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최근 들어 필리핀의 수퍼 태풍, 미국의 토네이도, 호주의 가뭄과 홍수 등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빈도와 강도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강남역 침수, 우면산 사태를 보면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기상이변이 왜 일어나는가? 현재 널리 알려진 이론은 홍수, 가뭄 등 기상이변의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며, 그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를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이때 개개인이 특별히 협조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또한 탄소감축을 계획대로 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100년 이후에나 나타날까 말까이며,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협조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이와 같은 대책으로는 당장 강남역의 침수를 방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이 점점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원인은 탄소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도시에서 물순환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있다. 개개인이 각자 자기가 사는 곳 근처에서 자신의 도시의 물순환이 잘 되도록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녹지를 개간하여 도시를 만들면 물순환이 바뀌고 열섬현상이 일어나 더워진다. 나무나 풀을 베어내고, 빗물을 빨리 버리도록 만든 바람에 땅 표면에 물이 없어져서, 물이 증발산될 때 기화열에 의해 시원해지는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증발산양이 적어지므로 국지적으로 구름을 만드는 물의 소순환에 물의 공급이 줄어든다. 그 결과 그 지역에는 비가 적게 오는 대신 다른 지역에는 더 큰비가 오게 된다. 이것이 지역적으로 발생하는 기상이변의 원인을 잘 설명해줄 수 있다. 때라서 해결책은 탄소가 아니고 지역적인 물순환을 잘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빗물관리이다. 지금까지는 빗물은 내리는 즉시 버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의 인식, 제도, 기술들이 만들어져 있다. 이 때문에 같은 강도의 비가 오더라도, 상류지역의 개발에 따라 하류에 홍수가 나는 것이며, 전국적으로 봄 가뭄이 발생하고, 지하수위는 내려가고, 땅의 표면이 말라서 먼지가 나고, 도시의 열섬화가 발생하고, 옛날에 멱 감고 놀던 실개천이 모두 다 사라지게 된 이유이다.

문제를 알면 해결책이 보인다. 그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 즉 빗물관리를 하는 것이다. 지역에 떨어지는 빗물을 빨리 버리는 대신, 떨어진 자리 근처에서 모아서 자연적으로 침투시켜 땅에 물을 품게 만들어, 가능한 한 천천히 흘러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국토와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책임감과 의식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함께 나서서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빗물을 소중히 여기고, 측우제도 시행, 지방수령을 중심으로 하는 물관리 등 분산형의 빗물관리를 잘 해왔다. 그 결과 우리 선조로부터 삼천리 금수강산을  물려받은 행운을 얻게 되었다. 그 노하우를 전수받아 기상이변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우리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강산을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빗물이용을 의무화하는 법이 마련되고, 지방자치단체 별로 빗물조례를 만들고, 시민들의 빗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동참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빗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물순환 도시의 조성 및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빗물을 모아 재해예방과 수자원 확보의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예방하자는 내용이다. 마을과 지역 단위의 다목적 분산형의 빗물관리를 하면, 지역에 맞는 시설을 함과 동시에 새로운 사업의 기회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쓰레기보다 못하게 여겼던 빗물을 이용하여 막대한 양의 수자원을 창출하고, 기상재해를 예방할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창조경제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상류와 하류사람, 그리고 자연 모두가 행복한 홍익인간형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후변화 대책이다.

우리의 전통과 철학에 바탕을 둔 우리 (雨里, rain village) 물관리를 계승하면 우리 후손에게 금수강산을 물려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앞으로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전 세계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국격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비전이 하루빨리 실행되도록 법률안의 통과와 집행을 국회나 행정부의 최고책임자에게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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