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세계에는 아름다운 곳이 많다. 산림지대, 사막, 호수, 툰드라 등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산림지대는 지구 전체 육지면적의 32%, 전체 면적의 9%를 차지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는 한국의 설악산을 세계 속의 자연보전지구로 지정한 바 있다.

산림생태계가 온전히 잘 보전된 곳이 세계적으로 많지 않아 지구의 역사가 끝나는 순간까지라도 보전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산림은 인간의 활동범위 확대로 파괴되어 계속 축소되고 있다. 산림을 구성하고 있는 수목의 훼손은 형성되기에도 오랜 세월이 소요되지만 훼손후의 회복은 더 오랜 세월과 원래 기능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흔히들 한번 훼손된 자연이 원 기능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1세기(100년)가 걸린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래서 아름답기도 하고 자연생태계가 지금까지 잘 유지되고 있는 설악산을 전 지구적으로 보전할 것을 약속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곳에서 1, 2년 전 논란이 되었던 일이 다시금 되풀이 되고 있다. 설악산 양양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다.

헌데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진행 상황인 듯하다. 관련부처는 조용하고, 본 사업의 시행을 열망하는 해당 지자체만 잔칫날처럼 야단이다.

하기사 해당 부처가 조용하기에는 드러내 놓고 말 못할 속내가 있지만 사정은 좀 복잡한 것 같다.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지활성화 대책속에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침체되어 있는 국가 경제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거국적 안에 소신있는 목소리를 낼만한 강심장의 소유자가 없는 모양이다.

본 사업은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위원회의 심의에서 부결된 바 있다. 살아있는 화석동물 산양의 서식지 환경 훼손이 크다는 등 자연생태계 훼손이 주 이유였다.

그러했던 이유들을 해소할 만한 대안들을 강구 했는지는 몰라도 이 사업에 대해 낮은 목소리를 내며, 마치 긍정적인 성향으로 뒤바뀐 듯한 해당 부처를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업 추진을 열망하는 찬성론자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을 방문하는 대다수의 중국인들을 위해 양양비행장을 활성화 하고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수익을 창출한다는 해법이다.

눈에 보이는 단기적 해법이지만 그 고충 또한 일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장기적 측면에서 세계속의 설악산 파괴를 묵인하여 얻어질 재화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 앞선다.

세계는 얼마전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된 ‘나고야 의정서’에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생물종을 보유한 생물주권국이 향후 세계 경제권의 주류에 속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세계는 생물주권국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암묵적 전쟁을 치루고 있으며 자국의 생물상 보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설악산이 또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남쪽에 살고 있는 식물의 최북단 한계선과 북쪽에 살고 있는 식물의 최남단 한계선의 공통 지역이 바로 설악산이다. 이러한 연유 만으로도 설악산에서의 생물종 훼손은 어느 종 할 것없이 민감하게 다루어져야 하며, 만에 하나, 타 국가와의 생물종 주권에 대한 논쟁시 대상종이 설악산에 서식·분포되어 있음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됨을 자각해야 할 일이다. 그때 얻어질 재화에 대한 기대는 모두가 흥분할 정도임에 분명하다.

대청봉에는 홍월귤이라는 아주 작은 나무가 있다. 지상에 뻗어있는 높이는 불과 수 cm에 불과하여 모르는 사람들은 나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다.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남아있는 개체수는 200 여주에 불과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대청봉 국립공원 분소직원들은 365일 보전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홍월귤이 인간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할지 아직 아무도 잘 모른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비, 바람, 강설, 추위를 무릅쓰고 그 자리에 있게 하는 것일까.

이제라도 관련 부처는 좀 더 대국적 견지에서 진중히 생각하는 혜안을 가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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