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의원, 국회 입법권 무시 및 한국 정책주권 상실 우려

[이투뉴스] 정부가 당초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를 2020년으로 연기한 배경에는 미국정부의 압력과 현 정부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강박증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은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연기한 이유는 국내 산업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압력과 TPP 참여에 목멘 박근혜 정부의 ‘강박증’ 때문”이라며 “국회의 입법권은 철저히 무시되고 한국의 정책주권 역시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부담을 고려해 협력금 제도의 시행시기를 연기했다는 정부 주장은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굴복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며 “이번 사안은 한·미 FTA 이후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인해 한국의 현행법률이 무력화된 첫 번째 케이스”라고 비난했다.

그는 근거로 통상전문지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Inside US Trade)’ 7월 31일 보도를 제시했다. 보도를 보면 “TPP 선결조건 중 하나였던 오렌지쥬스 원산지 문제가 해결되자 미국 업계가 팡파레를 울렸다”는 내용이 있다.

이어 “한국 정부는 미국의 압력으로 비춰지길 꺼려해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등 나머지 선결조건에 대해서는 모두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등 한국은 미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문제들을 해결해왔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2021년으로 시행시기를 연기하겠다고 밝힌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자동차 소비문화로 이산화탄소가 과다 배출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량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차에는 부담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09년부터 추진된 정책으로 이듬해에 녹색성장기본법에 도입 근거를 마련한데 이어 2013년 7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시행시기가 1년 반 늦춰지는 등 그간 미국 측으로부터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

실제 미국자동차협회(AAPC)는 2012년 10월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 차는 대부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대형차라 부담금이 부과되면 사실상 (한미FTA) 관세 혜택이 무효화된다”면서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압력에 따라 2013년 예산에 1515억원을 확보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던 환경부는 돌연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시행시기를 2015년으로 1년 6개월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2012년 11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심의한 환경노동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윤종수 당시 환경부 차관은 "저쪽(미국)에서 수출하는 차는 대부분 대형차가 많기 때문에 부과금을 많이 부과하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미국 등과의) 통상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를 봐 가지고 이렇게 조정이 됐다”고 국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자동차업계는 시행시기를 1년 6개월 연기시킨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는 지난해 12월 12일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TPP에 관한 한국의 이익’ 컨퍼런스에 참석해 ▶원산지 증명 ▶금융정보 해외이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유기농 제품 상호인증 등 4가지 쟁점사항을 TPP 가입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결국 우리가 저탄소차협력금제를 연기한 것은 TPP 참여를 위해 미국의 눈치만 살피던 박근혜 정부가 국내 산업계의 우려 등을 핑계 삼아 조용히 미국에 백기를 든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분석이다.

박주선 의원은 “한미 FTA 이후 이제는 ‘TPP 선결조건’이라는 명분하에 국회를 통과한 법률의 시행시기마저 5년 이상 늦추는 등 정책주권이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며 “미국정부와 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정책을 결정해놓고 국민에게는 ‘국내 산업계를 위한 정책’으로 거짓포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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