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홍수, 가뭄, 물부족 등의 문제는 모두 빗물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빗물관리만 잘하면 이러한 문제를 줄일 수 있다. 환경부와 지자체 등에서 이를 적극 뒷받침하는 법규나 조례가 만들어지고, 국회에서는 빗물에 의한 물순환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법률이 발의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빗물관리 우수사례가 국제적인 상을 받기도 했다. 환경부에서는 2001년 수도법에 빗물이용시설을 처음 도입하였지만 매우 소극적이다.

대규모 체육시설에는 의무적으로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라고 했지만 그 대상 시설의 개수와 규모, 사용실적은 매우 적다. 최근 빗물은 하수의 재이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물재이용법에 포함된다. 가장 깨끗한 빗물을 하수로 보고 관리하는 것이니 개념적으로 빗물의 사망선고나 다름이 없다. 비유를 하자면 착한 천사를 소년원으로 보내어 교화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2014년 7월 개정된 시행규칙에서는 공공기관, 학교, 공동주택까지 빗물이용시설의 의무설치대상이 늘어났지만 적용대상 시설의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실제로는 해당되는 시설은 거의 없다. 환경부의 빗물관리제도의 시행의지에 의심이 간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정책기조에 따라 전국의 모든 도시에서 빗물이용 대신 하수재이용을 위주로 한 물재이용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빗물이 홀대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상하수도사업자에겐 빗물을 사용하면 매상이 줄기 때문에 빗물이 얄미울 것이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에서 수돗물 대신 빗물 1톤을 사용하면 2,250원을 못 받는다. 이것은 상수(840원), 하수(1000원), 물이용부담금(170원), 환경개선부담금 (240원)을 합한 비용이다. 가뜩이나 상하수도 사업이 적자인데다, 매상까지 줄면 고용도 불안하고, 서비스도 나빠질 수도 있다. 게다가 빗물을 사용한 만큼 상하수도요금을 깎아주자는 제도는 상하수도사업자에게는 반갑지 않다. 가뜩이나 적자인데 요금까지 감면해 주어야 하면 얼마나 얄미울 것인가.

신도시의 용수공급을 계획할 때 빗물이용시설을 만들어 수요를 줄이고 홍수 등 재해위험도를 줄이면 그만큼 상하수도 분야의 건설비용이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시민은 좋지만 건설 및 설계업자에게는 달갑지 않다. 특히 공사금액에 비례해 설계비용을 받는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설계회사는 비용절감을 해봤자 설계비만 줄어들기 때문에 머리를 써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필요가 없다. 이래저래 빗물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빗물도 얄밉고, 빗물을 사용하자는 사람도 얄미울 것이다.

그래도 법은 지켜야 하므로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지금까지 빗물을 버리는 쪽으로 정책을 해왔던 부서에서도 빗물은 얄미울 것이다. 잘 모르는 것을 하라고 하니 겁도 나고, 귀찮기 때문이다. 빗물을 고맙게 여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빗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다목적으로 빗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강남역 침수의 원인도 결국은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 때문이다. 하지만 빗물을 분산해서 모으면 수자원 확보는 물론 홍수방지 효과가 있어서, 하수도 증설을 하기 위한 천문학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상수도 1톤을 빗물로 대체하면 전기가 0.25kWh가 절감되므로 블랙아웃의 위험을 줄여준다. 빗물이용시설을 예쁘게 만들어 도시의 조형물로 만들 수 있다. 옥상녹화와 같이 빗물을 이용하여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민 화합도 할 수 있다. 제도만 잘 만들면 빗물은 고마운 존재로 만들 수 있다. 상하수도 요금을 올리되 일정량 이상의 물에 대해서는 많이 쓸수록 비용을 더 내는 수도요금 누진제를 적용하면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추가 부담이 가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수돗물을 적게 쓰려 노력할 것이고, 이 때 비용절감을 해주는 빗물을 고마워 할 것이다. 빗물시설을 잘 설계해서 비용을 줄이는 설계자에게 이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바꾸면 엔지니어들은 머리를 싸매고 아이디어를 낼 것이다.

건물 신축이나 재개발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어 빗물시설을 만들게 한다면 건축주는 고마울 것이다. 상습침수 구역의 상류에서 이렇게 빗물을 잡아준다면 홍수를 방지할 수 있으므로 담당 공무원도 고마울 것이다. 상하수도분야가 흑자가 되도록 하고, 남는 인력에게 빗물관리를 위한 일거리를 만들어 준다면 상하수도 사업자에게도 고마운 빗물이 된다.

전 세계가 홍수, 가뭄, 물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현재 상황에서 빗물관리는 블루오션이 되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다.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에서 빗물관리를 반영한 도시계획과 하수도 개선 등에 엄청난 신규수요가 예측된다. 정부에서는 물관리 정책의 기조를 빗물을 버리는 대신 모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고,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물관리 교육센터를 만들어 시민, 학생에게 교육을 하고, 민간에게 창업을 유도하고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얄미운 빗물은 고마운 빗물로 바뀌고 우리나라만이 자랑할 수 있는 소중한 창조경제로 승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측우기로 대표되는 빗물관리 챔피언 자리를 다시 찾아온다면 우리 국민 모두에게 고마운 빗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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