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최근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에 대한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며칠 전에는 대우와 GS건설 등 6개 건설사가 환경시설 공사 입찰과정에서 담합해 100여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받았다는 소식에 이어 오늘은 두산중공업, 대림산업, GS건설, SK, 한화, 삼성물산, 대우 등 이른바 ‘빅7’이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주배관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결과 3000억원에 가까운 국고 손실을 가져온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담합이란 다른 사업자와 서로 짜고 물건의 가격이나 생산량 등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제3의 업체에 대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말한다. 당연히 이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불법행위로 규정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현실의 과점 시장에서 사업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런 담합 행위를 수시로 저지르고 싶은 유혹을 벗어날 수 없다. 담합을 통해 사업자는 자유로운 경쟁을 피하고 사실상 독점과 같은 높은 가격을 설정하여 소비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소비자가 누려야 할 이익을 사업자의 이윤으로 전환시키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에 의하면 이런 담합은 오래가지 못하고 깨지게 되어 있다고 가르친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에서 보듯이 먼저 약속을 깬 사람이 상대방보다 더 큰 이득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게임이 일회성일 때 해당되는 이야기다. 만약 게임이 반복되고 게임 참여자들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면 담합은 의외로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건설업의 경우 도급액에 의해 입찰 참가가 제한되기 때문에 소수의 대형 건설사끼리 나눠먹기 입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일단 입찰을 따게 되면 하도급 업체에 엄청난 출혈을 강요하며 이익 챙기기에 바쁘다. 경인아라뱃길 공사의 경우 하도급 금액은 원도급액의 31~59%에 불과하다고 한다. 담합을 통해 낙찰가를 높이고, 실제 공사는 헐값에 하도급 업체에 넘기는 수법으로 대형 건설사는 자신들의 뱃속을 챙기는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 바꿔지지 않고 계속되는 주된 이유는 법 집행이 느슨하여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이 담합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형편없이 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며칠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담합으로 처벌을 받은 기업들의 입찰 제한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의 자정 노력을 존중하고 어려운 기업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고 하지만, 국민의 혈세가 기업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줄줄 새는 것을 방치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람은 국민이지 대형 건설사의 사주가 아니다. 국민은 납세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들이다. 이들의 삶이 건설사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답합은 이들에게 높은 세금과 높은 가격이라는 이중의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다. 소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들의 희생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세금을 아껴 쓰고 이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모습을 보여야 부자감세 같은 정책을 펴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이나 총리 사퇴 파동에서 보듯이 요즘 우리나라는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이럴 때 제발 공정거래위원회만이라도 좀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리고 기업들도 불법적인 담합을 통해 챙긴 이득이 결국 자신들의 아들딸, 부모형제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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