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책토론회서 경제성 및 활용성 지적 잇달아
"ESS 제조사 자사이익에만 혈안" 쓴소리도

▲ 박성택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이 '블랙아웃! 언제까지 걱정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투뉴스] 9.15 순환정전 사태 이후 비상발전기를 ESS(전력저장장치)와 연계해 분산전원 및 피크전력 감축용으로 활용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나 기술 성숙도나 활용성을 따져볼 때 아직 이르다는 '시기상조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과 서울연구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블랙아웃! 언제까지 걱정해야 하나?’란 제목의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비상발전기·ESS 확대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면서도 당장 이를 전원화(電源化)하기는 무리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우선 전문가들은 비상발전기·ESS 이용확대의 첫 번째 걸림돌로 낮은 경제성과 전력공급을 전적으로 국가의 몫으로 생각하는 국민정서를 지목했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연구소장은 “발전소 고장이나 송전선로 과부하 불안이 존재하기는 하기만,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무정전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비상발전기와 ESS를 연계하는 시스템 개선에 앞서 수요에 따라 요금을 달리하는 전기요금 체제 전환과 환경비용을 전기료에 반영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의경 에너지관리공단 효율기술실장은 “일본은 지진 탓에 자신들이 쓸 전기를 스스로 준비한다는 생각이 있는 반면 우리는 관심만 있지 대부분 한전에서 기존처럼 전기를 공급받기를 원하고 있다”며 국민 인식전환을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정부 측은 대규모 발전설비 확충에 따라 전력예비율이 상승할 경우 비상발전기와 ESS의 활용성이 떨어지는 측면을 문제로 짚었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은 “경제성도 미흡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활용성 측면”이라면서 “6차 전력수급계획대로 예비율이 높아지면 비상발전기를 돌릴 일이 없다는 원천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돈을 들이면 나중에 예산낭비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과장은 “수급 비상상황에선 그래도 비상발전기의 활용도가 높다”면서 “우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자원화사업 성과를 봐가면서 향후 민간으로 이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ESS의 효용성만을 부각시킨 채 매출 증대에만 혈안이 돼 있는 업계를 향해서도 쓴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기술 성숙도를 제고하는 한편 제도를 정비해 나가면서 보급을 늘려도 늦지 않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김의경 실장은 “ESS 시범사업을 해보니 배터리제조사 등은 자사 이익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 업계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제시하는 데는 미흡했다”며 “정부는 표준을 KS, ISO순으로 규격화하고 제조사는 안전성과 효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험기관들을 방문해 보면 휴대폰 배터리도 (폭발)사고가 나던데 대용량(ESS)은 어떻겠냐. 대용량에 대한 안전성 기준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인수 가천대 교수는 “ESS는 절대선(善)이 아니다. 문제도 많다”고 운을 떼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거들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들 하는데 국산 ESS 소재들중 음극제나 양극제는 선진국의 60% 수준도 안되는데다 값도 비싸다”면서 “ESS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 비상발전기나 모든 게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박성택 과장은 “ESS를 확대하는데는 이론이 없고 분산형 전원 측면에 매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비상발전기로 발전소를 대체해 활용하기엔 아직 따져봐야 할 게 많다”며 동조했다.

박 과장은 “상시적으로 비상발전기를 돌리려면 필연적으로 대기환경보전법과 같은 환경문제와 맞딱뜨리게 된다”면서 “디젤연료를 가스와 혼소하려면 관련 기술이 개발돼야 하는데 현행 혼소기술이 모두 외산이라는 것도 고려돼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ESS와 비상발전기를 연계한 시스템은 사회적 편익이 높음므로 향후 적극적으로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들에도 힘이 실렸다.  

한운기 전기안전연구원 팀장은 "전기에너지는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봐야 하는데 막대한 혼란을 초래하는 블랙아웃 시 비상발전기가 돌 때까지 ESS가 단 1~2분이라도 정전을 잡아준다면 국가 무정전시스템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승 전력거래소 시장개발처장은 "전력예비율이 높다고 비상발전기나 ESS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전력계통 주파수 조정용으로만 활용할 수 있는 ESS도 50만kW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항문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건물에 설치된 비상발전기 설비용량은 원전 20기에 달하는 21.1GW로 이중 10.8GW가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다. 하지만 정전 시 순간정전 없이 비상발전기를 돌려주는 폐쇄형자동스위치(CTTS)가 설치된 발전기는 전체의 4.5%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건물은 정전 시 순간적으로 정전을 겪은 뒤 비상발전기가 가동된다는 얘기다. 조 연구위원은 "5분 미만의 비상부하를 저장할 수 있는 소형 ESS는 비상발전기와 연계할 경우 경제성이 확보된다"면서 "사회안정망 확충을 위해 무정전시스템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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