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전력계획·원전 계속운전·판매시장 개방 논의 줄줄이 지연

[이투뉴스] 2029년까지의 전력수급 방안을 결정하는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의 법적(시행령) 수립기한은 올해 연말까지다. 하지만 이달초 한차례 설비소위원회를 연 것 외에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척은 없다. 전력당국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마무리 될 것"이라며 사업지연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노후원전 계속운전(수명연장)에 대한 정책결정도 대책없이 밀리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8개월째 월성 1호기 심사를 붙들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여론변화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며 1년도 남지 않은 고리 1호기 계속운전 신청시한을  소진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원전 계속운전에 대한 해당지역의 반대여론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그런가하면 전력 판매시장 민간개방을 골자로 하는 구조개편 논의는 연내 공론화가 불투명한 상태다. 애초 정부는 작년 9월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를 늦어도 7~8월께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완료된 보고서만 매만질 뿐 여전히 공론화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손을 거쳐야 할 굵직한 에너지정책들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관련기관은 정부 눈치만 보고 있고, 정부는 대통령 의중과 여론의 향배만 바라보며 결정을 기약없이 늦추고 있다.  이대로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결정이 미뤄지면, 최적의 논의시기를 놓친 대가를 크게 치를 것이란 우려도 높다.

14일 산업부와 전력당국에 따르면, 노후원전 계속운전 여부 결정이 지체되면서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얼마나 신규 원전을 지을 지, 설계수명이 종료됐거나 곧 끝나는 원전은 어떡할 지 정해져야 후속 발전계획이나 수요관리 계획을 짤 수 있어서다. 

앞서 정부는 늦어도 9월까지 발전설비 건설의향 공고를 내고 11월까지 기본계획 초안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말 각 실무위 구성 이후 현재까지 개최한 실무소위는 단 한차례에 불과하며, 그나마 제주 LNG발전소 건설에 대해 협의했을 뿐이다.

학계 진영의 한 실무위원은 "나머지 기간을 빠듯하게 활용해도 연내 기본계획을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면서 "내부적으론 내년 하반기나 돼야 발전사업자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당국 관계자도 "할 일은 쌓여있지만 방향을 알 수 없으니 의욕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수습이 진행형인 가운데 정부는 노후원전 처리에 대해서도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산업부 내부적으론 계속운전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워낙 반대여론이 거세 정면돌파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부 속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일단 속내를 밝힌 뒤 반대의견이 있다면 토론하고 설득하는 게 순서인데, 윗선 눈치만 살피고 자리나 옮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관리들의 모습"이라며 "합의가 어렵다면 대안을 모색해야 하고, 정히 안된다면 원자력을 놓고 국민투표를 부치는 등의 정공법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전력산업 경쟁도입을 위한 판매시장 민간개방 논의도 현정부 임기초 추동력이 크게 상실된 모습이다. 작년 9월 산업부로부터 해당 용역을 수탁해 1분기에 이미 보고서를 완료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책임자는 최근 복귀한 후임 연구원에게 발표임무를 넘긴 채 해외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정치적 부담이 최소화 되는 7.30 재보선 이후 이를 공론화 한다는 계획이지만, 전력노조가 판매시장 개방을 전력산업 공공성 훼손과 민영화 프레임으로 쟁점화 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발표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정책과 계획, 시장, 기술이 균형적으로 작동할 때 최적의 자원배분과 효율성이 담보되는 것"이라면서 "이미 우리 산업 생태계가 나름 진화하고 변화를 거듭했는데 세제 조정없이 15년전 프레임으로 소매시장을 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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