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조선시대 한양도성 내에서는 삼림의 남벌과 무분별한 훼손을 막기하기 위해 세종 21년(1439년) 도성의 동서 밖 10리까지는 한성부의 관장구역으로 지정하고, 그 밖은 해당지역 수령의 소관으로 분리하여 금벌을 관할하게 하였으며, 세종 27년(1445년)에는 도성사산(북악산, 낙산, 인왕산, 남산)의 금산구역을 삼각산, 도봉산까지 확대하여 삼림을 보존토록 한 기록이 있다.

580 여년전 조선시대에도 지금의 그린벨트 모양 도성 내외의 삼림대 보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던 기회가 엿보인다.

그 목적은 도성 내외의 삼림자원 보전, 경관, 치수 등, 현대의 생물다양성 보전도 포함되는 광범위한 목표를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제 산림수탈, 한국전쟁, 사회적 혼란을 치루고도 그 덕분에 지금의 서울이 남아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근대에 들어 1971년 도시계획법을 개정해 그린벨트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뒤 1977년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5397.1㎢의 면적을 지정했다.

20여년 후 1998년, 그린벨트의 근본적인 제도개선방안을 구실로, 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하여 해제에 착수했다.

그 결과, 해제예정지를 포함해 지금까지 그린벨트인 지역은 3940㎢로 국토부가 금번에 발표한 308㎢를 해제한다면 3632㎢만 남게 되는 셈이다.

애당초 지정 당시에는 전 국토면적의 5.4%에 달하던 면적이 현재는 3.9%로 줄어든 셈인데 이에 더하여 추가적으로 해제할 예정이라는 정부의 방침에 그동안 도시의 허파 역할은 물론 국민건강에 묵묵히 역할을 해온 그린벨트가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그린벨트 제도는 1960년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주택은 물론 도로, 상하수도와 같은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연의 훼손을 막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도시 확산 및 자연환경 보호라는 취지는 살렸으나 구역이 불합리하게 지정된 사례가 많았고 엄격한 행위 제한 등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었다.

그러나 제도를 도입한지 20 여년만에 해제의 수순을 밟기 시작하여 37 여년만에 67.3%만의 그린벨트가 잔존하게 되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종 규제 해소안이 발표될 때마다, 그린벨트 해제는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는 꼴이다.

정부는 이에 더하여 최근 “지자체가 그린벨트 해제지역의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 지방의회 의견청취, 환경영향평가,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용도지역 변경에 따른 난개발, 특혜시비가 문제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법상에서도 각종 난개발의 현장은 국토 곳곳에서 목견되며, 법망의 울타리를 용케도 피해가는 수법은 더욱 더 지능적인데 이제는 합법적인 개발의 빌미를 제공해 주는꼴이 아닐까 싶다.

도로주변 산의 능선부까지 파괴되고 흉물스런 석벽으로 치장된 조망권속에 자연생태계는 훼손되고 연5일이나 계속되는 초미세먼지의 확산으로 국민적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이즈음에도 그린벨트의 효용성을 간과하는 정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재난이 목전에 닥쳐도 대처 못하는 우매함 보다는 내일을 내다보는 명석함이 필요한 현실임에도, 채 반세기도 못 버티고 그린벨트는 흉물스럽게 반 토막 날 형편이다.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하는 생태공원, 생태하천, 도심공원 등은 무슨 생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 정상인의 발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가장 난제인 그린벨트내 개인 소유의 사유지를 매입하는 방안은 구상도 해보지 못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골치 아픈 민원 때문에, 아니면 업자로 부터 호혜적 해택을 기대할 수 없어서, 국민의 공복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공직자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아직도 환경재난에 대한 거시적 식견이 좀 부족해서 일 것으로 판단하고 싶다.

매년 불어오는 황사, 도심의 초미세먼지, 각종 유해가스 등에 대한 폐해는 머지않아 대규모 환경재앙으로 닥쳐올지 모른다. 그래서 마냥 손놓고 오래도록 기다릴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수백년전 조상의 슬기와 환란의 위기를 견디며 가꾼 숲은 이제 국민의 몫으로 자부심과 누림의 권리가 있다. 그래서 더욱 그린벨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 위해가 직접적으로 우려되는 대규모 환경재난 야기사태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심려깊은 정책수행과 그린벨트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아쉽다.

세계 경제부흥의 모델인 대한민국은 21세기 새로운 금수강산으로의 회귀를 꿈꿔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려면 그린벨트를 확대하고, 지키며, 이해할 수 있는 공직자의 혜안(慧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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