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김창섭] 최근 철강, 석유, 전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울한 경보음이 아주 소란스럽게 울리고 있다. 거기에 온갖 경제통계 역시 빨간불 투성이다. 급격한 노령화, 국가와 가계의 적자, 디플레이션 우려 등등. 우리 에너지계는 이러한 현상을 우리의 입장에서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 최근 제조업의 부진은 향후 공장가동률 저하를 통하여 전기수요의 저감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언뜻 전력수급이나마 안정적이 되는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는 막상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수도권의 수급안정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공장의 가동률 저하는 전국적으로 전력시장은 축소되고 따라서 전력계의 규모는 감소하면서 동시에 수도권의 수급은 계속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그 간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으로서 아마도 기존의 계획과 대처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를 해결해야 하는 에너지산업 역시 극심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석유 원자력 신재생 전력 자원 모든 에너지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에너지계의 어려움은 최근 논의되는 전반적인 제조업의 위기와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위기의 요인이 외부뿐 아니라 내부요인에도 기인하고 있다는 점과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수급불안은 해당산업뿐 아니라 국내 국민경제 전체에 대한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위기를 파생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에너지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민간 공공 공히 녹색성장의 프레임 속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막대한 투자를 하였으나 그다지 성과를 보지 못하였다. 상당한 자원을 소진하였으나 그 결과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과잉투자 혹은 투자대상의 부적절성 등에 대한 책임은 물론 투자주체에게 물어야 하지만 녹색성장이라는 틀을 강요하고 유도한 정치권의 책임도 무시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나마 존재하는 현재의 성장동력 경쟁력에 대하여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게다가 추가투자에 대한 불확실성도 더욱 증대되고 있다. 원전 및 화력발전소 추가건설 물량, 전력망 수용성 등을 결정할 7차 전력수급계획은 지연되고 있다. 그리고 각 투자에 대한 수익률도 알 수가 없으니 투자판단도 어렵다. 결국 과거투자는 재미가 없었고 미래투자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전력대란에서 벗어나자마자 미래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안하고 답답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하에서 에너지분야의 수급안정과 성장동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주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다양한 정책 옵션 중 어느 것을 채택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의 문제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정상적인 방안은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간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의 기본기조이기도 한다. 그러한 우리의 현실은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시시각각 바뀌고 지역별로 다른 요금제도를 수용해야 한다. 아마도 이 경우 최종소비자 요금은 인상될 것이고 그 간의 산업소비자와 일반소비자간의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 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과연 우리 소비자가 받아들일 것인가 우려된다. 이를 수용케 하기 위하여는 경쟁이 전체 비용을 줄여서 그 혜택을 골고루 나눌 수 있으면 설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의 원간비용의 격차가 지나치게 커서 경쟁과 선택으로 베스트믹스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으므로 경쟁의 효과는 제한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원간 세제조정을 통합적으로 해야 한다. 이는 또 다른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하는 지난한 일이다. 결국 시장이 결정하는 시대를 지향해야 하나 이는 현실적인 선택은 아니고 장기과제로 남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의 리더십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역시 간단치 않다.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져있고 안전 등 외부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각 주체간의 수익률을 공정하게 처리해서 나누어주는 것은 그 자체가 고차원의 연립미분방정식이다. 연구의 대상이지 실천적 대책의 대상은 아니다. 게다가 녹색성장 등으로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오는 과정에서 정부의 리더십은 아쉽게도 다소 손상을 입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 아직도 동북아오일허브 전기자동차 등의 시장과 유리된 정책에 몰입하고 있지 않은가. 기존 인프라산업의 성장동력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아주 쪼그마한 신성장동력을 강조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 될 것이다. 꿈같은 상황은 끝났다.

이제는 제조업가동저하로 인한 급격한 수요격감, 원전 등의 대규모 발전단지의 블랙아웃, 수도권 수급불안정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를 상정해보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준비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고민할 사항은 아직 많다. 전력보다는 가스의 유연성을 어떻게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도권의 에너지수급을 위한 전력망 가스망 통합운영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세제개편에 대한 장기신호를 준비해야 한다. 신성장동력이 아닌 현재 성장동력의 경쟁력 유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새로운 갈등관리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기술의 전망을 다시 하고 이에 적합한 기술개발체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이제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국가안보의 문제이고 생존의 문제이고 일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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