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는 유종별 세금차·솜방망이 처벌이 주원인
주간보고는 전산보고 시스템 재추진 위한 업계 압박

 


[이투뉴스] 주유소 협회가 15일부터 국회 앞에서 거래상황기록부의 주간보고 반대를 내용으로 일인 시위를 시작한다. 그럼에도 정책변화가 없다면 6월 중순 동맹휴업 불사하겠다 선언하고 나섰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을 만나 주유소 업계의 애로사항과 주간보고를 반대하는 이유와 우려 등 속내를 들어봤다. 

"거래상황기록부의 보고주기 강화는 지난 정부부터 추진해온 석유수급보고 전산화시스템 의무화가 주유소 사업자의 반발 등으로 인해 무산되자 이를 재추진하기 위한 강압적인 정책 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전산보고 시스템에 대해 82.4%의 주유소 사업자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산보고 시스템 을 도입하기 위해 주유소의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주기를 주간단위로 강화하는 것입니다"

김문식 회장은 오는 7월 시행되는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제가 주유소업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라고 비난했다. 주간단위 보고가 업체의 업무과다를 야기시켜, 결과적으로 전산보고 시스템을 설치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한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가짜석유의 발생 원인이 월 단위 보고 주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세금정책과 부당이익을 환수하지 않는 등 가짜석유 취급업자에 대한 약한 처벌이 더해져 끊임없이 한탕주의를 꿈꾸도록 유혹하는 잘못된 정책의 결과라고 힐난했다.

"학계 등 다수 전문가들이 가짜석유는 경유, 휘발유 등 동일용도 원료에 대한 사용처 별 커다란 세금격차 때문이기에 외국처럼 과세환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 합니다. 가짜석유 원료를 포함한 모든 석유 원료에 과세 후 적법하게 사용한 소비자에 대한 환급제를 통해 가짜석유 유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것이죠. 그러나 정부는 행정비용 과다를 이유로 관련 연구용역도 한번 시행하지 않은채, 실효성이 의문시 되는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주기 규제정책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결국 가짜석유 부정유통이 지속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석유제품에 대한 과도한 세금과 단속기관의 의지부족 때문 입니다. 이러한 거래상황기록부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1인시위 및 언론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할 계획 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주유소 업계의 반대가 거센지 여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이와 관련 최근 상반된 실태조사도 발표된 바 있다.

"정부와 한국석유관리원이 얼마전 280개 주유소를 선정해 형식적인 방문 실태조사를 진행해 65%가 전산보고 시스템에 긍정적으로 응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헌데 65%를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이 가운데 시스템 참여를 희망한다고 한 사업자가 38.2%고, 26.5%의 사업자는 '대표자 또는 본사의 최종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즉 현재로서는 검토 내지 도입의사가 없는 26.5%의 사업자까지도 긍정적으로 응답했다고 발표한 것이죠. 이는 정부가 업계에서 반대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여론 호도 등 비상식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 입니다. 더욱이 주유소 단속기관인 석유관리원이 직접 방문해 질문하는데 사업자가 입장에서 얼마나 속내를 드러낼 있는지도 의문 입니다"

김 회장은 오히려 해당 실태조사가 정부의 여론 호도를 보여주는 실태라고 문제삼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결과를 참고한다면 실제 일선 주유소 현장의 주유소 운영실태와 주유소 운영상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시행 시 나타날 수 있는 애로사항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주기 단축을 둘러싼 회원사들의 반발이 거세 우리 주유소 업계는 더욱 강경한 반대입장을 피력할 방침 입니다. 우선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주기 단축 및 보고기관 이관 등을 목적으로 개정된 석대법 시행규칙에 대해 개정 전과 같이 월단위 보고주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재검토를 건의할 계획 입니다. 1인시위 등의 투쟁을 펼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되지 않을 경우 투쟁 강도를 높여가며 전국 주유소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동맹휴업까지 추진할 예정 입니다"

이런 모습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걱정도 토로했다. 명분상으로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주기 단축이 가짜석유를 근절하겠다는 목적임을 내세우고 있다보니 이에 반대하는 주유소업계의 자세가 소비자들로서는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이내 눈에 힘을 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주유소가 처해 있는 현실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합니다. 더욱이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주기 단축은 가짜석유 근절에 전혀 실효성이 없으며, 그럼에도 주간보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단속 편의를 위한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주기 단축을 통해 석유사업자의 수급상황을 검토해 가짜석유 단속의 적시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물량의 흐름만을 분석해 가짜석유 이상 징후를 파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입니다. 주유소 운영의 특성상 주간단위로 물량의 흐름을 비교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통계·계량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또한 규제대상에 전체 등유 판매물량의 23%가 거래되고 있는 일반판매소와 적발율이 60~70%에 이르는 공사현장, 화물차량 등 대량소비처는 제외되어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에 나머지 주유소만의 거래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김 회장은 실효성 부분을 제기하며 최근 변경된 제도를 활용하면 충분히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제시했다.

"2012년 10월부터 주유소를 비롯한 모든 카드 매출정보는 여신전문협회를 통해 국세청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카드매출정보에 판매유종이 표시돼 전송되며, 주유소의 카드결제 비율이 95%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법령 개정 없이도 수급보고정보와 같은 매출정보의 수집이 가능합니다. 유종별 매출정보를 국세청과 산업부가 공유한다면 주유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도 없으며, 굳이 수백억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주유소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체계를 변경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말을 마친 그는 정부와 업계에 당부를 덧붙였다.

"주유소사업자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 공급의 최일선에서 1년 365일 쉬는날 없이 일하며 묵묵히 견뎌왔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경영난은 악화되고 있으며, 정부의 압박은 한층 심해지고 있습니다.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한 만큼 잘못된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 주유소업계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해주겠지가 아니라 회원사 하나하나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때입니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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