에 따라 유통성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오는 2030년에는 2000GW를 뛰어넘을 것이란 세계풍력업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 보급이 사실상 정체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 국내 풍력과 조력의 보급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놓여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 분야와의 갈등 때문이다. 환경을 살리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오히려 환경문제로 인해 보급이 지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 육상풍력 입지 가이드라인이 환경규제 촉발
국내에 풍력발전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한 해 100MW가 넘는 신규 발전설비가 세워진 2006년부터다. 이후 매년 적게는 20∼30MW에서부터 많게는 105MW까지 꾸준히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총 설치용량의 4배 가까운 1.8GW 가량이 환경영향평가 및 인허가 지연으로 겉돌고 있다. 지난해 78MW가 새로 설치되긴 했으나 오래전 허가받은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투자가 중단됐다는 것이 풍력업계 지적이다.

국내 풍력발전 인허가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은 2007년 4월 생태자연도 등급이 고시되면서 이전과 달리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이 일부라도 포함되면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서서히 시작됐다. 이후 태기산과 영양풍력 등 일부 풍력발전단지의 건설과 관리과정에서 생태계 훼손논란이 발생한 이후 환경단체 및 관련 연구기관이 풍력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주장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갈등은 본격화됐다.

점차 강화로 치닫고 있는 환경규제로 인해 육상풍력이 더디게 진행되자 그간 산업부와 환경부, 기획재정부, 녹색성장위원회가 나서 부처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대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환경부가 내놓은 ‘육상풍력 입지 가이드라인’이 지난해 10월 공개되면서 풍력발전과 환경당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풍력발전이 백두대간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왜곡된 보도까지 쏟아지면서 환경단체와 주민들까지 풍력발전 반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실제 근래 추진되는 풍력 프로젝트 중 법률상 백두대간에 위치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환경부 가이드라인 역시 초안을 공개한 이후 산업부와 업계 반발로 확정이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일선 현장에선 지침으로 작용, 도화선 역할을 했다.

상황이 여기에 다다르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실질적인 규제완화를 지시했다. 현장에 있던 산림청장은 즉각적인 규제개선을 약속했고, 풍력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점차 그 방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진입도로 문제와 국유림 대부 등 상당수 쟁점이 해결, 법제화 과정만 남았다. 다만 환경부는 아직 구체적인 환경보전과 접점을 이루는 풍력발전 활성화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가로림만 등 조력발전도 개점휴업
 RPS 도입으로 붐이 일었던 조력발전소 건설이 환경단체 등 주민들의 지속적인 반대와 환경당국 및 정치권까지 부정적 의견을 내놓으면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먼저 서부발전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가 우여곡절 끝에 보완 제출됐지만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많아 성사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충청남도는 가로림조력발전 검토의견서를 통해 거의 유일한 내만 갯벌인 가로림에 조력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주민간 의견이 갈리는 만큼 사전에 갈등 해소방안을 마련한 후 재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여타 기관 역시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내지 불가 입장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같은 부정적 기류는 환경부의 최종 승인 여부에도 영향을 줘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수원이 추진하는 인천만 조력발전 역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지역주민들의 지속적인 반대와 함께 조력발전 건설을 반대하는 정치권의 입김이 여전하다. 결국 국토해양부가 사업계획서를 반려하면서 한수원도 조력발전 추진을 기약없이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강화조력, 서해대교 인근의 아산만 조력발전 역시 추진 주체와 지역주민의 갈등, 지자체의 눈치 보기 등으로 당초 추진계획에서 한 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남해안에서 추진되는 조류발전 역시 울돌목에 시범 설치했으나, 건설비가 너무 많이 소요되는 등 경제성 문제와 어민 피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의 자체가 실종된 상황이다.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시화호 외에 대부분의 조력발전소가 몇 년째 표류 중인 것은 무엇보다도 환경단체와 연계한 지역주민의 반대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갯벌파괴와 어장 황폐화 등 장점보다 단점에 더 크다는 주민들이 법원에 각종 소송을 제기하면서 인허가를 막거나 지연시키고 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채 先 민원해소를 요구하며, 방관하고 있다.

◆ 이율배반적인 환경당국, 풍력업계 자성론도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입만 열면 우리나라가 원자력과 화력발전에 에너지를 의존할 것이 아니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산업부의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의지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환경보전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주장하면서도 육상풍력은 반대하는 모순에 빠진 셈이다.

환경부도 지난 1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지난 1월 확정 발표했다. 온실가스 감축 기준 과다 논란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 제시했던 정부 배출전망치(BAU)와 감축 목표 30%를 그대로 유지했다. 구체적인 감축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에너지 생산 및 소비 부문에서의 대폭적인 감축이 첫 타깃이 될 것이 뻔하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는 최근 지구촌 기상 이변의 주범으로 널리 인식돼 있고,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은 화석연료를 감축하는 것과 재생에너지를 늘려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는 것 외에는  다른 뾰족한 대안은 없다. 과도한 에너지 감축은 산업분야 타격 등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무리하게 펴기 어렵다.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키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경부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벗어나 과도한 환경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투자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온실가스 감축이 가장 시급하다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큰 기여를 하는 신재생에너지 진출을 가로막는 모순을 스스로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와 풍력업계 역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지역주민과 편익을 나누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만큼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력발전도 RPS 채우기에 급급하거나 방조제 건설공사라는 부수적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진 현행 조력발전소 추진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민의 눈높이에 맞춘 지역발전방안 마련을 비롯해 환경파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보완책 마련이 우선돼야만 조력발전이 가지는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MB정부 시절 환경부 역시 녹색성장의 최선봉에 서면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등 일부에선 산업부와 주도권 다툼까지 벌인바 있다”면서 “환경보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지향점이 동일한 만큼 산업부와 환경부 모두 부처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선택과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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