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션타임스는 지난달 말 세계 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인용해 올 6월과 8월 미국의 산유량(액체 에탄 및 액체 프로판 포함)이 하루 평균 1150만배럴로 사우디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10월에는 사우디를 넘어서거나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대 산유국이 될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2011년에는 미국이 2020년쯤 세계 최대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으나 작년 11월 IEA는 그 시점을 2016년으로 앞당겼고 올 4월에는 2015년으로 수정 발표했다.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2008년만 해도 하루 평균 500만 배럴에 불과했으나 근년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셰일가스 혁명 덕분이다. 수압파쇄와 수평시추공법 등 새로운 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채산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던 노스 타코타와 텍사스 등 일부 유전에서도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9월초 887만배럴까지 치솟았고 올해 안에는 900만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부상한다는 것은 세계 자원시장은 물론 국제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 및 셰일가스 생산이 계속 늘어나면 미국의 에너지 자립률이 100%를 넘어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이룩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약 90% 선으로 알려진 미국의 에너지 자립률이 100%를 넘어선다는 것은 미국의 국제전략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게 불문가지이다. 미국은 수십년간 안정적인 원유 확보를 위해 치밀한 중동전략을 구사해 왔으며 그 무엇보다도 중동을 중시해 왔다. 이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국익에 큰 보탬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엄청난 희생과 대가를 치르면서도 여러 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을 수행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에너지가 독립된다면 앞으로도 미국이 많은 돈을 들여 중동전략을 고수할 것인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나마 향후 미국의 국제전략이 중동을 넘어서서 중국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중국 역시 이 같은 미국의 포위전략을 의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에너지 자립률이 80% 수준인데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에너지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은 앞으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에너지 전략이 때로는 부딪치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적인 움직임도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6%를 수입하고 있다.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시장 동향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는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반성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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