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미래포럼 조찬 강연서 시장개방 견해 우회적 피력
"한전 115년간 전기만 팔아…이대로 갈 수 있겠나" 화두

▲ 조환익 한전 사장이 12일 에너지미래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투뉴스] 조환익 한전 사장<사진>은 최근 전력시장 개방 논의와 관련, "한전이 독점적 위치에서 벗어나 좀 더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그렇게 하면서 한전도 다른 영역에 진출할 수 있는 명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12일 에너지미래포럼(대표 이재훈) 주최로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에너지 부문 혁신과 제6의 물결’이란 제목의 조찬 강연에서 "한전이 전기 하나만을 팔아서 앞으로 지속가능한가,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연내 민간기업에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시장 일부를 순차적으로 개방하는 내용의 정부 용역결과가 제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한전 CEO가 사실상 이에 대한 견해를 애둘러 밝힌 것은 처음이다.

표면적으론 한전도 다른 산업에 진출해 미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으나, 현행 시장구조를 "한전 자체의 독점주의 경쟁"이라고 정의했다는 점에서 최근 시장개방 논의를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사장은 산업간·지역간·공급-소비자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최근 전력산업의 변화상을 '제 6의 물결'로 규정하면서 "에너지분야 역시 경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지 않냐. 산업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한전의 미래는 굉장히 새로운 분야가 많은데,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이유인 전력수급의 안정과 공공성을 지키면서 자체 사업영역 뿐만 아니라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한전이)제공해 줘야 한다"며 "어떤 분야보다 빨리 국부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앞서 강연 첫머리에서 그는 "한전이란 회사가 올해 115년이 됐는데 한번도 업종을 안바꿨을 뿐더러 해외사업 빼고는 영업이란 게 없었고 오히려 전기를 안팔기 위해 절약을 얘기해 왔다"며 "과연 이런 상태로 앞으로 갈 수 있겠나. 10년, 20년 이대로 갈 수 있나 싶다"고 운을 뗐었다.

이 자리에서 조 사장은 가전으로 시작해 에너지·금융·항공분야로까지 사업을 확대한 GE나 하드웨어에서 서비스와 컨설팅 사업으로 주력사업을 변화시킨 IBM을 '끝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라고 평가하면서 "한전도 변화된 여건에서 항상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지했다.  

다만 조 사장은 에너지수요가 급증하는 세계 추세에 비춰볼 때 독보적 노하우를 쌓아온 한전의 경쟁력은 해외시장에서 굉장히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며 "최근 한전의 주가 상승은 이런 한전의 기업가치를 높게 보고 있는 방증"이라고 자신했다.

조 사장은 "특히 해외비즈니는 굉장히 희망이 있다. 한전이 전 세계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은 100% 흑자를 내고 있다"면서 "올해 11월 나주로 가는데, 단순한 본사이전이 아니라 한전의 기본적 모델을 바꿔야 하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나주를 어떻게 에너지밸리로 형성시킬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새로운 먹을거리로 눈여겨 봐야할 사업분야로는 ▶전기차와 전력저장장치(ESS) ▶신재생에너지 ▶해외 발전산업 등을 꼽았다.

조 사장은 "우리나라는 단일 전력망으로 전기차를 만들어 보급하면 어떤 나라보다 유리하며, 급속 발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도 결국 한전이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싶다"면서 "향후 에너지분야는 인문학과 사회학, 종교 등 각종 분야와 통섭해서 밀양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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