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판매량 150% 증가, 유럽·중국·미국이 주도
우리나라 점유율 1%도 안돼, 더 뒤처지면 도태 위기

▲ 독일 bmw가 내놓은 전기자동차 i8 컨셉트카의 충전 모습.

[이투뉴스] 전 세계 전기자동차(EV)의 성장세가 매섭다. 올 상반기에만 순수 전기차가 작년 상반기에 비해 40.4% 증가했으며, 전기충전식 하이브리드차는 58%가 늘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들 역시 전기차 개발과 판매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앞선 몇 개의 업체가 주도했으나 이제는 글로벌 자동차제작사라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업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오랜 탐색기를 거친 전기자동차가 이제부터 확연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진단이다.

주요 선진국과 글로벌 자동차제작사가 전기차 육성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친환경차의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전기차는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해 석유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데에도 필수불가결이다. 이밖에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이 유사시에 전력계통으로 역전송이 가능해, 분산전원의 역할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구체적인 시기가 문제일 뿐 미래에는 전기차가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실제 중국은 2020년 전기차 500만대 보급이라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정부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배출가스 강화정책 등을 감안할 때 머잖아 선순환시대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 역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내년 예산을 공개하면서 하나같이 전기차 분야의 투자확대를 내세웠다. 우선 환경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4만대를 대상으로 구입시 100만원의 보조금을 신규로 지급하는 방안이 내년 환경분야 예산에 반영했다. 또 올해 254억원이던 충전인프라 구축 등 전기차 예산을 내년에는 788억원으로 늘렸다. 산업부도 내년부터 오는 2017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대여 시범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사실 우리 정부는 2009년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 중 하나로 전기차를 선정하고, 2015년까지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이 약속은 허언이 됐다. 보급대수는 물론 세계시장 점유율 모두 턱없이 미달한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이 연평균 30% 수준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5년째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다. 정책 일관성 부재, 낮은 기술력 등이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 배터리와 전기·전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규모 자동차제작사로 성장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이 선두권으로 올라갈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와, 충전인프라 확충, 내수시장 확대 등 제대로 된 전략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전기자동차 보급 현황 및 추진 방향
우리나라는 2010년 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기자동차 보급전략을 수립했다. 1단계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의무구매 등의 방법으로 2012년까지 3000대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였다. 또 2013년부터 2단계 보급에 나서 전기차 선도도시 지정, 민간 시범보급 등에 나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전기차의 짧은 운행거리와 미흡한 성능, 충전인프라 부족 등으로 보급대수와 충전시설 모두 형편없는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6월까지 2000대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전시설도 급속충전시설은 177기에 불과하며, 완속 및 자가충전시설을 모두 합해도 1900기 남짓이다.

▲ 전기차 및 충전시설 보급현황

정부 역시 이같은 보급목표 미달을 감안, 전기차 보급대수를 내년 8000대, 오는 2020년까지 20만대를 보급하겠다며 현실적으로 목푤르 수정했다. 정부와 별개로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 37만여대를 보급한다는 ‘탄소제로섬’ 계획 아래 전기차 보급에 올인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2018년까지 1만5000대를 보급한다는 플랜을 마련했다.

충전인프라 확충과 충전방식 호환문제도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정부가 EV선도도시를 중심으로 부족한 충전시설 확보를 위해 공공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 충전 호환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충전방식(복합멀티형, 차데모+AC 3상+DC콤보)의 충전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특히 공공인프라로 구축되고 있는 급속충전시설에 대한 유료화를 단행, 공공시설의 효율적 관리·운영 및 지자체 소유 충전서비스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시간대에 자가(완속) 충전을 늘림과 동시에 지자체 비용부담 완화로 충전서비스 제고 및 충전사업자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유료화는 1㎾h당 약 500원 내외에서 산정할 것으로 보인다. 월 10회 사용 시 5만원(1회충전 10kWh, 약 50km/10kwh, 월 500km 운행) 가량의 비용을 부과, 동급 휘발유차량 500km 주행(휘발유 1850원/1L 일 경우 7만7000원) 때보다 30%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자가충전기(완속) 사용해 500km를 주행했을 경우에는 약 1만2000원의 전기요금이 나온다.

