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석달전 크림공화국 합병을 싸고 격렬한 대립을 벌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번에는 천연가스 공급을 놓고 일전을 벌일 태세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가 가스대금을 체불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16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은 표면적으로는 가스대금 체불이 이유이지만 실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갈등이 근저에 깔려 있다. 러시아는 크림공화국 합병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겪은 이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무려 80% 인상했다. 우크라이나는 가스대금의 대폭인상은 정치적 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가스프롬은 한발짝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선불제를 적용하겠다고 나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대립으로 유럽 국가들이 비상 상태다. 이미 2006년과 2009년 1·2차 가스대란을 겪으면서 독일 등 유럽 나라들은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다. 유럽은 연간 필요한 가스의 35~40%를 러시아에서 도입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가까운데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저렴한 이점이 있다.

문제는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는 천연가스의 절반 가량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이프라인은 중간 중간에 가스를 뺄수 있는 밸브와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수입하는 나라들은 이 밸브를 열고 계약한 양 만큼의 천연가스를 빼내 자국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최악의 경우 중간 밸브에서 가스를 꺼내 쓸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강제적인 가스 인출은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 중단 사태를 촉발시킬수 있다. 과거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한 대 유럽 가스공급을 차단한 바 있다.

양국간의 반목이 심해지면서 유럽 국가들은 역으로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은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에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가스를 우크라이나로 역수출하는 양을 연간  80억㎥로 크게 늘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난 극복을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물론 러시아도 뒷짐지고 이를 방관하지는 않을 태세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가 유럽에 판 가스를 우크라이나에 헐값에 다시 파는 회사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비축량으로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됐지만 우선은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공급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에너지난에 처할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에서 가스를 빼쓰면 유럽 국가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 에너지를 자립하지 못하면 어떤 어려움을 겪을 것인지를 보여주는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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