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BP의 알래스카 유전 석유생산 중단 등에 타격받아 7일(이하 현지시각) 동부인 뉴욕에서 갤런당 3.13달러, 중부의 시카고와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최고 3.23달러까지 기록적으로 치솟은 가운데 ‘고유가 폭탄’이 미국인의 석유소비 양태를 바꿀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전세계 석유 소비의 근 1/4을 차지하는 미국의 석유 소비가 그간의 고유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별반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와 <포천>은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외식이 눈에 띠게 줄어들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미국인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마케팅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스타벅스의 월간판매 증가율이 지난 5년여 사이 최소폭으로 줄어든 것도 이런 맥락으로 지적됐다.

 

<포천>은 그러나 미국인이 지불하는 휘발유 값이 한해 전에 비해 이미 25%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주 사이 소비는 지난해 여름의 하루 평균 940만배럴보다 14만배럴(1.5%)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연비가 낮은 스포츠용차량(SUV) 판매가 줄어들고 외식을 자제하는 한편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석유소비 패턴 자체는 여전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오는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 석유와 관련한 인색한 발언을 자제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에너지문제 컨설팅사인 PIRA 에너지 관계자는 <포천>에 “휘발유가 가격 변화에 가장 둔감한 상품중 하나”라면서 “가격이 20% 가량 올라야 비로소 소비가 1%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직장인의 85% 가량이 자가용으로 출근하고 있다면서 대도시가 아닌 경우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않아 선택의 여지도 없다고 지적했다.


석유산업 리서치 전문그룹인 오일 프라이스 인포메이션 서비스 관계자도 에 “요 며칠 사이의 휘발유값 급등에 심리적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BP의 알래스카 산유 중단보다는 중동 불안과 미국 남부 정유단지 멕시코만이 또다시 허리케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 더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이 이런 심리적 불안 속에서도 휘발유 소비 행태를 바꾸지 않고 있다면서 따라서 자동차 운행이 많은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9월 중순 이후에나 휘발유값이 약세를 보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PIRA 관계자는 휘발유값이 치솟기는 했으나 지난 1979년과 1990년의 두차례 ‘오일 쇼크’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월가 쪽에서 부각시킨 것도 미국인의 석유 소비를 여전히 부추기는 변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 관계자들은 고유가 충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시장과 비록 둔화되기는 했으나 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과 기업 수익성이 좋아져 결과적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을 상기시켜왔다.

 

이와 관련해 새뮤얼 보드먼 미국 에너지장관은 지난 2일 “최근의 유가 상승이 과거에 경험했던 이상으로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에 대해 놀랐다”면서 “석유가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30년 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시점이 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토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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