▲ 국내 전기차 보급차량 현황

기존 승용차 위주에서 보급 차량의 다변화도 추진한다. 내년 출시예정인 화물전기차(개조차)를 비롯해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서도 국고보조금 지원을 통해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지원 대상 여부 및 보조금 규모 등은 연말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여기에 개별소비세 등 세제감면 일몰제(2014년 12월) 역시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기간 연장을 추진키로 했다.

여기에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높은 가격 낮추기와 충전인프라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에 ‘전기차용 배터리 대여 시범사업’ 72억여원을 포함했다. 지금까지 충전시설 설치 및 구매 보조금 지급이 전기차 보급을 위한 핵심정책이었던 만큼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는 셈이다.

배터리 대여사업은 버스나 택시차고지, 정류장 등에 대용량 배터리를 비치하고, 배터리 자동교환시스템을 통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대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리스업자에게 배터리 비용(버스 1대당 약 8500만원) 및 배터리 교체시스템 비용(개소 당 18억원) 일부를 지원한다.

◆해외선 성장세 꾸준…시장재편 조짐도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18∼19일(현지시간) 야심차게 준비한 S500 플러그인-하이브리드(PIH)를 공개했다. 일반 가정에 있는 콘센트를 이용해 충전할 수 있으며, 최대 4시간이면 100% 충전이 된다. 외형만 봐서는 종전 S500과 전혀 다르지 않지만 연비를 보면 깜짝 놀란다. 기존 S500의 연비(11.62㎞/L, 유럽기준)의 3배를 넘는 35.7㎞나 된다.

하이브리드 분야 강자인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일본 자동차기업은 물론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자동차사도 전기차 개발과 양산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에서 점차 순수 전기차 및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로 시장구조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실제 자동차 시장조사기관인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6만888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40.4% 증가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자동차 중간 개념인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2만8486대에서 4만5198대로 58.7% 뛰었다. 물론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83만8천833대로 아직은 압도적인 수치지만 증가율은 12.4%로 주춤한 모양새다.

올 상반기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차종은 닛산의 전기차 ‘리프’였다. 리프는 이 기간 세계적으로 2만4344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량의 40%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테슬라의 ‘모델S’(1만607대)와 BMW의 ‘i3’(4339대), 르노의 ‘조’(3536대) 등도 많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중국 체리자동차는 전기차 모델 ‘QQ3’ 등 모두 3287대의 전기차를 세계시장에 팔았다. 반면 현대기아차가 전기차로 내놓은 ‘레이’는 올해 상반기 139대 팔리는 데 그쳐 아직은 부족한 우리 기술력과 도전의지가 아쉽다는 평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유럽과 중국 시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절대적인 수치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시장 규모를 자랑하지만 상반기 유럽 시장이 작년 동기보다 83%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역시 같은 기간 69% 성장했고, 미국 시장은 33% 늘었다.

▲ 주요국 전기자동차 보급대수 및 목표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그동안의 탐색기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해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데다 카 쉐어링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전기차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중국 정부가 올들어 세 차례에 걸쳐 친환경 자동차 장려 정책을 내놓으면서 향후 중국이 전기차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조만간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대 1000억위안(한화 16조498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신에너지차 보급계획이 확정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SNE리서치 관계자는 “세계 전기차 시장이 올해 260만대에서 2020년 1860만대로 성장하고, 그 중 순수전기차와 PHEV가 약 800만대가 될 것”이라며 “이차전지 등 관련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만큼 정부와 국내 자동차사 역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미국 테슬러사가 보급 중인 전기자동차 로드스타.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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