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차·포 뗀 배출권거래제…효과는 미지수
[특집] 차·포 뗀 배출권거래제…효과는 미지수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4.09.29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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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등에 업은 최경환號 후퇴 강수에 환경당국 밀려
발전·에너지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2차년도 더 걱정”

▲ 배출권거래제 개념

[이투뉴스] 우여곡절이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다. 배출권거래제 얘기다. 시행과 연기를 둘러싸고 수년을 끌어왔으나 내년 시행으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초기 야심찬 계획에 비해 초라해진 것도 사실이다. 산업계의 끊임없는 반대와 경제 상황에 밀려 정부조차 우왕좌왕했다. 결국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을 맡은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산업계 의견을 수용, 시행은 하되 내용에서는 대폭 후퇴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 등 환경당국 목소리는 크게 움츠러들었다. 오죽하면 윤성규 환경장관이 나서 “환경부는 지금 우군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을까. 그는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계나 산업계는 내일 살기 바쁜데 왜 먼 훗날을 걱정하느냐고 우리를 몰아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배출권거래제,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등 현안마다 산업계와 부딪치면서 후퇴를 거듭해야 했던 아픈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선 언론과 시민사회 단체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에둘러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환경당국이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많다. 온갖 잡음이 있었지만 일단 배출권거래제가 출발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1차년도(2015∼2017년)의 경우 감축의무량이 많지 않아 부담이 다소 줄었으나, 향후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줄여야 하며 할당량을 넘을 경우 배출권 거래를 통해 채워야 한다는 대원칙이 수립됐다는 이유에서다. 1차년도 기간에서 거래제에 대한 튼튼한 기반을 마련한 후 2018년부터 시작하는 2차년도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초안대비 대폭 후퇴…1차년도 부담 낮춰
배출권거래제는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총량과 기업별 할당량을 정한 후 배출권을 거래하는 온실가스 감축제도다. 감축목표를 초과 달성할 경우 배출권을 부여하고, 달성하지 못한 기업이 이 배출권을 사들여 부족분을 메우는 방식이다. 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유럽을 비롯해 상당수 국가가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녹색성장기본법을 통해 도입을 확정했으나 이후 한 차례 시행시기가 연기되는 등 마찰을 빚어왔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개선안을 살펴보면 우선 배출권거래제의 경우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효과적 이행과 대외신뢰도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 시행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제도시행 초기 산업계의 불안감 및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 거래제도 안착 등을 위해 기업부담 완화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모든 업종의 감축률을 10% 완화하고,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간접배출 및 발전분야에 대한 감축부담을 추가 완화, 배출권 할당량을 2013∼2014년 배출실적 수준으로 조정키로 했다. 실제 최종 확정된 할당총량(2015∼2017년)은 16억8700만톤으로 환경부가 5월 내놨던 초안에 비해 전체적으로 4341만톤이 늘었다. 발전·에너지 분야 역시 3147만톤이 증가한 7억3585만톤으로 책정했다.

▲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및 업종별 할당량

더불어 산업계의 배출권가격 급등 및 과징금 부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배출권 기준가격을 1만원으로 설정했다. 또 유연성 보장 수단(이월·차입, 상쇄, 조기감축 실적인정, 신증설 추가할당 등)을 적극 활용하며, 올해 진행하는 장기 배출권 전망(post-2020) 작업 시 2015∼2020년까지의 BAU를 재검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 최종안은 사실상 배출권거래제 시행 시기만 못 박았을 뿐 내용측면에서는 산업계 요구사항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할당량을 정함으로써 감축의무가 대폭 줄었고, 배출권 가격도 1만원으로 정해 시장기능을 사실상 없앴다. 심지어 중장기 온실가스 배출전망을 재검토하는 것까지 수용하면서 환경당국의 입지가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정부, 산업계와 힘겨루기서 밀려
이처럼 배출권거래제 정부안이 초안에 비해 대폭 후퇴한 것은 산업계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는 과도한 산업계의 비용부담을 이유로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를 아예 新기후체제가 마련되는 2020년 이후로 늦춰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선진국조차 강제 감축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경제 부담을 안고 왜 우리가 앞장서야 하느냐는 불만이 주된 이유다.

구체적으로 배출권 거래비용이 기업 입장에서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으로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2015∼2017년 3년간 최대 27조5000억원을 추가 부담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또 할당량의 근거가 되는 배출전망치(BAU) 산정과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며, 전망치에 대한 근거 공개와 함께 전면 재산정해야 한다며 몰아붙였다.

경제계는 전력, 스팀 등 간접배출을 할당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이중규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에서도 간접배출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직·간접배출에 대한 부담에 더해 최대 13조원으로 추정되는 발전부문 부담비용이 전기요금에 전가될 경우 이중, 삼중의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환경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령에서 이미 규정된 사안인 만큼 현행대로 추진한다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더불어 관계부처 설명자료를 통해 경제단체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들불처럼 번지는 연기론을 막기 위해 애썼다.

우선 경제계가 산정한 추가부담액은 비현실적인 가정(모든 업체에 과징금 10만원 적용)과 자체 배출전망을 바탕으로 했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내놓은 할당계획(안)에 따른 감축비용(2015∼2017년간)은 1조1000억원 수준(현재 EU 가격 기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배출전망치 산정 역시 투명하게 이뤄졌다며 재검토 요구를 묵살했다.

하지만 경기회복 특명을 받은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정부 입장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의 협조가 절실한 경제팀 입장에선 환경논리만을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가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연기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후퇴가 기정사실화됐다.

결국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은 당초 계획을 유지하되 감축률을 완화하는 등 기업 부담을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배출권거래제 최종안을 확정했다. 겉으로는 기업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환경부의 방어논리를 산업계 주장을 등에 업은 최 부총리가 무너뜨린 것이란 분석이다.

◆2차년도부터 감축부담 크게 늘어날 듯

▲ 발전-에너지 부문 배출권 할당대상업체

그동안 전력생산 과정에서 대규모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발전·에너지 업체들은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배출한도가 늘어나 부담이 일부 줄기는 했으나 당장 내년 한 해 2억5000만톤의 총량을 맞추기 위해선 배출권 구매 외엔 이렇다 할 실질적 감축수단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더불어 이행비용을 고려할 때 1차 계획기간에 1조3000억원에서 최대 3조9000억원의 전기요금 인상영향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발전사들의 경영수지 악화를 막으려면 매년 약 2.6% 요금 인상률을 적용해 보전해주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주택용 1가구당 전기요금 상승분도 3년간 9360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결국 전기요금 등 에너지가격이 제때 오르지 않을 경우 모든 부담은 발전·에너지부문의 몫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가 우선은 톤당 1만원으로 배출권 가격을 묶어 놓았지만, 2기부터는 인위적인 통제가 아닌 시장가격체제로 전환할 확률이 높은 만큼 비용부담 규모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환경부는 기획재정부 등이 추진하는 배출권전망치(BAU) 재산정 작업에 대해 기존 전망치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모양새다. MB정부 시절 내놓은 배출전망치를 재검증, 당초보다 3.6% 늘어난 2020년 7억7600만톤으로 조정한 만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배출권거래제가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제부처나 산업계 걱정을 감안해 1차년도 부담을 대폭 덜어준 만큼 2018년부터 시작되는 2차년도에는 허용총량을 더 줄여서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2기가 실질적인 거래제 시행원년이 되는 것은 물론 그에 따른 부담도 크게 늘 것이란 분석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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