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홍보수단 신문기고ㆍ드라마 각본 진입

원자력발전의 대국민 홍보가 소리소문없이 번지고 있다. 위험한 것으로 인식돼온 원자력발전은 일반 광고는 물론 TV드라마에까지 등장해 '기피 1순위 시설'이란 악명높은 이미지 벗기에 적극적이다.
TV드라마에 간접광고(PPL)로 등장하는가 하면 중앙일간지 칼럼에까지 그 방식도 다양하다.
 
 원자력발전을 홍보하는 기관인 원자력문화재단이 이같이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방폐장 부지선정과 같은 현안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부나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재단은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원자력에 대한 이해도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26일 원자력문화재단과 산자부 관계자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2001년 이후 사업자와 차별화된 홍보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 오다가 최근 홍보전략 대상을 학생과 주부로 정하고 이들 계층을 집중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테크닉을 동원하고 있다.

 

원자력문화재단 미디어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9년 만에 방폐장 부지가 선정되면서 원자력에 대한 신뢰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느꼈다"면서 "매년 설문조사를 실시하면 중ㆍ고등학생들과 주부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어 원자력의 필요성과 안정성을 적절히 홍보하기 위해 이 같은 매체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방으로 들어온 원자력
 원자력문화재단은 안방 드라마처럼 국민에게 친숙한 매체를 이용해 '가랑비 전술'을 구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수원과 같은 원전사업자의 홍보가 단기적이면 서 발전분야에 집중돼 있다면 원자력문화재단은 보다 장기적 관점이면서 비발전 분야까지 폭넓게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단은 우선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양프로그램이나 드라마의 간접광고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지난 2001년 중견탤런트 고두심(56ㆍ연예인)씨와 정욱(69ㆍ연예인)씨가 주연으로 등장한 MBC특별기획 드라마 '길모퉁이' 역시 재단의 치밀한 홍보전술이 깃든 대표적 작품이다.

 

치매에 걸린 한 중년여성이 가족의 헌신적 사랑으로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남편으로 출연했던 정욱(서정국 역)씨의 각본상 직업은 원자력발전소 연구원. 이렇다 보니 안방극장의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원전이 등장했고 시청자들은 원전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단 미디어실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에 대한 이해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분야가 아니라 비발전 분야까지 포함돼야 이해가 빠르기 때문에 앞으로는 생활 속에서 원자력이 이용되는 사례를 적절히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피니언 리더를 잡아라
방송드라마와 함께 재단은 호소력이 높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고나 칼럼에 원자력 현안에 대한 글을 싣도록 유도하는 전술까지 동원하고 있다. 원자력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설득보다 인지도가 높은 인물의 글을 통해 파급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공식화되지 않은 이 방안은 중앙유력지의 칼럼 기고 참여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취지를 이해하는 계층을 섭외해 사전에 보도자료 등을 제공하고 이를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기고하는 형식이다.

 

집계된 바는 없으나 이런 방식으로 지난 해 말부터 올 초까지 중앙일간지에 보도된 글은 2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칼럼 기고는 가급적 원자력계 사람이 아닌 다양한 계층의 필진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재단은 퀴즈프로그램 문항에 원자력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 기존 드라마 홍보방식처럼 등장인물의 직업을 원자력군에 포함하는 방안, 내달 개장하는 에너지체험관을 이용하는 방안처럼 국민과 밀착한 홍보전략을 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영진 원자력문화재단 차장은 "원자력은 최선의 에너지가 아닐지 모르지만 신재생에너지가 자리매김할 때까지 우리가 사용해야 할 현실적인 에너지임에는 분명하다"며 "우리 재단은 꾸준히 국민에게 올바른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기에 가랑비에 옷 젖는 다는 말처럼 원자력 홍보도 생활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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