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석탄화력 발전소, 러시아탄 확보에 관심

[이투뉴스] 에너지 패권을 놓을 각을 세워 온 미국과 러시아가 최근 양국간 석탄 수출입 거래로 겉과 속이 다른 묘한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혹독한 겨울을 보낸 미국 뉴 햄프셔주는 석탄 재고량 확보를 위해 러시아를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도릭 빅토리 벌크선은 지난달 러시아 라트비아 리가로부터 6436km를 항해해 뉴 햄프셔의 쉴러발전소까지 석탄을 수송했다. 이 발전소는 1952년부터 석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150MW규모 발전설비다. 쉴러 발전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많은 화력발전소가 석탄 수입에 눈을 돌려 올해 수입량이 26%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철도 수송에 병목현상이 발생하면서 석탄 수송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연료 수출 세계 3위국인 러시아의 올해 석탄 수출량은 3.9% 늘어난 1억600만톤으로 IHS에너지는 전망했다. 세계 석탄 시장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블라드미르 푸틴의 계획에 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IHS의 북미 석탄 담당자 제임스 스티븐슨은 "미국 발전소들의 (석탄) 재고량이 많지 않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 햄프셔 발전소는 러시아로부터 얼만큼의 석탄을 사들였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 선하증권 정보에 따르면 3만8500톤의 석탄이 운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악화되었다. 미국과 유럽 연합은 푸틴 핵심층과 관련있는 회사들과 개인들에게 제재를 가해왔으며 추가적인 압박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말레이 항공기 격추 사고가 러시아나 친러시아 반군의 소행이 큰 것으로 의심되고 있어 양국의 관계는 일촉즉발이다.

양국의 초긴장 관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연료는 미국 발전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른 지역의 석탄보다 황을 적게 배출해 미국의 환경법에 준수하는데 보다 쉽다고 판단하면서다. 아울러 러시아산 석탄은 열량이 높아 같은 양을 갖고도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스티븐슨은 설명했다. 

2012년 푸틴은 러시아의 석탄 채굴 용량을 확대하고 2030년까지 수출량을 늘린다는 목표로 공공ㆍ민간 펀드로 12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석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풍부한 천연가스 수출길은 석탄 해상 수송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미국 에너지부는 밝혔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5월 사이 러시아의 수출량은 94% 급증했다.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의하면, 미국 발전소들은 3000만톤의 재고 석탄을 1분기동안 태웠다. 미국에서 지난 3월은 2002년 이래 가장 추운 달로 기록됐으며, 이에 따른 전력 수요도 급증했다. 아울러 석유와 에탄올 수송이 증가하자 철도 수송에 차질이 생겨 발전사들이 석탄 공급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알파 내추럴 리소시스의 빌 데이비슨 부회장은 "일부 발전소들의 석탄 재고량은 20여일치밖에 되지 않았다"고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밝힌 바 있다.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는 석탄 확보를 위해 지난 5월부터 발전소 운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철도 '병목현상' 석탄 수송 차질
발전 사업자들은 공급 신뢰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국산이든 수입산이든 물량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철도 서비스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익스포팅 커머디티 인터네셔널 중개업소의 프랭크 코로제스키 마케팅부장은 "많은 회사들은 석탄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며 "제대로 배달될 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8년 미국은 3400만톤의 석탄을 수입했으며 석탄은 전체 전기 생산비중의 48%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천연가스 발전량이 늘고 석탄 발전원 점유율이 39%로 떨어지면서 수입량은 890만톤으로 크게 하락했다. EIA에 따르면 1분기동안 미국은 71% 늘어난 240만톤의 석탄을 수입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현상이 있기 때문에 미국 회사들은 가격 흥정을 시도하고 있다. 스티븐슨은 "러시아산 석탄은 이미 잡은 물고기인 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주산 석탄은 아시아 기준가로 올해 17% 하락한 톤당 69.65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내년 유럽 북서부에 수송될 석탄은 11% 떨어진 77.50달러로 판매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석탄 가격은 5.3% 상승한 60.50달러였다.

세계 해상수송 석탄 시장은 올해 4.6% 늘어난 9억9700만톤으로 증가했으며 10억톤을 기록할 것으로 잉글우드 정보사는 추산했다. IHS에 의하면 인도네시아가 석탄 최대 판매국이며 호주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1분기 동안 미국 수입량 중 콜롬비아산 석탄이 67%, 인도네시아산 석탄이 23%를 차지하고 있다고 EIA는 밝혔다. 대부분의 해외 수입량은 플로리다 주 탬파를 통해 들어왔으며 보스톤이 그 뒤를 이었다.

스티븐슨은 "대서양 연안에서 수입산 석탄을 구입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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