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이어 울진~신경기도 건설지연 불가피
10GW 공급차질 발생 예비율 하락 가능성 농후

▲ ▲ 5~6차 송변전건설계획에 따른 송전선로 구축망 계획도와 건설차질 구간

[이투뉴스] 지금까지의 전력수급 위기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공급력, 즉 발전설비 부족으로 발생했다.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 이후 수년간 지속된 전력난도 지난 50년간 반복된 수요-공급 불균형 현상의 연장선에 있었다. <본지 314호 ‘전력난-공급과잉 5~10년주기 반복’ 기사 참조>

그런데 공급력을 확충해 최근 수급난을 해소했다고 안도하는 순간 또 다른 유형의 위기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전력계통의 수요-공급 불균형이 이번 위기의 뇌관이다. 이미 일부 발전소가 송전선로를 확보하지 못해 새 설비를 놀릴 처지에 놓였고, 건설예정인 발전소들의 앞날은 이보다 불투명한 상태다.

공급능력 1억kW(=100GW, 8월말 현재 90.1GW) 돌파를 눈앞에 둔 한국의 전력시스템이 계통난의 깊은 수렁에 발을 내딛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6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 다수의 발전소가 장기간 개점휴업 사태를 맞고, 이로 인한 중장기 수급위기 발생 가능성도 농후하다.

본지가 한전 내부에서 작성돼 계통관리 당국자 사이에 공유된 전력계통 건설여건 현황자료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미 4~5년씩 준공이 지연된 신고리~북경남 765kV와 신당진~신탕정 345kV 계통 외에 5,6차 송·배전 건설계획에 포함된 주요 신설노선의 적기 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울진(한울원전)·삼척 대규모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신한울~강원개폐소~신경기변전소 765kV 송전선로는 당초 계획대로 2019년 준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전은 신울진부터 강원개폐소까지의 노선계획만 수립했을 뿐, 아직 단 1기의 철탑부지도 착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강원계폐소~신경기변전소까지의 나머지 구간은 여주시·양평군 등 경과 후보지역의 강한 반발로 노선 확정에 애를 먹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주요노선 건설이 지체되면 6차 수급계획에 반영된 동해안 일대 대규모 신규발전소들의 적기 가동이 불확실해졌다는 점이다. 당장 삼성물산과 남동발전이 내년 5월 착공하는 강릉안인석탄화력(옛 ‘강릉 G프로젝트’)은 2019~2020년 사이 2GW 규모로 준공 예정이다.  

하지만 한전은 신울진~강원개폐소~신경기변전소간 노선을 당장 착공해도 준공까지 최소 8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노선에 발전소를 물려야 하는 강릉프로젝트 준공과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

우여곡절 끝에 포스코에너지 품에 안긴 동양파워(2GW 석탄화력)도 사정은 마찬가지. 2021년까지 발전소를 준공해도 신울진~신경기 송전선 건설이 지연되면 발전소를 가동하기 어렵다. 전력당국은 이 노선 건설지연으로 원전 6기에 해당하는 약 600만kW의 공급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력계통발 수급위기는 이미 당진지역 송전선 건설지연으로 쟁점 현안이 됐다.

내년부터 2016년 사이에 완공되는 2GW급 당진화력 9,10호기와 사업권 매각이 진행중인 동부발전당진(동부그린 1,2호기)은 북당진변전소까지 신규 송전선로 건설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완공 이후 최소 수년간 발전소 가동이 불가능하다.

발전사업자 측은 765kV 기존 가설 선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력계통 신뢰도 기준 한시 유예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개별발전소 가동을 위해 기준 적용을 유예하는 것은 건물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건물을 계속 사용토록 하는 것과 같다”며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약 당진 9,10호기와 동부그린 1,2호기를 이미 용량이 포화된 기존 765kV에 물릴 경우, 만일의 송전망 고장 시 전국 부하의 6%에 해당하는 광역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접속허용 불가 사유다. 그런데 이들 설비의 가동을 담보해 줄 345kV 노선은 빨라야 2019년께나 준공된다.

전력당국 내부 관계자는 “송전설비 건설차질에 의한 수급영향은 발전설비 부족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파장이 크다”며 “강원지역과 당진지역의 송전선 건설 지연으로 약 1000만kW의 설비가 제때 가동되지 못하면 사실상 설비예비율의 10% 이상이 떨어져 또다시 수급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전선로 건설지연에 따른 파장이 예상보다 일찍 대규모로 가시화되자 비난의 화살은 송전망사업자(SO)인 한전을 향해 쏠리고 있다. 주민 수용성 저하를 볼모로 한전이 책임회피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송전설비이용규정에 의하면 민원발생 등으로 건설이 지연되면 한전은 책임을 지지 않으며, 전력시장에서도 송전망 제약에 의한 정산 처리나 규정이 미흡해 발전사업자에 관련 불이익이 전가되고 있다.

또 다른 당국자는 “한전의 현 행태는 고속도로(송전선로)가 들어선다고 인근에 창고(발전소)를 지었는데 지역민원이 있으니 도로를 못 뚫겠다며 발을 빼는 것과 같다. 국가 주요 간선망 구축의 책임을 진 한전이 핑계대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당국자는 “접속선로는 발전사에 맡긴다 치더라도 공용망까지 발전사 책임으로 몰고가는 것은 한전의 무한 책임회피이자 최고의 불공정 약관”이라면서 “하루 빨리 전력계통 신뢰도 감독기구를 설립해 한전의 송전투자 적정성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송변전주변시설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는 등 여건이 한층 개선된 만큼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지역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현진 한전 계통계획팀장은 “송주법을 근거로 보상을 합리화하고 지역 수용성 확보를 위해 입지선정을 한전이 아닌 지역 협의체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가공(공중선)이 어려운 부분인데, 가급적 지중화 구간을 확대하는 등 계획 설비의 적기준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오 팀장은 “한전은 송전선로 이용규정이나 정부 기준에 따라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그동안 송전선로 건설투자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송주법 등 여건이 개선된 만큼 향후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전력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미래 전력수급 불안은 송전망 건설지연으로 발생할 것”이라면서 “지난 9.15 정전보다 더 큰 사고를 예방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국가 전력계통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시급히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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