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도율 높아 세계적 수요급증 … 내년 가격 안정세 전망

1973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자 칠레의 저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자신의 시 '구리에 바치는 송가'에는 이렇게 읊조린다. 나의 민족은/ 칠레는 자원의 주인 / 그가 광물을 / 돌에서 떼놓으면 / 그 모든 것 시카고로 흘러가버렸네(시집, 소박한 것들에 바치는 송가 中).

 

빈곤한 노동자의 편에서 공산주의 운동을 주도했던 네루다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의해 해외로 무작정 빠져나가는 고국의 구리자원을 바라보며 이렇게 통탄했다고 한다. 이후 그와 절친했던 아옌데 칠레 대통령은 자국의 구리광산을 모두 국유화했고 오늘날 이 자원은 칠레경제의 주춧돌과 같은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지금도 전세계 구리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칠레는 세계 최대의 구리광산과 코델코와 같은 국영회사를 소유한 채 여전히 경제성장의 동력을 구리에서 찾고 있다. 칠레 하면 '구리'라고 입이 닳도록 외우던 학창시절의 공식 뒤에 가치 높은 자원을 지키고자 했던 한 나라의 역사가 숨어있던 것이다.

 

◆용도 및 특징
 구리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금속 중의 하나다. 흔히 동(銅)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금, 은과 함께 메달, 동전을 만드는데 널리 쓰인다. 또 연성이어서 가공이 쉽게 전기전도율이 높아 전선이나 열선의 주재료로 쓰인다.

 

구리는 아연을 섞으면 황동, 주석을 첨가하면 청동으로 탄생한다. 그만큼 효용성도 높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각종 기계의 재료로 사용됐으며 전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 19세기부터는 전선이나 전기부품의 재료를 쓰였다. 최근에는 전자제품의 회로기판에 유해성이 높은 납대신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더 귀한 자원이 됐다.

 

인류가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며 가장 먼저 사용한 금속도 구리다. 구리의 녹는점은 철의 1539도보다 낮은 1083도로 광석으로부터 채취가 쉽고 얇게 펴지거나 길게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 비교적 가공이 쉽고 외부변화에 능동적이며 적당한 가공강도도 장점으로 꼽힌다. 구리는 또 열전도율과 내식성이 뛰어나 냄비와 같은 식기나 일반 용기를 만드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매장현황
 구리 부국 칠레의 확인매장량은 2004년 기준 3억6000만톤이며 이는 전체 매장량의 38%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칠레를 비롯한 페루 등의 국가가 연간 530만톤을 공급하고 있고 오는 2012년까지 연간 760만톤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 외의 주요생산국은 미국ㆍ페루ㆍ호주ㆍ인도네시아 등이며 특히 페루는 지난해 100만톤 이상의 구리를 생산해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구리생산국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애리조나ㆍ유타ㆍ뉴멕시코주 등에 구리광산이 포진해 있다.

 

전문가들은 2010년까지 세계 구리수요 증가율이 연간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광업진흥공사와 삼성물산이 지난 5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몽골 에르데넷 광산의 지분 절만을 인수해 2008년 말부터 연간 3만톤 규모의 전기동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상남도 마산, 함안 일대와 북한 혜산지역이 구리광 지대로 알려져 있다.

 

◆가격동향 및 전망
 구리가격 폭등은 올해 자원가의 빼놓을 수 없는 주요뉴스다. 오죽하면 전국 각지에서 구리전선을 잘라 팔았다가 적발된 도둑이 창궐할 정도였다. 다행히 최근 구리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타고 있어 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는 지난달까지 톤당 7000달러선을 유지하던 구리가격이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때 6600달러선을 오가다 지난 22일 톤당 6300달러에 거래되며 4월이래 최저가격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올해 50% 이상 급등했던 구리와 아연가격이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광산개발 여건 개선에 힘입어 내년 중 3% 가량 가격이 인상되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경제 둔화로 인해 향후 3~4년 내에 구리가격이 60% 이상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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