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지난 10월 28일 CDP한국위원회(위원장 장지인 한국회계기준원장)는 ‘Korea 250 Climate Change Report 2014’를 발표했다. 총 자산 1730조원을 운용하는 31개 국내 금융기관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총 92조 달러를 운용하는 767개 금융기관을 대신하여 CDP는 국내 250개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변화에 대해 각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묻는 질문을 보냈고, 이에 응답한 87개 기업의 응답 내용을 분석하여 발표한 것이다.

금년도 보고서는 우선 탄소경영 성과가 좋은 기업에 대한 지난 5년 동안의 투자 수익률이 DJSI나 Bloomberg World Index보다 3~6%포인트 더 나았음을 지적한 CDP 글로벌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하고,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온실가스로 인한 위험을 효과적으로 회피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의 실질적인 감축과 기업 가치 상승을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 보고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내 배출권 거래제에 편입된 기업들의 대응을 소개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수는 거래제 대상 기업의 10% 정도인 51개에 불과하였으나 이들 기업의 배출량으로 보면 전체 배출량의 35%에 달하고 있고, 특히 철강, 반도체, 통신, 전기전자, 조선, 디스플레이 등에서는 50~9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 업종에서 CDP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CDP가 실질적인 배출 감축으로 이어지려면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발전, 석유화학, 정유, 자동차, 기계 등에서 더 많은 기업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그룹사별로 분석한 내용도 사뭇 흥미롭다. 거래제 시행으로 인한 위험에 대한 노출도를 비교하면 한전, 포스코, SK, 현대차, 삼성, LG, GS, 롯데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룹사별로  총배출량 대비 보고된 배출량의 비중을 보면 한전은 16.6%, 포스코는 82%, SK는 21%, 현대차는 93%, 삼성은 48%, LG는 93%, GS는 0%, 롯데는 91%로 각각 보고되고 있다. CDP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설문 기업을 결정하기 때문에 위의 수치만을 가지고 그룹사의 기후변화 대응을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미달한 기업이라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니 모든 계열사가 CDP에 참여하도록 각 그룹사가 독려한다면 전체로서 그룹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LG 그룹은 10개의 모든 계열사가 모두 CDP에 응답하여 가장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주었고, 이어 삼성이 16개 대상 기업 중 14개 기업이 응답하여 뒤를 이었다. 반면 사회 공헌에 열심인 CJ그룹은 7개 대상 기업 중 한 개만이 응답하여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면에서는 후진적이라는 평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편 CDP 본부에서는 금년부터 ‘A List’라는 별도의 보고서를 발간하여 탄소 경영 성과가 좋은 기업들을 발표하고 있다. 금년에는 세계 총 2000여 응답 기업 중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분명하고 기후변화 대응 성과 점수가 ‘A’ 등급에 속하는 187개 기업을 선정하였는데, 우리나라는 미국(34개), 일본(24개), 영국(19개)에 이어 4위(14개)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 기업들도 얼마든지 세계 일류 기업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탄소경영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는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당위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11월 초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극적인 합의를 한 후, 내년 프랑스 파리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타결될 것으로 보는 낙관적 견해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CDP 한국보고서가 기후 문제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전향적 노력을 강하게 촉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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