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3주 동안 강원도 평창에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라는 매우 중요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일반 국민들은 매우 생소하겠지만, 농업, 신소재 산업, 바이오산업종사자나 의학·생물공학·생물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이 됐던 회의였다.
생물다양성협약은 글로벌 환경분야의 3대 국제협약(생물다양성협약,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 중 하나로 전세계 194개국가와 NGO, 국제기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이라는 단어가 비록 생소하긴 하지만, 인류와 함께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식물, 동물, 미생물 등의 양과 종류가 풍성해야 하며, 이러한 생명체가 서식하는 서식지를 보호하고, 이들로 구성된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온전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전 분야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이러한 생물종다양성이 인간의 경제활동에 따라 그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이러한 감소는 생물종 자체에도 위협이 되는 동시에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에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위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전세계 모든 국가가 이러한 감소를 막고자하는 목적을 두고 생물다양성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또 앞으로 필요한 경우 생물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물종 보유국과 이를 이용하는 국가간에 경제적 이익을 적절히 배분해 생물종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경제적 손실이 적절히 보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특히 생물종의 상업적 이용에 관한 부분은 생물다양성총회의 하부에 의정서를 만들어 특별 세션의 회의를 구성했는데, 이것이 2010년 일본 나고야 당사국 총회에서 결정된 ‘나고야의정서’이다. 2년 주기로 열리는 나고야의정서회의는 이번 평창이 1차 회의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그동안 선진국이 저개발국가의 생물종이나 유전자원을 아무런 대가 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나, 나고야의정서 협약으로 인해 생물종 보유국가에 적절한 보상 없이는 생물종의 무단 사용이 금지된다.
한국은 의학, 바이오산업 등을 차세대 먹거리로 설정한 상황에서 국내에 상업적으로 유용한 생물자원의 보유량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많은 해외 생물종 및 유전자원을 이용함에 있어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이라 예상된다. 마치 첨단기술이나 창작물을 사용하기 위해 저작권료를 제공하듯이 앞으로 해외 생물종이나 유전자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생물종 보유국가와 일정한 계약을 맺어 경제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물론 한반도에 존재하는 생물종 및 유전자원 하나하나의 상업적 가치가 낮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까지 한반도의 생물종 자료에 대한 정리도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가 지키지 못하는 사이, 한국의 자생적 생물종이 다른 나라의 생물종 리스트에 올라가 그들의 소유로 주장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는 크게 세 가지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전 세계의 생물종 다양성을 막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이 핵심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며,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생물종 감소에 절대적 원인을 제공한 선진국의 상당한 재원이 생물종 감소에 취약한 개도국으로 이전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개도국들은 2006~2010년 평균 지원 금액의 네 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선진국들은 두 배의 금액을 지원하기로 이미 합의했다는 주장이 격돌했으나, 두 배의 금액지원으로 최종 합의됐다.
둘째, 생물다양성이라는 이슈를 다른 어떤 것보다 그 우선순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유엔은 전 세계 지속가능개발을 위해 2000~2015년 동안에 ‘새천년개발목표(MDG)’를 설정하고 노력하고 있으며, 2015년 이후 동일한 목표 달성을 위해 ‘유엔개발의제’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번 당사국총회 고위급장관회담에서 ‘강원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유엔개발의제’에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우선순위로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셋째, 나고야의정서의 원활한 개시 촉구와 시행 절차에 대한 글로벌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이다. 많은 당사국이 국가별로 비준함에 따라 나고야의정서가 올해 10월 12일에 발효됐지만, 비준한 국가는 대체로 생물종을 보유한 저개발국가가 대부분이며, 생물종을 이용해야 하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아직 비준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이용국의 참여가 없이 나고야의정서가 운영되는 것은 시작부터 원활한 운영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당사국회의는 더 많은 국가, 특히 이용국들의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당사국회의에서는, 생물종의 상업적 이용에서 발생하는 여러 법률적 문제들과 협약을 준수하지 않은 행위를 두고 사후적 처벌에 대한 전반적인 절차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보다 본격화된 나고야의정서 체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