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력요금 인상없는 배출권거래제는 가능하지 않다
[칼럼] 전력요금 인상없는 배출권거래제는 가능하지 않다
  • 강희찬
  • 승인 2014.07.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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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갈수록 2015년 배출권거래제 도입 여부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로비채널을 통해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반대해온 산업계는 도입을 몇 개월 앞둔 현재 전방위적인 사생결단의 자세로 배출권거래제도 무용론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를 필두로 행정부와 입법부는 국민적 합의로 법제화된 배출권거래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도입을 반대하는 측이나 찬성하는 측 모두 ‘판도라 상자’와 같이 절대 열고 싶어 하지 않는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전력요금 부분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전력요금 인상과 배출권거래제도 도입 간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배출권거래제도는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규제로, 한국이 2015년부터 도입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여러 종류의 기업들 중에서 가장 큰 부담을 떠안게 되는 기업은 석탄이나 가스를 원료로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일 것이다. 온실가스는 석탄이나 가스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발전소의 생산과정은 바로 이러한 연소과정의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청정연료라는 전력은 사실 70%이상이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되는 석탄이나 가스를 통해 생산되는 것으로, 배출권거래제도가 도입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산업부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발전사업자는 이러한 규제 부담을 스스로 고스란히 떠안지 않는다. 대신 규제비용을 ‘가격전가’라는 방식을 통해서 최종소비자(일반전력 사용자)들에게 부담을 돌린다.

그런데 이미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전력시장과 한국의 그것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한국은 전기가격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반면,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전력시장이 자유화되어 시장에서 전기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된다. 즉 유럽연합에서는 석탄이나 가스 등의 원료가격이 오르거나, 탄소세 등 규제비용이 증가하면 그 만큼 전기가격은 상승하고 이러한 가격 상승분은 최종소비자들의 전력요금 상승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산업경쟁력 유지 및 저소득층 보호의 목적으로 전기가격을 통제하고 있어 배출권거래제도와 같은 규제비용이 상승하더라도 전기가격을 그에 맞춰 탄력적으로 인상시킬지 미지수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현재도 한국전력은 정부의 낮은 전기가격 유지 정책으로 인해 생산비용을 모두 보전할 수 없어 매년 영업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적자는 매년 정부 재정으로 메워주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전기요금을 계속 낮게 유지시키려 한다는 가정 하에 배출권거래제도가 도입되게 되면 추가된 비용까지 얹어져서 한국전력의 적자 누적폭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도로 누적폭이 더 커지면 더 많은 일반재원이 이를 메워주기 위해 소요된다.

이러한 보전 방식은 정부재정의 비효율적 배분이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왜곡된 가격으로 인한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의 문제를 동시에 야기 시킨다. 따라서 효과적인 배출권거래제도의 운영을 위해서는 전력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여, 배출권거래제로 인한 비용 증가가 자연스럽게 소비자 전기 요금 인상으로 나타나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은 배출권거래제도를 도입하려는 행정부와 정치권이 숨기고 싶은 부분이다. 배출권거래제도는 발전사나 산업계만 부담이 되는 ‘물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배출권거래제도가 도입되면 일반 전력 사용가(家)의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혹시 정부가 전기요금을 현재와 같이 묶어 놓으려 한다면, 한국 경제 어딘가엔 자원 배분의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세금이 인상되거나 세금을 인상시키지 않으면 다른 부분에 사용되어야할 세금이 적자 보전에 사용되어 국방, 복지 등 다른 예산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행정부는 배출권거래제도 도입으로 인한 일반 전력사용가의 전력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전력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이로 인한 한국전력의 적자를 ‘경영 효율화’라는 방식으로 내부적으로 잘 해소하라고 주문할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례로 보건데 유일한 방법은 정부 재정으로 적자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배출권거래제도 도입에 앞서 접근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배출권거래제도가 도입되면 일반 전력사용가의 전력요금이 인상되어야 하고, 이들 전력사용가에 얼마만큼의 전력요금이 인상될 것인지를 명확하고 예측가능하게 설명해야 한다.

2015년에 도입되는 배출권거래제도는 산업계만의 부담이 아니다. 일반 국민 모두의 부담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방식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국이 왜 배출권거래제도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지, 또한 배출권거래제도가 도입되면 한국의 경제·산업 구조가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변화할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한국이 글로벌 사회에서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도 균형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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