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5% 증가 정점 찍은 후 하락곡선 지속
올해 1분기 증가율 0.4% 불과…수요정점 논란

▲ (2003~2013, 2014 1q 한전 전국 판매실적)

[이투뉴스] 올해 1분기 전력판매량 수치를 집계하던 수도권 한전 ○○본부(각 지사를 총괄하는 상급조직) 관계자는 정리된 통계를 바라보다 몇번이나 눈을 의심했다. 주택·일반용은 물론 전 부문 판매량이 2013년 1분기보다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2012년 이후 매 분기마다 판매량이 조금씩 줄긴 했지만 이번 분기 감소폭은 예상을 넘어선 것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수도권내 다른 본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 작년 1~3월보다 모두 판매량이 감소했다. 서울본부와 남서울본부는 각각 5.3%, 인천본부와 경기북부본부는 각각 3.2%, 3.1%가 줄었다. 삼성전자처럼 대규모 사업장이 있는 경기본부(-0.8%)가 그나마 선방한 편이다. 산업용 비중이 높은 대전충남·전북·대구경북본부의 증가율도 최대 4.6%를 넘지 않았다. 

전년동기 대비 전국 평균 증가율은 0.4%(일반용 -2.1%)에 그쳤다. 수도권의 또다른 ○○본부 관계자는 "지난 겨울이 예년보다 덜 추워 난방용 수요가 준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겠지만 소비위축이라든지 경제적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라면서 "장기 예보대로 올여름이 덜 덥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역대 첫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양적 팽창을 거듭해 온 한국의 전력수요 증가율이 최근 10년간 하향곡선을 그려오다가 마침내 0%에 근접해 성장판이 닫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지가 최근 10년간(2003~2013) 한전의 연도별·용도별·지역별 판매량 실적을 토대로 연간 수요증가율을 살펴봤더니, 2007년까지 매년 5~6%씩 꾸준히 증가하던 전력수요는 2011년부터 하락세가 가파라져 지난해 1.76%의 역대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다.

연간 수요증가율은 2003년 5.4%에서 이듬해 6.2%, 2005년 6.5%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로 돌아서 2007년 5.7%, 2008년 4.4%로 낮아졌고,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9년에는 2.4%로 성장률이 반토막 났다. 또 2010년 잠시 예년 추세를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이후로 하락폭은 더 벌어져 '0%'에 근접하고 있다. 

올해 나머지 분기에 1분기 낙폭이 만회되지 않으면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일각에서 제기하던 국내 전력수요 피크 도래 및 감소 예측이 실제 현실화 되는 셈이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전력수요는 동·하계 평균기온은 물론 산업·경제 성장률과도 불가분의 관계라 기본적으로 장기예측이 쉽지 않다. 또 국제기구(IEA) 전망처럼 국민소득 증가 및 산업고도화에 따른 전기화 수요도 변수다. 섣부르게 수요피크를 단정한 뒤 무작정 발전설비 투자를 미루면 수급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산업경기 위축, GDP대비 경기성장률, 소비심리지수, 기업경기 실사지수 등 최근 경기전망이 밝지 않아 전력수요 역시 영향을 받을 상황임에는 분명해 보인다"면서 "다만 중장기 에너지안보에 의해 결정해야 할 설비투자 문제를 5~10년 추이로 결정하자는 것은 근시안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4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 때도 간년도 수정안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무시했다가 5차 수급계획 이후 수요가 폭등해 심각한 수급난이 발생한 바 있다. 이미 원가회수율이 95% 수준에 이른 산업용 요금을 추가로 인상한다해도 수요감소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수요관리로의 전력정책 전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환경단체 측은 "정부와 전력당국이 과거 실정에 대한 자기반성 없이 수요포화를 외면한 채 발전소를 지을 궁리만 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처장은 "수요를 과대예측해서 발전설비를 미리 건설한 뒤 나중에 공급이 남으면 (낮은)요금으로 수요를 촉진시켜 수요과잉 상태를 만든 것이 지금까지의 정책 아니었냐"고 반문하면서 "정부가 의지를 갖고 수요관리 실행계획을 만들어야 이같은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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