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전력수급계획, 사실상 간년도 계획화
전력 수요전망 낮추고 발전소 신규건설 제한

▲ lng복합화력 설비인 동두천드림파워.

[이투뉴스] 2029년까지 향후 15년간의 중장기 전력수급 정책을 결정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작업이 내년 상반기로 늦춰진 가운데 당국이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을 고려해 전력 수요전망을 기존 6차 계획 대비 크게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 발전사가 추진 중인 20GW 상당의 신규 석탄·LNG 건설의향 사업 <관련기사 ‘7차 전력수급계획, 건설의향 20GW 넘을 듯’ 참조>은 물론 노후화력 대·개체 사업 일부가 2016년 8차 계획으로 유보돼 7차 계획이 사실상 간년도 계획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전력 수요전망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고 월성 1호기 등 노후원전의 설계수명 연장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내 추진하려던 7차 계획 수립일정을 내년 상반기로 늦추기로 했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는 수급계획 실무를 맡고 있는 전력당국과 각 실무소위 측에 이같은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정부는 연내 수요전망, 필요설비 규모 도출, 건설의향 조사는 물론 후보 건설사업의 등급분류 작업까지 마칠 예정이었다.

이처럼 정부가 7차 계획 확정을 반년 가량 늦춘 표면적 배경은 수요전망 분석작업 지연이다. 하지만 전력계 안팎의 해석은 다르다. 수급계획 수립 과정에 국민적 관심사가 된 신규원전 건설 문제가 연내 쟁점화 되지 않도록 일단 ‘시간끌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력업계 한 핵심인사는 “대진(삼척)원전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자칫 영덕(천지)으로 확산될 경우, 원전비중 유지정책 자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정부 내부에 조성되고 있다”면서 “이번 결정은 일단 후일을 기약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급계획 지연사유로 내세운 전력 수요전망 분석작업은 GDP(국내총생산) 등 재정당국의 최신 경제전망 수치를 시뮬레이션에 대입하는 과정을 거쳐 연내 마무리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수치는 즉각 공개되지 않을  소지가 많다. 

7차 계획의 필요설비 물량을 좌우하게 될 전력수요 증가율은 6차 계획 대비 크게 감소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연평균 2.5%) 전망값에 근접한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력당국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렇게 되면 20GW에 육박하는 발전사업자들의 새 프로젝트 대부분이 헛물을 켜게 되고, 정책전원으로 우선 반영되는 원전 역시 6차 계획에서 유보한 물량(4기)을 모두 계획에 넣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원자력당국은 올초 수급계획 작업이 시작되자 기존 계획원전인 신고리 7, 8호기 대신 영덕에 1500MW급 1, 2호기 2기를 짓고 나머지 2기를 삼척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관련기사 ‘7차 전력수급계획에 원전 4기 건설계획 반영’ 참조>

수급계획 설비소위원회 한 관계자는 “정부도 최악의 패로 고리 1호기(계속운전)를 포기하는 비상수단까지 시나리오의 하나로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신규 석탄화력이나 LNG복합을 7차 계획에 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요전망이 낮게 책정되고 필요설비 물량이 줄면, 내년 7차 계획은 2년 단위 수급계획을 보완하는 성격의 간년도 계획으로 사실상 전환될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 석탄화력과 LNG복합은 신규반영이 배제되고 노후화력 대·개체 우선반영도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0년 이상 가동돼 노후한 석탄화력에 확정설비의 지위를 부여해 신규 건설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송전선로 추가건설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 추세라면 이 조차 여의치 않아 일부 극노후 설비만 기존 용량대로 대ㆍ개체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일본은 4차 에기본에 노후화력 신증설 개체를 촉진하는 조항을 넣어 이를 장려하는데, 우리는 30~40년 이상 전력수급에 기여한 발전소를 역차별해 폐지나 철거도 못한다"면서 "필요물량에 관계없이 송전계통에 여유가 있는 설비라면 고효율 최신설비 이용을 제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력수급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인만큼 정부가 좀 더 유연하게 현 상황에 대처하고 필요하다면 난국을 정면 돌파하는 정책을 펴야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정부 원전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당국 관계자는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설계수명 만료 원전까지 겹쳐 에기본의 원전비중 29%는 커녕 장기적으론 23% 유지도 힘들 것”이라면서 “해외처럼 원전사업에 지자체를 참여시키고 민간기업 진입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원한 전력당국 내부 인사는 "여전히 정치와 정책이 분리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일단 골치아픈 문제는 피하거나 뒤로 미루는 정부의 행태가 오늘날 전력산업의 난맥상을 만든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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