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제언] 서민연료 보호 명분속 막대한 재정누수 역효과 우려
소비자 지원방식 재검토하고 탄질개선 기술개발 서둘러야

▲ 석탄공사 철암저탄장 전경

▲ 조찬제 편집위원
[이투뉴스] 국내 석탄 광산은 생산 여건악화로 생산탄의 품질(열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자체 생산되는 석탄으로 규격 연탄을 생산할 수 없어 현재 수입탄으로 탄질을 보충하고 있다.  그간 연탄공장은 국내 탄광에서 공급되는 석탄에만 의존해 연탄을 단순 생산하기만 했다. 이제는 무연탄의 품질 저하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정부 보조금이 연탄의 품질 향상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연탄의 최소 열량은 4400 ~ 4600Kcal가 되어야 하고, 연탄의 표준 규격을 맞춰야 한다. 한국산업표준규격(KS E3731:1989)은 “연탄은 무연탄을 주원료로 하여 만드는 구멍탄으로 5 종류가 있고, 발열량은 4500kcal/kg 이상으로 300mm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부서지지 않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가정에서 사용하는 연탄은 규격상 1호탄이다. (표 참조)

현행 연탄공장은 정부의 연탄가정안정지원금을 받지 않으면 운영될 수 없다. 연탄공장도가격은 373.5원이다. 정부는 연탄제조업자와 연탄수송업자에게 각각 277.5원과 24.75원을 지원하고 있다. 연탄은 서민연료이기 때문에 정부는 가격을 제대로 인상하지 못하고 해마다 보조금을 높여 연탄공장의 생산비용을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또 연탄용 석탄을 국내 장기가행탄광에서 생산되는 무연탄으로 한정하고 예외적으로 석탄공사에서 수입하는 무연탄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 국내 연탄 규격기준

석탄공사의 석탄가격은 연탄으로 사용되는 5급탄의 경우 4400 ~4600 kcal 기준 연탄공장 도착도 가격은 톤당 14만2230원이다. 석탄공사의 생산가격은 25만원 정도 된다고 하니 1톤을 캐면 10만원 정도 손해가 발생한다. 현재 연탄용 무연탄 수입가격은 포항항 도착 기준 8만원이고, 10만원이면 연탄공장에 도착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 석탄공사의 경영개선을 위해 석탄가격을 많이 인상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국내탄과 수입탄과의 가격 차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석탄공사를 위해 엄청난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하고, 서민은 서민대로 비싼 가격으로 연탄을 사용해야 될 상황이다.

이번 기회에 연탄에 대한 규제를 폐지해 연탄가격을 자율화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무연탄 수입도 업체 자율에 맡겨 연탄 생산원가를 낮추어야 하며, 연탄가격안정지원금 지원방식도 연탄공장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 대신에 소비자에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특히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연료선택 방식을 연탄에 국한하지 말고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연탄 판매대상지역은 전국으로 확대되어 영업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 장이라도 더 팔기 위한 ‘꼬시래기(망둥어) 제 살 뜯기’식의 출혈경쟁일 수도 있겠지만 보조금의 과다 지급으로 할인경쟁을 일삼는 것일 수도 있다. 2003년 이후 전국의 연탄 공장 수가 50개 전후로 거의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는 데, 지금도 연탄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연탄공장은 아직 매력적인 사업인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사양사업을 계속 지원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뛰어난 새로운 제품과 연소 기술이 활용되도록 연탄 가격을 자율화해야 한다. 보조금 때문에 이런 새로운 기술이 활용되지 못하면 세금 낭비이고, 에너지의 비효율적인 사용이 될 것이다.

국내 탄광은 심부화로 생산원가가 상승할 뿐만 아니라 석탄의 질도 떨어지고,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다. 서민연료의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명분하에 막대한 국가보조금을 축내고, 환경을 파괴해 가면서 석탄을 무리하게 생산하는 것에 대한 많은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시점에서 국내 석탄광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내 탄광이 이런 여건에 있어 연탄에 적합한 석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할 시에는 연탄 생산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6일 연탄설비 전문기업인 제일기계㈜의  김성수 사장은 서울 고명산업 연탄공장에서 자신이 개발한 신물질로 3500Kcal의 저열량탄을 완전 연소하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어 최근에는 이것보다 칼로리가 더 낮은 3000Kcal의 연탄으로 연소 실험을 했다. 4500Kcal의 규격 연탄과 연소 물질이 첨가된 3000Kcal의 실험용 연탄, 연소 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연탄 등을 4개의 화덕에 설치해 비교 시험을 했다. 이날 시연회도 지난번과 동일한 방법으로 고명산업의 기술자들이 연소 물질과 석탄을 직접 배합해 3000Kcal  실험 연탄을 만들었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6시 30분간 연소되는 과정을 지켜본 결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4500Kcal 연탄과 3000Kcal 실험용 연탄은 뚜렷한 차이 없이 잘 연소되었다. 오히려 첨가된 물질의 작용으로 인해 유황 냄새가 많이 제거되는 효과도 확인했다. 이처럼 민간 기업은 연탄의 품질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민간 기업으로서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석탄관련 기관인 석탄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이 연탄 및 석탄의 품질 향상에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아쉽기만 하다. 지금 국내의 연탄 사용 가구 수는 12만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1가구에 연간 연탄 사용량을 5톤으로 가정하고, 연간 60만톤이면 서민 가정 연료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 연탄 사용량은 180만톤 가량 된다.

그러면 120만톤 정도는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그 사용처를 살펴보면 농업용, 사무실용, 식당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농업용은 산업용 괴탄이나 조개탄으로 사용되어야 하지만 산업용 석탄과 연탄과의 가격 차이로 인해 연탄으로 대체 사용되고 있다. 식당에서는 고기 굽는 용도로 사용하고, 사무실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연탄 1장당 국민 세금을 300원으로 계산하면 톤당 8만4000원이 투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120만톤이 서민 가정연료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서 이에 대한 국민 세금 1000억원 가량이 다른 용도에 지원되는 셈이다. 연간 연탄가격안정 지원금은 1500억원이 되는데 연탄사용 1가구별 지원금은 126만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는 저소득층과 매우 차별되는 지원이다.

국내 석탄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았을 때에는 일정량의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연탄 소비자에게 최소한의 지원은 바람직하겠지만 이제는 석탄 생산량이 소비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공급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탄용 무연탄을 외국에서 수입까지 하여 부족분을 채우고 있는 시기에 연탄가격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해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까지 연탄을 사용하게 하는 이런 지원책은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석탄 생산은 공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환경파괴와 이에 대한 복구 비용이 뒤따르게 되고, 열악한 근로여건 때문에 탄광 근로자의 진폐 등 건강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 오래 동안 생산된 탄광의 심부화로 인해 석탄 생산비용은 더욱 늘어나고 있지만 질 좋은 수입석탄의 가격은 우리 생산가격의 반값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내외 환경의 변화에 맞게 석탄과 연탄에 대한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조찬제 편집위원 joco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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