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역할과 향후 전망

 에너지를 공급하는 나라와 주요소비국이 함께 공존하는 동북아 에너지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ㆍ중ㆍ일 3국의 에너지수요는 급증하고 있고 러시아의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에 전 세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96.8%의 에너지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원유수입의 81%를 중동지역에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동북아에너지 시장으로의 확대 진출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에너지 역학구도는 그리 간단치 않다. 각국이 협력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인프라도 구축돼 있지 않고 정책시스템도 제각각이다. 게다가 북한을 둘러싼 미묘한 정치적 상황도 각국의 협력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06 동북아에너지협력 전문가 컨퍼런스 세션 3'에서는 동북아 에너지 시장진출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향후 전망에 대해 조명해 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각 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크고 중요하다는 취지다. 특히 해외국가들이 국영 형태로 에너지 산업을 유지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원만한 정부간 협력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동북아에너지시장 확대와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도경환 산자부 에너지자원정책팀장은 "국가간의 법과 제도를 정비해 국경을 뛰어넘는 교역확대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도 에너지 협력기반을 조성하고 외교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힘쓰겠다"가 밝혔다.

 

도팀장은 "동북아시장은 석유화학, 원자력, 신재생에 대한 신규투자와 송유관과 같은 에너지 수송망 연계방안 등 기술ㆍ자본ㆍ수출측면에서 기회가 존재하고 있다"며 "그러나 협력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장애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동북아 에너지교역 확대를 위해 ▲법ㆍ제도적 정비, 투자자 및 수입국을 위한 시장친화적 환경조성 ▲동북아 국가간 에너지 정책과 계획 공조 ▲에너지협력을 위한 틀 마련을 선행과제로 제시했다.

 

◆ 정부가 '가교역할' 맡는다=도경환 팀장은 정부의 역할을 크게 네 가지로 꼽았다. 우선 에너지 협력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주요생산국과 소비국들의 자원외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한-러 가스협정, 한-몽골 에너지협력, 북경 5자 에너지각료급 회담, 동북아에너지협력정부간협의체추진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돼 왔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하고 협력 강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사업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도팀장은 "우리 기업의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 정부가 제도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며 "국내기업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투자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너지외교를 보다 공고히 해야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도팀장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략적으로 에너지외교를 유지해 나가고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부간 협의체를 지금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추상적인 얘기보다 실무그룹을 중심으로 석유ㆍ가스ㆍ전력 등 구체적 프로젝트를 발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동북아에너지협력정부간협의체의 활동을 강화하고 한ㆍ중의 정부, 업계, 학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전략적 대화채널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북아 시장은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며 "'구매력도 힘'이란 논리로 동북아에서 우리나라가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궁극적으로 수혜가 국민에 돌아갈 수 있도록 메커니즘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정부 전폭적 지원 필요=한편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책실장은 '해외자원개발과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면서 "북미와 유럽의 석유생산량은 감소했지만 동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가 새로 부각되고 있는 개발시장"이라며 동북아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다 활발한 정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촉구하면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정부도 다양한 형태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주장했다. 이에 정실장은 유럽ㆍ중국ㆍ인도처럼 직접출자 방식의 국영기업을 운영하거나 일본ㆍ독일처럼 민간기업에 재정적 지원이나 기술ㆍ인력을 육성하는 방식을 실례로 들었다.

 

정실장은 또 "한국의 해외자원개발 산업은 경쟁국에 비해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선 해외자원개발 역량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지원을 기대하기에 앞서 규모의 경제와 산업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세계 유수의 국영기업들의 평균자산이 240억달러에 이르지만 석유공사는 불과 15억달러 내외"라면서 "외환위기와 저유가로 자원개발 산업기반이 저조했으나 향후 경쟁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실장은 또 정부가 목표 지향적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추진하는 등 선도적 입장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일본은 최근 자유개발률 목표를 2040년 40%로 재정립했다"며 "우리나라도 목표 지향의 해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실장은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재정을 확대하고 자원개발기업의 전문화를 유도해야 한다"면서 "유가변화에 영향을 받지않는 자원개발 추진체제를 구축하고 기업의 역량이 확보된 이후에는 정부지원을 감축해 나가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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