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 센터장 (경제학 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
센터장 
(경제학 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전력수급 더 나아가 에너지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 사용하는 형태, 산업 및 소유구조, 시장참여자 등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확산되고 있다. 규제산업이라는 보호막 안에서 안주해오던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전력회사는 앞으로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른다. 국가 또는 공기업을 통해 독점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던 소위 수직통합형 공급방식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다. 원자력, 석탄 가스복합과 같은 대규모 발전소와 초고압 송전망으로 전력을 공급하던 기존의 공급방식도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전기, 가스, 열, 통신 등 소위 네트워크사업의 경계가 허물어진지 오래고, 다양한 사업자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공급에만 한정되는 얘기가 아니라 수요 쪽도 변화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로부터 부하나 에너지를 매집하여 전력시장에 파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가 생기는가 하면, 값싼 시간대에 충전하였다가 필요시 사용하거나 되팔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서비스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가 나타나고 있고 소위 ‘프로슈머’의 역할을 하는 여러 가지 분산전원도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미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은 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가 보급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설비가 계획 중에 있다. 신재생에너지, 열병합 등을 통해 개별 주택이나 건물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조달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분산형 자가용 발전시스템의 공급비용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 반해 기존 발전방식의 공급비용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발전 및 송전설비는 입지확보나 건설단계에서 적지 않은 반대와 사회적 갈등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그동안 점진적이지만 꾸준히 증가하던 전력산업에 대한 투자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는 상태에 들어가고 있다는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소위 전깃줄(copper wire)로 정의되던 전력회사와 수용가간의 강력한 결합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전력산업에 대한 전기소비자의 그리드 의존도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좀 더 길게 보면 통신서비스가 유선망 의존에서 벋어나고도 아무 문제없이 제공될 수 있듯이, 앞으로 전기서비스에 있어서도 그리드, 즉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가 올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슈머의 등장과 더불어 더 이상 전력회사로 부터의 공급을 원치 않은 사람들이 늘게 되면, 전력회사는 이미 투자된 비용을 회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미국 EEI 리포트에 따르면, 에너지효율개선(EE), 수요반응(DR), 분산전원(DG)을 포함하는 소위 ‘분산형자원’은 전력회사에 있어 현실적이고 이미 발밑까지 와있는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분산형자원은 가격경쟁력이 점점 나아지고 있어 전력회사의 고비용 사업영역에 압력을 가하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머지않아 소비자가 필요한 전력을 스스로 충당하거나 남은 전력을 전력회사에 파는 일이 빈번해 질 것이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 연료전지 저장시스템 전기자동차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기술의 등장으로 이제 프로슈머로 가는 장애물들이 극복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분산자원의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과 지원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미국 43개 주, 유럽, 호주, 일본 등에서는 전력사용량을 상계하는 소위 ‘순사용량 계량방식(net metering)’을 적용하고 있어 전력회사로 부터의 공급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캘리포니아, 하와이, 뉴욕 등 많은 지역에서 프로슈머는 전력판매 시 소매요금에 상응하는 크레디트를 받을 수 있다. 코펜하겐, 시드니, 베를린, 도쿄와 같이 소매가격이 높고 다양한 세금이 부과 되는 곳에서는 크레디트가 없이도 자가용 분산전원이 상당히 큰 절감 요인을 제공한다.

전력산업이 다원화되고 경쟁적으로 변하는가는 한편으로 에너지, 환경에 대한 규제는 더욱 더 강화되고 있다. 온실가스규제, 신재생에너지규제, 에너지사용규제 등 새로운 규제시스템이 이미 시행되거나 목전에 와있다. 앞으로 전력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와 외부변수는 더욱 복잡해지고 불확실해 질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전력산업의 현실은 이러한 변화와 새로운 규제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극복하기 보다는 아직도 과거체제와 틀 속에서 크게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래 들어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제도개선과 정책이 도입되고 있어 그마나 숨통을 터주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전력산업이 부딪치게 될 변화와 위협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발전부문에 비해 형편없이 위축되어있는 에너지 공급과 서비스영역에 대한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자원, 신재생, 에너지저장, 전기자동차 등 새롭게 확산되고 있는 수급자원과 서비스가 폭넓게 제공되어야 한다. 복합적인 에너지생태계에서의 비즈니스 창출 등 새로운 기회도 얼마든지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전력산업의 환경에서 새로운 비지니즈와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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