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설비개선 후 차분한 분위기속 최종 결정 대기
경제성 논란 제기에 "LNG는 7조6천억 더 들어" 반박

▲ 월성 원전 전경. 좌측부터 4,3,2,1호기다.

[이투뉴스] "멀쩡한 원전이 이렇게 멈춰있으니 안타깝죠. 월성 1호기는 9000여건의 설비개선을 통해 심장에 해당하는 압력관부터 뇌에 해당하는 주제어실 등을 교체해 새 원전이나 다름없습니다. 일각에서 경제성 논란을 제기하는데, 월성 1호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다른전원으로 10년간 공급하려면 LNG의 경우 7조6000억원이 더 듭니다.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도 적극 계속운전에 나서는데 왜 우리가…"

지난 28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까다로운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국가보안목표시설 '가'급에 해당하는 월성원자력 발전단지 내부로 들어서자 발전소 안내를 맡은 한수원 월성본부 관계자가 "월성 1호기가 노후된 원전이고 돈이 더 드는 원전이란 생각은 오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최초의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 1호기는 겉모습은 가동중인 2~4호기와 다를 것 없지만, 내부는 2012년 11월 설계수명 만료를 앞두고 정비에 들어가면서 2년 넘게 정지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에 이어 1983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가동을 시작한 원전으로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계속운전 심사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10년간 이 원전을 더 운영해도 문제가 없다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결과 보고서가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안갯속이다. 연내 계속운전 여부가 결정돼 내년부터 재가동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여전히 최종 결과를 알수는 없다. 일단 이날 취재진이 내외부를 직접 확인한 월성 1호기는 30년의 세월이 무색할만큼  멀쩡했다.

안내를 받아 미로처럼 굽은 여러 개의 출입구를 거쳐 '원전의 두뇌'로 불리는 주제어실(MCR, Main Control Room)로 들어섰다. 각 호기별 출력 현황판을 실시간으로 나타내는 현황판에 월성 1호기는 '0'롤 가리켰다. 그러나 원자로 조종사들은 정상 가동 때처럼 분주해 보였다. 수백개의 계기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수시로 발전소 상태를 확인했다. 10여명으로 구성된 1개팀은 여전히 6조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중수로 원전의 경우 항상 핵연료가 압력관에 삽입돼 있는데다 다른 설비들을 수시로 점검·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계기판 위로는 "두번 확인, 한번 조작"이란 표어가 옛 서체로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월성본부 관계자는 "사람의 뇌나 눈에 해당하는 주제어실을 고성능 최신설비로 교체했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제기된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소제어설비, 비상노심냉각계통 저압 안전주입 자동화 설비 등을 추가 설치했다"면서 "2009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839일간 대규모 설비개선 사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 7000억원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성1호기는 세계 최고 원전 이용률 1위를 네차례나 달성하는 등 그 우수함을 입증한 바 있다. 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 역시 발전소가 매우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 월성1호기 주제어실. 각종 계기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또 다시 미로처럼 이어진 통로를 따라 터빈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지하 5~6층 깊이로 내려다보이는 바닥 위로 복잡하게 얽킨 각종 배관이 빽빽히 들어차 있었고, 각종 통풍팬이 '쏴아~'하는 기계음을 발생시키며 작동하고 있어 흡사 가동중인 원전으로 착각이 들 정도다. 김종만 월성 1호기 기술실장은 "전력생산을 하지 않을 뿐 모든 설비는 언제든 가동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실시간으로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을 폐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운영허가기간은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기술적인 제한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만 확보되면 계속운전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중수로 원전의 심장이랄 수 있는 압력관까지 교체했을 정도로 근본적인 안전성을 확보했는데, 가동한 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 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는 435기의 원전중 30년 이상 운전중인 원전은 194기이며, 40년 이상 가동중인 원전도 48기나 된다. 미국의 경우 100기중 72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물론 영구정지 원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월성 1호기와 동일한 중수로 원전중 캐나다 6기 등 모두 9기가 폐로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이들 원전의 경우 원형로나 실증로 등 연구용 목적이 6기로 대부분이며 나머지 3기의 상업원전은 경제적 가치가 만료돼 폐로결정이 떨어졌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월성원전 관계자는 "원전 1기를 계속운전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일반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비용의 5분의 1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며 신규 부지 확보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월성1호기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인허가 심사를 마무리하고 원안위의 심의를 받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극한상황에서의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자 설계기준 이상의 사고에도 안전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도 지난해 12월 완료했다. 현재 이 결과보고서는 원자력안전기술원과 민간검증단에서 검토하고 있다. 월성원전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계속운전이 승인되면 법령에 따라 발전소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약 40일간의 정기검사를 수행한 뒤 지역주민과 협의해 발전소를 재가동하게 된다"면서 "신뢰와 지지속에 원전이 재가동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터빈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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