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배출권거래제가 결국 누더기가 된 상태로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열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산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고려해 모든 업종의 감축률을 10% 완화하기로 하는 등 내용을 상당 부분 약화시켰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당초 2013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재계의 반발로 1년반 늦춰지더니 너덜너덜 해진채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별로 허용량을 할당하는 제도로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기업은 줄인 만큼 배출량을 팔수 있고, 반대로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하는 기업은 그 양 만큼 배출권을 사야 한다.
 
그러나 경제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모든 업종에서 목표 감축률을 10% 완화하기로 한데다 감축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간접배출 및 발전분야의 감축량을 추가 완화해 할당량을 지난해나 올해 배출실적 수준으로 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꾸어 말하면 올해 배출한 온실가스 양만큼을 내년에도 똑 같이 할당량을 부여함으로써 기업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올해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즉 새로운 부담이 없어지는 셈이다.
 
또한 배출권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시장안정화로 조치로 목표가격을 톤당 1만원으로 설정했다. 이같은 시장 안정화조치는 온실가스 배출권 값이 폭등할 경우 정부가 비축한 예비물량을 풀어 시장가격을 낮추는 제도. 즉 온실가스를 할당량보다 넘겨 배출하는 기업은 그 양만큼 배출권을 사지 못할 경우 부족분만큼 시장가격의 3배(최대 톤당 1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하나 정부가 예비물량으로 시장가격을 톤당 1만원으로 유지하면 과징금이 톤당 3만원으로 제한돼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아울러 재계가 예상배출치(BAU) 재산정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2015~2020년의 BAU를 재산정하기로 했다. 재산정 과정에서 배출량이 상향 조정된다면 업계의 온실가스 감축량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재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 환경단체 등을 알맹이가 빠진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사실상 제도가 누더기가 돼 온실가스 감축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등은 꾸준하게 온실가스 감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발전소 부문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2005년 기준 보다 30%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도 일부 지역에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제적인 분위기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큰 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내년부터 시행키로 한 것은 극히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제도 자체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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