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현창 대한LPG협회 기획관리본부장

1급 발암물질인 경유의 택시보급…각계 우려 당연한 일
차량가격, 유지비 등 종합 반영하면 LPG택시가 경제성
정부·업계·시민단체 등 협의체 구성해 정책 재검토해야


[이투뉴스] “경유택시의 도입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국가에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선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유차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경유택시 도입 정책에 대한 견해를 묻자 박현창 대한LPG협회 기획관리본부장은 무엇보다 환경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012년 6월 경유차량의 배출가스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고, 이는 유로-6 기준의 경유차량 배출가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경유차량을 택시로 보급하는 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유택시를 도입하려는 측에서는 경제성을 내세우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여전히 생산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현재 기준으로 연료비, 차량가격, 유지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경제성을 따져볼 경우 LPG택시가 더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차량가격 뿐만 아니라 운행거리가 긴 택시의 특성 상 경유차의 핵심부품인 터보차저, 인젝터,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DPF(디젤먼지필터), SCR 또는 LNT(NOx 저감장치) 등 고가부품 교체로 인한 유지비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택시 운행 종사자들은 실제 경유택시로 인한 혜택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근무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경유택시 도입으로 차량가격이 상승하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사업자가 그 비용을 전가할 경우 기사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경유택시의 소음, 진동, 배출가스 유입으로 하루 종일 택시를 운행하시는 기사들의 건강에 해악을 미칠 것도 자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택시노조가 경유택시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유택시 도입 정책을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정부와 관련업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세심한 검토와 합의과정을 거칠 것을 제안했다.

- LPG수요에서 수송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합니다. 경유택시가 도입되면 LPG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범LPG업계 차원에서 대응책이 모색돼야 할 듯한데.

‣ 지난해 국내 LPG수요가 약 810만톤인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401만톤이 수송용입니다. 편향적인 도시가스 보급 정책으로 매년 LPG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가 닥친 셈이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패러다임을 바꿔 기존의 LPG공급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LPG업계에 원하는 것은 경쟁력 있는 가격과 함께 안전하고 편리한 LPG공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켜야하는 거죠.

우선 경쟁력 있는 가격의 LPG공급을 위해 해외에서 저렴한 LPG를 도입하는데 애쓰고 있습니다. 회원사인 E1과 SK가스는 미국 셰일가스에서 생산되는 LPG를 도입할 예정이며, 중동국가와도 셰일가스 생산 LPG를 레버리지로 활용, 가격 협상력을 높여 저렴한 가격에 LPG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국제 LPG가격이 높은 수준이었으나,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9월 국제도입가격은 톤당 700달러 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LPG가격도 리터당 1010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가정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국제LPG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협회를 중심으로 LPG차량의 품질을 개선하고 배출가스 수준을 저감하기 위한 R&D 활동을 통해 LPG차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LPDi(LPG 직분사) 엔진개발 사업은 2011년 말 완료된 선행 연구결과를 토대로 상용화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상용화 개발은 환경부 국책사업인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채택되어 2011년 8월부터 현대자동차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LPDi 차량이 상용화되면 연비는 기존 차량보다 10% 향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 저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LPDi 엔진개발 외에도 중대형 LPG 혼소차량 개조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도넛형 저장탱크 탑재 LPG차량 기술개발 등 LPG차량의 성능과 편의성을 향상시켜 운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유택시 도입, LNG 도시가스의 침탈 등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어려운 환경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만 LPG산업이 도약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LPG업계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도록 하겠습니다.

- 경유택시의 환경성에 대해 환경단체는 물론 시민단체 등 각계의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한데 어떻게 보시는지.
‣ 경유차량의 기술발전으로 경유차의 배출가스가 예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기존 LPG차의 환경성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유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LPG차량보다 수십배 많습니다. 질소산화물은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광화학 스모그와 산성비의 주요 원인인 물질입니다. 또한 경유차량은 미세먼지로 인해 매연저감장치가 필수이나, 정체 및 저속구간이 많은 시내 주행 특성을 고려할 때 매연저감장치의 정상적 작동이 어렵다는 점에서 환경악화는 자명할 것입니다.

최근 유럽에서 경유차량 비율이 높은 프랑스의 경우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 소유자에게만 전기차로 전환 시 기존 전기차 보조금 외에 별도로 1만 유로, 한화 약 135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에도 2020년까지 현재의 경유택시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럽 선진국들이 경유차 배출가스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경유차의 비중을 줄이고 있는 상황인데 반해 우리의 경유택시 도입은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재고되는 게 마땅합니다.

- 제4세대 LPDi엔진이 개발돼 차량이 첫 선을 보였습니다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먼 것으로 압니다.

‣ LPDi엔진은 연료를 직접 실린더 내로 분사함으로 인해 거의 '완전연소'에 가까운 연소반응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연비 향상, 출력 증대, 배출가스 저감을 이룰 수 있는 신기술이 적용된 엔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자동차사에서 LPDi엔진 및 고압펌프와 인젝터 등 핵심부품 개발이 진행 중으로, 향후 2년 내에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동차사 입장에서 상용화는 엔진 및 관련 핵심부품의 성능뿐만 아니라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 기존 판매중인 차종과의 중복성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 다소 시간은 걸릴 것이겠지만,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3~4년 이내에 국내에서 세계 최초의 LPDi 승용차가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엔진을 적용한 차량이 보급되면 LPG차량 운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경제성은 물론 안전성, 편리성 측면에서 LPG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매년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이런 요인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LPG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 LPG는 LNG와 비교해 수송과 저장이 편리한 고급 청정에너지입니다. 부탄캔만 보시더라도 어느 장소에서나 편하게 사용하고 있죠. 다만 LPG가 사회적 약자층에서 많이 사용하다 보니 안전에 대한 투자 부족, LPG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사고가 종종 발생해 소비자들이 다소 위험한 연료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범LPG업계는 이 같은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와 함께 마을단위 LPG배관망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한 LPG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사회공헌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LPG를 사용하시는 분들 중 사회적 약자가 많습니다. 우리 협회 회원사인 E1과 SK가스와 함께 충전사업자단체와 판매사업자단체가 힘을 모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2012년초 100억원 규모의 'LPG 희망충전기금'을 조성했습니다. 이 기금을 통해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지원사업, 택시업계 장학금 지원, 사회복지시설 LPG공급시설 개선 등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50억원을 추가 출연해 기금규모를 총 150억원으로 확대했습니다. 기존에 펼치고 있는 지원사업은 물론 추가적으로 LPG사용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강구하겠습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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