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달말 가진 정례회의에서 유가 안정을 위한 석유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국제유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역사적인 회의라고 불릴 수도 있는 이번 회의에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미국 셰일 붐을 꺾어야 한다면서 하루 3000만배럴 생산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는데 선봉에 나섰다. 그동안 OPEC 국가들은 과잉생산으로 인한 유가하락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100만배럴 정도의 감산을 희망해 왔다.

더욱이 세계 경제는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까지 겹쳐서 국제유가는 70달러 이하로 폭락했다. 이는 5년여만의 폭락으로 작년에 비해 40% 이상 하락했으며 전문가들은 40달러 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우디가 이처럼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에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은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다른 산유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함은 물론 미국의 셰일 붐을 꺽자는 의도다. 사우디의 원유 채굴원가는 30달러에 채 미치지 못하는 반면 셰일의 경우 40달러 선에 이르기 때문에 셰일을 채굴하는 미국 업체들을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들의 고사 뒤에 다시 가격을 올린다는 속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석유전쟁은 국제 정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국내외를 막론하고 산업간에도 명암이 엇갈리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석유를 수출해 먹고 사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형편이다. 가까운 예로 80년대 저유가 시대로 인해 소련이 몰락했던 것을 다시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저유가 정책에 국제적인 음모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석유전쟁으로 인해 국내 산업간에도 빛과 그림자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사와 석유화학 업체들은 적자로 돌아서고 있는 반면 항공업계는 신바람을 내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원가 감소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소비자 물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석유전쟁으로 인한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일방적으로 좋기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수출로 살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산유국의 수요 저감이 수출 전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건을 사고 싶어도 저유가로 인한 수입 감소로 돈이 없는 나라들이 수입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도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에너지 절약을 비롯한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에는 악영향이 클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아직도 유치산업의 단계를 건너뛰지 못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국제유가가 8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고유가가 지속돼야만 투자유인으로 작용하는 딜레마가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성은 시류에 많이 좌우되는 냄비근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떻게 종결될지 알 수 없는 석유전쟁에서 살아남는 길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살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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