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파트재건축 규제완화 유감
[칼럼] 아파트재건축 규제완화 유감
  • 양춘승
  • 승인 2014.09.29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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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내 사주에 역마살이 끼었는지 나도 세상 여기저기 돌아다니길 좋아한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는 항상 자기와 다른 그 무엇과 만난다. 어떤 것은 스치듯이 지나가버리고 또 어떤 것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다. 몇 년 전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두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하나는 파리에서 본 아주 오래된 4~5층 아파트 단지로, 안내자의 설명에 따르면 적어도 100년 이상 된 것들인데 아직도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다고 했다. 건물의 높이가 4~5층인 이유는 당시 기술로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높이 때문이란다. 또 다른 하나는 베트남의 하롱베이 근처의 벌거벗은 산이다. 하롱베이라는 천혜의 관광지를 코앞에 두고 여기저기 많은 산들이 벌거벗은 채 흉한 몰골을 보이고 있었다. 이유는 바로 시멘트 생산을 위한 석회석을 막무가내로 파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국토교통부는 이른바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과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문제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을 최장 30년으로 10년 앞당기고 안전 진단 시 주거 환경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인다는 부분이다. 정부는 규제 합리화로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과도한 부담을 줄여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아파트 재건축 연한 완화 조치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래 세대를 고려하지 않고 당장의 돈벌이만을 추구하는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대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내가 파리와 하롱베이의 묘한 대비를 소개한 이유이다.

이번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재건축 연한 완화 조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환경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자원순환사회 건설’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환경부는 현 정부의 주관 국정과제로 ‘천연자원과 에너지의 채취·사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한번 채취한 천연자원과 에너지의 순환사용이 극대화된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을 조기실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원 순환을 위한 국제적 원칙은 3R이다.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것(Reduction), 발생한 폐기물이라도 가급적 재사용하는 것(Reuse), 그리고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Recycle)이 그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원의 무분별한 남용을 막아 후손에게도 살아갈 자원을 남겨주는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국토교통부의 발표는 인위적으로 재건축 연한을 앞당겨 충분히 더 살아도 되는 아파트를 굳이 헐고 새로 지으라고 충동질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재건축을 허용하는 기준은 안전성에 있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연한을 굳이 앞당길 필요가 있을까? 독일 같은 나라에도 아파트나 주택의 재건축에 대한 정책이 있지만 그 일차적인 목표는 에너지절약이고 경제 활성화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목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창틀 교체, 단열 등 에너지 절약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에 필요한 자금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가져오는 난방열 수요를 줄이는 사업 등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정도다.

물론 사람들은 돈을 벌고 싶어 하고 또 새집에 사는 걸 낡은 집에 사는 것보다 좋아할 것이다. 그렇지만 더 살아도 되는 멀쩡한 아파트를 건설사 돈 벌게 할 목적으로 헐고 새로 짓게 도와줘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유한한 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이나 미래 세대의 삶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미 수명이 끝난 고리 원자력 발전소는 더 연장하려고 그토록 애를 쓰는 정부가 수명이 남은 아파트는 빨리 헐고 새로 지으라고 재촉하는 이 아이러니를 우리의 후손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난 정부가 국민의 뜻을 묻지 않고 강행한 이른바 4대강 개발이 우리에게 남긴 막대한 부채와 환경 파괴를 똑똑히 경험하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지난 4월 16일 침몰한 세월호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어린 생명을 잃었고, 그로 인한 상처로 지금까지도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가! 모두가 안전 불감증이네 어른들의 잘못이네 등등 말만 할 뿐, 정작 정부는 이처럼 안전이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부 정책은 그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먼 앞날을 바라보고 설계되고 추진돼야 한다. 근시안적이고 설익은 정책은 모든 국민에게 설움과 아픔을 남겨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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