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도 발전사업 진출…열사업은 전력·가스 동시 위협

[이투뉴스] 전력-가스-열에너지 산업간 교차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에너지 업종간 업역붕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성장판이 닫힌 가스산업은 전력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고,  열(집단에너지) 산업은 전력·가스산업이 두른 저지선을 뚫고 시나브로 이들의 고유 업역을 잠식해 가고 있다.

7일 에너지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가장 활발하게 전개된 산업간 교차진출은 전력-가스분야다. 포문은 가스산업이 전력산업을 겨냥해 먼저 열었다. 수십년간 배타적 사업권을 향유해 온 도시가스 사업자들의 위기의식이 업역간 제로섬 경쟁에 불을 댕겼다.

가정·상업용 최종에너지 기준 도시가스 소비량은 2005년 1250만TOE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2006년엔 전력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반면 저렴한 요금으로 도시가스 난방수요까지 잠식한 전력은 현재까지 단 한 번의 수요 감소없이 도시가스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장기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수요전망 근거를 제시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최종에너지소비량에서 도시가스가 점유하는 비중은 2015년 12.0%에서 2030년 13.5%로 1.5%P 증가하는데 머물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전력비중 증가폭은 6%P에 달한다.

위기를 직감한 도시가스 업종의 대응은 빨랐다. SK E&S를 필두로 삼천리 등이 발전사업에 추가 진출했다. 지난달말 기준 SK E&S의 복합발전 설비용량은 광양, 오성을 포함 1759MW. SK E&S는 2018년까지 수도권 파주와 여주에 각각 1800MW, 1000MW급 복합화력발전소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연탄사업으로 출발해 도시가스로 일가를 이룬 삼천리는 전력사업으로 다시 한 번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삼천리는 계열사 에스파워를 통해 안산시 시화MTV단지에 834.4MW급 LNG복합화력 발전소를 짓고 있다. 오는 10월말 준공되는 이 발전소는 삼천리의 ‘1호' 발전사업장이 될 예정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도시가스는 다수의 열병합사업을 통해 이미 전력사업에 절반은 발을 담근 셈”이라며 “기존 집단사업의 투자수익이 예상보다 높지 않아 아직 의구심이 있긴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발전사업을 최종 공략목표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도시가스 측의 완강한 저항을 뚫고 난방시장에 안착한 집단에너지는 여전히 전력·가스 양 업종에 위협적인 존재다. 이미 약 230만 세대가 지역난방공사 등 열사업자들로부터 난방열을 공급받고 있고, 최근 전력난에 힘입어 집단에너지의 전력 공급비중도 지난해까지 상승세를 이어왔다. 

전력거래소 발전설비 통계에 따르면, 이달 현재 LNG를 연료로 가동되고 있는 열병합발전소의 설비용량은 3054MW, 산업단지 유류·석탄까지 포함하면 전체 설비용량이 4160MW를 넘어선다.

물론 다수의 사업은 난방수요를 수성하기 위한 도시가스 업종의 몫이다. 삼천리, SK E&S, 코원에너지서비스, 대륜E&S 등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치열한 영역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S사 관계자는 "전력, 가스, 열 사업이 혼재된 상태에서 산업간 업역붕괴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형태의 업역파괴를 에너지시장의 유연성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시장의 중심은 소비자이며, 소비자의 선택은 에너지 세제 등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데, 그간은 원별 적정배분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업역 업종간 침투는 이런 상황에서 나름 생존하려는 몸부림의 결과로, 원인을 떠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에너지 유통·발전과 같은 다운스트림 분야에 쏠린 국내기업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한전, 가스공사, SK, GS 등 대형 에너지회사는 많지만 다운스트림 산업의 외형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면서 "우리기업도 거대 에너지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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