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형 한국에너지법연구소 고문

올 겨울은 유난히 포근하다. 기상 관측사상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였다고 한다. 여하튼 달동네에 연탄을 지어나르는 구호의 손길이 조금은 여유로워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은 이처럼 연탄이 가난의 상징처럼 떠올려지지만 30여년전에는 우리들 대부분의 가정에서 애용되던 전국민적인 연료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국무총리를 하던 변영태씨가 몸소 집에서 연탄을 갈아 넣는다고 해서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으니까. 당시 어떤 샐러리맨은 강남에 막 몰아치기 시작한 아파트 추첨에서 당첨되자 연탄갈이에서 해방되었다고 쾌재를 부르기도 하였다. 또 어느 해외주재원은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게 되자 가장 걱정스러운 일이 연탄을 다시 사용해야하는 것이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의 겨울상황도 마냥 풍족하게 지낼 수는 없었다. 방안에서도 옷을 껴입고 추위를 이겨내는 것이 보통 사람의 겨울살이다.


이에 비하면 오늘의 우리는 너무나도 에너지의 무심한 불감증에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마침 에너지일보 창간호의 1면 기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안보문제 논의하면서 에너지 분리 안된다’고 헌법명시가 필요하다는 제목이다. 얼마전 에너지법 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 패널로 나선 지용희 교수(서강대)는 “우리가 에너지 빈국으로 너무 태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정부와 국민은 에너지와 안보를 잊은 듯 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오랜 해외생활로 에너지 절약습관이 몸에 밴 그에게 한겨울을 반팔차림으로 하는 한국민의 모습이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심한 에너지불감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우리의 경제라이벌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국내서부지역으로, 혹은 해외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까지 발빠른 에너지 확보외교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 지역 에너지자원 보유국들에게 무차별 경제원조 지원공략을 벌여 미국과 일본, 한국을 따돌리고 에너지 선점에 나서고있는 것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야심찬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소로 부상하는 에너지 확보에 이미 혈안이 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상해 화동대에서 열린 중국에너지포럼에서 ‘동북아에너지협력기구 설치’를 제의하여 주목을 받기도 한 김성수 한국에너지법연구소장은 “중국이 한국과 미국, 독일전문가 등을 초청하여 그 노하우를 얻어 내는 등 앞으로 닥쳐올 천연가스등 청정 에너지, 대체에너지 개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 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중국대표는 오늘의 에너지전쟁에 손자병법의 전략을 원용하여 문제점 파악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렇다 할 부존자원도 별로 없이 지난 반세기 동안에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을 일궈낸 우리로서는 우리보다 풍족한 부존자원국이며서도 치밀한 에너지전략을 세워가는 중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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