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과 설비만 6GW, 40년 이상 돌린 설비도 1GW
제7차 전력수급 계획서 신규설비에 밀릴까 전전긍긍

[이투뉴스] 30년 이상 가동된 국내 노후 화력발전소들이 남모르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장기사용으로 고장이 잦고 안전사고 우려도 높지만, 신규 발전사업 소요에 밀려 전력수급 기본계획 반영이 불확실하다보니 마음대로 개체할 형편도 못되기 때문이다. 

작년말 현재 30년 이상 가동된 국내 화력설비는 무려 6GW에 달하며, 이중 40년이 경과한 극노후 발전소도 1GW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왠만한 수명연장 원전보다 더 오래 가동한 노후 화력설비의 안전성 문제가 발전업계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할 조짐이다.    

16일 본지가 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 등 화력발전 5사를 상대로 집계한 노후화력 설비 현황에 따르면, 이들 발전사는 각사별로 1~2GW 규모씩 30년 넘은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발전사는 1970년대 초반에 지어진 40년 경과 중유발전소를 아직도 가동하고 있다.

준공 40년을 넘긴 노후화력 설비로는 남동발전의 영동 무연탄 1호기(42년)와 동서발전 호남 유연탄 화력 1,2호기(42년) 및 울산 중유화력 1~3호기(41~43년)가 대표적이다. 남부발전과 중부발전이 폐지 후 새로 짓고 있는 영남화력과 서울·인천 화력도 1974년 이전에 건설된 설비들이다. 

A 중유화력 발전팀 관계자는 "발전소 수명만 놓고보면 진즉에 발전소를 폐지해야 했으나 최근 수년간은 전력수급난으로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 "조금만 더 돌리자, 돌려보자 하다가 40년을 훌쩍 넘겨 이제는 불안해도 맘대로 폐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고 한탄했다. 

노후설비 범위를 30년 이상 설비로 확대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이전 수급계획에 폐지설비로 기반영해 대·개체가 결정된 설비를 제외한 30년 이상 화력설비는 발전5사 합계 6.2GW에 달한다. 30GW 안팎인 국내 전체 석탄·유류발전소의 20% 가량이 노후설비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발전사별 30년 이상 40년 미만 가동 설비로는 남동발전 삼천포 1,2호기, 동서발전 울산 4~6호기, 서부발전 평택 1~4호기, 중부발전 보령 1,2호기 등이 있다. B사 신규 설비계획 담당자는 "연장운전 기류에 밀려 폐지일정을 놓친 설비들이 노후설비의 대부분이라고 보면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노후 설비가 전력수급 안정을 저해하는 복병이라는 점. 노후설비는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고장이 잦고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는 게 발전사들의 하소연이다. 게다가 1980년대 이전 건설된 발전소는 용량이 기당 수백MW로 적고 효율이 낮아 경제성 측면에서도 적기 대·개체가 바람직하다.

발전사들에 의하면 노후화력 1기를 LNG복합 등으로 개체할 경우 매년 800억원 이상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별도로 신규부지를 확보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기존 송전설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서다. 석탄 대신 LNG 연료를 사용함에 따라 온실가스 발생량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C사 관계자는 "노후설비 대·개체는 주민 민원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기존 부지를 재사용하는데 따른 분산전원 유지·확충 효과도 높아 정부 정책 방향에도 부합한다"며 "굳이 새 부지에 발전소를 지을 게 아니라 기존 부지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명분에 실리까지 분명한 노후화력 대·개체가 말처럼 간단한 사안이 아니라는 게 발전사들의 고민이다. 정부는 4차 수급계획 이후 폐지 후 대·개체 설비에 대한 인센티브(가점)를 없앴다. 수급계획에 건설의향평가를 올린 신규설비와 같은 조건에서 다시 진입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연내 수립될 7차 전력수급 계획처럼 신규 소요설비 물량이 적을 경우엔 사정이 더 절박해진다. 폐지하자니 사업목적상 발전사업 외에 활용 불가능한 멀쩡한 부지를 놀리게 되고, 가동 기간을 추가로 늘리자니 발전소 노후도가 한계에 달해 언제 고장이나 안전사고를 일으킬 지 모르기 때문이다.

B 발전사 관계자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별도허가로 용량을 키워 대·개체에 나서는데, 정작 전력수급을 위해 낡은설비를 연장해 돌린 우리는 손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라면서 "정부 눈밖에 날까봐 이런 사정을 대놓고 얘기도 못하는 게 우리들의 비애"라고 토로했다.

문영현 연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노후설비의 무리한 가동은 국가 전력공급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므로 정부가 더 이상 설비교체를 미루지 말고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다만 민간설비로 노후설비를 교체하는 것은 불확실성과 비용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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