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편익 고려한 CP 현실화, 열제약 보상 등 제도개선 필수
유럽국가 도입한 FIT 지원 및 REC 발급도 중·장기적 대안


"정책충돌 전기·가스·집단에너지, 부처내 컨트롤타워 절실"

[이투뉴스] “지금 전기와 가스, 집단에너지는 원별 많은 갈등요인이 산재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개전투를 벌이는 형국이다. 기업 간의 이익다툼이 아니라 사실상 정책충돌로 봐야 한다. 정책 간 이해가 상충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정·조율 기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과연 산업부 내 에너지 컨트롤타워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한 집단에너지업체 CEO는 최근의 열병합발전 및 집단에너지사업의 위기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전력과 가스, 집단에너지 업무를 맡고 있는 산업부 정책부서가 에너지 전체의 그림을 그리기보다 자신들이 담당하는 에너지원만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과는 파워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는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실제 이같은 흔적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전기요금 수준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신재생에너지의 적정 규모, 용도별 가스가격, LNG 직도입, 지역난방 확대 정책 등에서 의견이 갈린다. 특히 정부가 천명한 분산전원 활성화를 둘러싸고 분야별로 우리시스템이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정책을 움켜쥔 전력담당부서에선 급하지 않다며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외국은 열병합발전 지원제도 풍성, 국내는 無대책
유럽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은 열병합발전을 에너지절감 및 친환경시설로 인식,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영국, 스페인 등에서는 소규모 CHP에 투자비를 지원하고, 고효율 CHP에는 기후변화부담금을 면제해준다. 포르투갈, 영국, 스페인 등은 송전망 접속비를 경감하거나 아예 저감분 만큼을 지원해준다. 또 대형 발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성을 가진 열병합발전에 FIT를 도입, 발전차액을 지원해주는 나라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특히 독일, 벨기에, 루마니아 등 유럽은 물론 미국 많은 주에서도 고효율 열병합발전의 경우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대상으로 인정해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발급하거나, EERS(에너지절약의무제도)에 따른 EERC(에너지절감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사실상 CHP를 신재생에너지와 동일하게 인식, 이들 인증서를 판매해 취약한 경제성을 보완함과 동시에 수익을 내도록 함으로써 보급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다.
 

▲ 유럽 주요 국가의 chp 지원정책

에너지이용효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집단에너지업계는 주장한다. 에너지절감시설인 열병합발전에 대한 푸대접에서 벗어나 세제지원과 융자확대 등 정책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료비 변화에 민감한 열병합발전의 특성을 고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상시스템 도입 목소리도 늘고 있다.

100MW를 기준으로 한 가스공급 이원화도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형 CHP일수록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연료인 도시가스 요금까지 ㎥당 60∼100원 차이가 나서는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100MW 미만의 경우 수입부과금 환급 등 일부 혜택을 주고 있으나 가스공사 직공급가격에 비해 여전히 높다. 효율이 높을수록, 규모가 작을수록 지원이 늘어야 함에도 국내 중소형 열병합사업자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업계는 용량과 관계없이 모든 CHP에 직공급을 하되, 도시가스 배관이용료를 가스공사가 지불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전력부문 제도개선이 핵심, 분산전원으로 풀어야
전문가들은 열병합발전의 정상화와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력부문의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성(발전원가)에만 초점을 맞춘 전근대적 방식이 아닌 에너지절감, 환경, 계통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력가격 보상체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히 근래 들어 송전 취약개소가 증가하고 있으며, 부하중심지인 수도권의 조류 편중 등도 심각한 상황인 만큼 계통편익이 반드시 도매요금에 반영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즉 RCF(지역별가격계수) 등 제도에는 있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못하는 전력시장운영규칙을 변경, 실질적인 투자비(고정비)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 열병합의 송변전 편익(kWh당 12원 수준 추정)을 감안한 CP 현실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또 전력수요 밀집지역에 있는 CHP의 경우 마이너스 송전요금(-10.7파운드/kW)을 적용하는 영국처럼 송전사업자가 지역별 송전편익을 보상하는 매커니즘 도입도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말한다.

열제약운전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선 전력수급상황 변화에 의한 전기나 열 생산손실(PLB 가동 등)에 대해서는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열제약운전 시에도 지금처럼 증분비와 SMP 중 낮은 금액으르 지급할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편익을 고려, 최소한 발전연료비 회수가 가능한 수준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국가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는 열병합발전의 FIT제도에 대해서는 우리 여건상 당장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CHP의 에너지절감량 만큼 REC나 EERC를 발급하는 방안은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예를 들어 향후 도입 예정인 RHO(신재생열에너지공급의무화)에서 CHP에서 생산되는 열에 REC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또 우리나라 역시 중장기적으로 에너지효율의무화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EERC 발급도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 열병합발전 정상화 위한 제도개선 방안

국가적으로 편익이 높은 열병합발전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해선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부 역시 2차 에기본을 통해 분산전원 활성화와 에너지이용효율 개선을 천명한 만큼 정책배경도 갖춰진 상태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수단에 대해서는 전력, 가스, 집단에너지 분야를 맡고 있는 실무책임자들의 기본인식과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이와 관련 “산업부 내 에너지원별로 과(課)와 국(局) 체계가 나뉘어 있지만, 모두 에너지자원정책실 산하다. 에너지원별 정책이견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것은 산업부의 고유책무다. 실장과 차관이 나서서라도 하루빨리 원별 정책갈등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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