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학계 “에너지정책과 정합성 위해 별도법 제정”
새누리당·정부 “필요성은 공감하나 기존 법체계로 가능”

▲ 국회에서 열린 기후변화법 제정 토론회에서 관련 전문가와 발제자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투뉴스] “앞으로 국회에서 기후변화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하겠다. 논의가 경제논리에 휩쓸리거나 관계당국 또는 특정 전문가에 치우치지 않도록 개방된 구조와 형태로 확대하겠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 기후변화법 제정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한명숙 의원은 이렇게 밝혔다. 아울러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도 기후변화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현행 법체계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정부 역시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녹색성장기본법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지속가능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한명숙 의원)와 빅애스크(Big Ask) 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국제사회 기후변화법 제정 흐름을 분석하고 새로운 기후변화법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진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먼저 ‘국제사회 기후변화법 제정 동향과 시사점’을 발제한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66개국의 기후변화법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1997년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47개였던 기후변화 관련법이 2013년 말 487개로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거의 모든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 관련 법령을 제정했으며, 정치적 조건에 따라 기후변화법 제정이 어려운 국가들은 행정명령 또는 국가계획을 통해 대응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기후변화 기본법으로 역할하고 있으나 장기감축목표가 부재하고, 감축정책과 에너지정책의 엇박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등 에너지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녹색성장기본법이 향후에도 기본법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녹색성장 개념의 이론적 기반과 안정성을 갖추지 못했으며, ‘post-2020’이라는 새로운 기후체제를 능동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이 발의하는 기후변화법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발제한 정남순 환경법률센터 변호사는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온실가스 감축을 고려하지 않는 에너지 관련 계획 수립이 지속되고 있으며, 에너지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녹색성장기본법의 문제점을 정리했다.

정 변호사는 “녹색성장기본법에는 원칙과 목표, 수단 등이 혼재돼 있어 기후변화 대응원칙으로 적절치 않은 만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과 기금 및 기후변화위원회 설치를 담은 ‘기후변화대응기본법(가칭)’ 제정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새로운 기후변화법 제정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선 다소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김상훈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녹색성장기본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추가입법 필요성이 낮고,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구체적인 분석과 경제적 비용에 대한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2050년까지의 장기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국익과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흥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국가 기후변화대응의 장기비전과 적응정책 강화, 에너지기본계획과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정합성 확보 등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기후변화법 제정과 녹색성장기본법 개정을 통한 보완의 장단점을 비교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녹색성장기본법은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장기감축목표의 부재, 대응계획의 실질적 이행방안 미흡, 에너지정책의 하위구조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어 기후변화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녹색성장기본법에는 기후변화 대응 관련 내용들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며 “기후변화 대응의 사전주의 원칙에 비추어볼 때 법 제정을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인 중앙대 교수도 현행법의 한계를 감안할 때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의 제정은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불이행에 대한 제재 조치를 포함해 더욱 강력한 규정을 담아야 하며, 기후변화기금의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녹색성장기본법은 모든 것을 망라하는 백화점식 나열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며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제자리로 복원하고 녹색성장기본법은 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담는 법률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