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V·스프링식 안전장치 실증실험 결과 신뢰 100% 장담 못해
산업부 “소비자 홍보와 업계 공감대 통한 자율적 시행 바람직”

▲ 부탄캔 안전장치 실증실험을 한 백종배 한국교통대 교수가 실험과정과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실증실험 결과 발표에 이어 제조업체별 의견을 세심히 들은 조웅환 산업부 에너지안전과장이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투뉴스] 부탄캔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놓고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실증실험 결과 스프링식이나 파열판식 안전장치(CRV) 모두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일반캔에 비해 폭발 위험성은 낮출 수 있으나 2차 피해의 가능성 등 사고예방에 한계가 있으며, 안전장치로서의 신뢰성을 100%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범운영 등을 통해 부탄캔 안전장치의 성능개선과 문제점 보완이 이뤄져 사고예방 신뢰성을 100% 장담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제시됐다.

특히 시범운영에 앞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안전장치의 필요성과 함께 안전장치가 적용됐다고 무조건 안전이 보장된 게 아니라 정상적인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홍보하고, 부탄캔 제조업계 내부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자율적으로 안전장치 적용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가스안전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안전과와 소비자·시민단체, 전문기관, 제품 제조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일회용 부탄캔의 안전장치 실증실험 설명회’ 가 개최됐다.

부탄캔 안전장치 부착은 2010년 3월 부탄캔 사고근절을 위한 사장단 간담회에서 원칙적인 동의가 이뤄지면서 시작됐다. 이후 부탄캔 세이프티 포럼이 구성돼 2012년까지 모두 6번의 회의를 거쳐 안전밸브 성능기준 가이드라인 협의와 함께 제조업체 의견수렴 및 인센티브 도입이 논의됐다.

이어 2012~2013년 당시 지식경제부가 한국교통대학교에 일회용 부탄캔 사고방지를 위한 안전강화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2013~2014년 한국가스안전공사가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에 안전장치 성능 비교실험을 맡기면서 여기까지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부탄캔 안전장치 의무화 적정성 여부와 시행방안을 놓고 정부와 가스안전공사가 5년 동안 제자리에서 맴돈 셈이다.

부탄캔 안전장치 의무화에 제조업체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각 사별로 안전장치가 의무화되거나 어떤 안전장치가 채택되느냐에 따라 생산라인 및 경영상황에 커다란 변수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현재 부탄캔은 연간 2억2000만개 정도가 5개 업체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국내 시장은 브랜드 ‘썬’으로 알려진 (주)태양이 약 70%, ‘맥스’ 브랜드를 내세운 대륙제관이 23%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원정제관·화산·대성산업이 뒤를 잇고 있다. 안전장치의 경우 대륙제관이 CRV를 개발해 시판 중이며, 화산이 스프링식 안전장치를 개발해놓고 있다.

해외의 경우 일본, 미국 등 부탄캔 안전장치를 의무화한 국가는 없다. 미국의 경우 임의규정으로 보험업체 시험연구소인 UL기준에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과정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의 대량보관이나 수송 중의 안전확보를 위한 장치다.

이날 부탄캔 안전장치 및 주요사고 유형에 대한 실증실험 결과를 발표한 백종배 한국교통대학교 교수는 “스프링식이나 CRV 장착을 통해 일반 부탄캔으로부터 빚어지는 폭발사고 가능성을 75% 이상 줄일 수 있다”며 “스프링식은 작동 후 폭발까지 일정시간이 유지되는 반면 CRV는 폭발방지 측면에서 스프링식에 비해 성능이 좋지만 작동 후 급격한 화재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인명·재산피해를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의 부탄캔 안전장치는 다양한 사고 상황을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안전을 100% 장담할 수 없다면서 보완이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범운영을 통해 사고방지 성능 개선과 문제점 보완이 이뤄졌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안전장치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조업계 제각각, 산업부는 원칙 강조
제조업체는 소비자 안전확보라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으나 의무화라는 각론에는 시각차를 보였다. 안전장치 의무화에 대한 팽팽한 입장차는 물론 어떤 안전장치가 더욱 실효적이냐는 것에 대해서도 견해차를 보였다.

국내시장의 70% 가까이를 점하고 있는 태양 측 관계자는 부탄캔 사고는 2012년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사고확률이 0.083% 밖에 안되는데다 발생한 사고도 부탄캔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잘못된 사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의무화의 타당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전장치를 부착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확실한 신뢰도가 전제되지 않는 의무화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안전장치 부착을 위한 생산라인 추가비용만 38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또한 수년전 정부와 가스안전공사가 청소년들의 부탄캔 흡입사고를 막는다며 업계의 반발을 무신한 채 고미제 의무화를 시행했다가 몇 시간 만에 모든 공장의 생산라인이 셧 다운되자 황급히 특례고시를 만들어 의무화를 백지화시킨 경우를 들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업계의 몫이었다는 점을 되새겼다.

원정제관 측 관계자도 “신뢰도를 100%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품에 안전장치 표시를 부착해 판매할 경우 자칫 소비자에게 해당제품이 100%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크나큰 오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면서 “만약의 경우 PL법을 들고 나오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겠냐”고 지적했다.

또한 일회용 부탄캔의 문제보다 이를 사용하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안전성 문제가 더 심각한데, 이에 대한 접근은 없이 부탄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특히 해외수출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안전장치를 부착할 경우 수입국의 기준에 맞지 않아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CRV를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대륙제관은 2013년 이후 해당제품을 소비자가 잘못 사용해 일어난 사고는 단 3건으로, 더욱이 연구용역에서 제시된 것처럼 2차 사고로 이어진 경우는 전혀 없다면서 안전성능을 자신했다.

아울러 지금 당장의 의무화가 아니라 안전장치를 부착한 제품을 생산량의 일정 비율만큼 시범운영해 안전성을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스프링식 안전장치를 개발해놓은 화산 측 관계자는 일각에서 부탄캔 사고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소방방재청 통계자료를 보면 전혀 다르다며 가스안전공사에 보고되지 않아 인지하지 못하는 사고가 몇 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민안전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가 잘못 사용해 빚어지는 사고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국민을 위한 안전 정책이라면서 안전장치의 복합적 적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시민단체 측은 기술적 차이를 떠나 소비자는 보다 안전하냐 아니냐를 따질 수밖에 없다며 제조업체 간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결국 비용 때문이라면서 비용을 더 내고 안전장치가 부착된 것을 쓰느냐, 아니면 그냥 일반 부탄캔을 쓰느냐 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안전장치 의무화와는 별개로 소비자 선택권을 위해 안전장치의 필요성과 성능에 대한 홍보를 우선적으로 펼쳐야한다고 밝혔다.

조웅환 산업부 에너지안전과장은 “부탄캔 안전이 중요한 사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지금까지의 실증실험 결과를 보면 안전장치가 100% 신뢰를 담보하지 못하는 만큼 의무화에는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실증실험에서 확인된 안전장치의 성능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게 우선적이며, 의무화든 시범사업이든 정부가 타율적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업계 스스로 공감대를 형성해 자율적으로 시행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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