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석탄 이용률 고공 전망속 신재생·복합 절치부심
전력가격(SMP), 2022년 전·후 바닥 찍고 재상승할 듯

▲ 2012~2020 연도별 발전소 이용률 및 smp 전망(단위 : 이용률 %, smp kwh/원)

[이투뉴스] 30년간 지방공무원으로 일하다 정년퇴직한 정아무개씨(61)는 최근 노후사업으로 검토하던 300kW규모 태양광발전사업을 접기로 마음을 굳혔다. 10년 이상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는 주위 권유로 관심을 갖기 시작해 퇴직동료들과 1년 넘게 사업을 준비해 왔지만, 시공업자들이 처음 제시했던 기대수익이 허수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REC(공급인증서) 가격이 폭락한데다 팔기조차 어려워졌고, 매전가(SMP)도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있어 아예 미련을 버렸다”고 말했다.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자력과 석탄화력 공급비중이 크게 상승하면서 화석연료와 대척점에 선 신재생에너지나 LNG 등의 청정에너지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들 전원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전력시장가격이 저원가 발전기들의 세 확장에 따라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업계는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이같은 화석에너지 우점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생존방안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8일 발전업계와 전력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발전원별 설비비중(설비용량)은 LNG 32.2%(29.8GW), 석탄(무연탄 포함) 29.1%(27.0GW), 원자력 22.3%(20.7GW), 신재생 6.7%(6.2GW), 양수 5.1%(4.7GW), 유류 4.6%(4.2GW) 순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10월 발전원별 누적발전량 비중은 석탄 38.7%, 원자력 30.9%, 복합 18.6%, 신재생 2.9% 순으로 여전히 기저발전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순서대로 우선 가동하는 시장운영 시스템의 결과다.

과거보다 격차가 줄고 있긴 하지만 기저전원 대 첨두부하 전원의 가격차는 여전히 크다. 올해 1~10월 한전이 각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면서 지급한 원별 정산단가(kWh당)는 원자력 56.13원, 유연탄 63.41원, 복합 163.13원 등으로 여전히 경쟁구도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최근 1~2년간 기저설비가 대거 확충되었고, 이들 저원가 전원의 이용률이 상승하면서 SMP와 LNG발전 이용률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 잇따른 고장정지와 부품비리 사태로 지난해 사상 최저 이용률(76%)을 기록한 원자력은 올들어 빠르게 정상화를 되찾으면서 86%를 회복했고, 석탄 역시 유연탄 도입가 하락 등에 힘입어 꾸준히 8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복합 이용률은 2012년 64%에서 올해 현재 50% 초반대로, SMP는 작년 152원에서 올해(~10월) 142원으로 미끄러졌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원전과 석탄설비가 지속 증설되는 앞으로다.

전력당국이 추정한 오는 2020년의 설비용량은 원전이 현재보다 7GW 가량 늘어난 30GW, 석탄은 16GW 증가한 43GW 수준이 되고, 발전원별 연평균 이용률도 원자력 88%, 석탄 81%, LNG복합 24% 등으로 변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 평균 SMP는 2022년 전후로 kWh당 110원 수준까지 떨어져 신재생에너지와 LNG 수익성이 최악의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인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추세대로 이용률이 전개되면 2024년께 LNG복합의 발전량당 마진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향후 신규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기존 발전기 역시 막대한 적자를 떠안고 조기 폐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장기적인 전력수급 안정화와 온실가스 억제 기능 등을 고려해 순진입비용에 의한 용량가격(CP) 현실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태양광설비 제조사의 한 임원은 "정부는 RPS 정책을 통해 보급량을 늘렸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적정마진을 회수하지 못한 국내 밸류체인이 도산 위기에 처한 사실부터 직시해야 한다"면서 "대형발전소 증설을 최소화하면서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높은 분산형 에너지에 추가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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